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두고 갑론을박

"마케팅비 줄여 인하해야" vs "소비자 혜택 축소로 귀결"

금융입력 :2018/11/13 17:15    수정: 2018/11/13 17:15

카드사업자들이 가맹점주로부터 받는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 결과가 다음주 초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수수료율의 원가를 점검하고 적절성 여부를 3년 마다 검토한다.

당연히 가맹점주들은 카드사 수수료 인하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반면 카드업계와 카드사 직원들은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는 결국 직원들의 생계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며 절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맹점주와 카드사 직원 모두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라 관련업계와 종사자 모두 카드사 수수료율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카드사 수수료, 뭐길래

카드사 수수료, 정확히 말하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가 가맹점과 해당 카드 소지 고객을 이어주는 중개 수수료의 일종이다. A라는 카드를 소지한 사람이 A카드 가맹점을 찾거나 A카드 가맹점이 A카드 소지자를 찾을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켜준다는 명목이다. 여기에 카드 소지자가 현금이나 외상구매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받는 편의성의 대가이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카드사가 지급결제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한 데 초기 투자비용과 유지보수, 감가상각 비용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에 포함된다.

카드사들은 이 가맹점 수수료가 핵심 수익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짜장면이 유명한 집에서 파는 짜장면이 핵심 수익이듯, 카드사 수익의 가장 중요한 부문은 가맹점 수수료"라며 "이외의 카드론, 대출 등은 유명 짜장면집에서 파는 군만두 정도"라고 쉽게 설명했다.

■ 가맹점 "인하 여력 충분, 마케팅 비용 줄여라"

그러다 보니 가맹점주와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두고, 뺏거나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가맹점주는 매년 성장하는 카드사가 영세·중소상인업자들에게 받는 가맹점 수수료를 일부 인하할 여력이 있으며, '상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리에 따라 2006년부터 현재까지 정부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11차례 인하했다. 가장 최근 인하 시점은 지난 여름으로 ▲연매출 3억 미만 가맹점의 수수료는 0.8% ▲3억 이상~5억 미만 0.8% ▲5억 이상 1.3%의 수수료율이 책정됐으며 수수료 상한은 2.3%( 신용카드 기준)로 결정됐다.

또 카드사가 대형가맹점주에게 퍼 주는 '마케팅 비용'을 일부 줄여 카드사 수수료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8개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3천235억원 증가한 3조2천459억원이며, 당기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5천370억원 늘어난 8천101억원이다.

■ 카드사 노조 "업계 종사자 5년 간 25% 해고"

카드사 노동조합은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낮추고, 이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직원 해고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카드사 노조에 따르면 현재 카드업계 종사자는 15만명으로 2011~2016년 5년 동안 25%의 카드종사자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해고됐다.

하나외환카드 정종우 노조지부장은 "카드업계 종사자는 대형카드사의 직원뿐만 아니라 카드를 배송해주거나 심사해주는 도급 업체의 직원까지 포함된다"며 "현대카드가 400명 중 300명의 정규직원을 해고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으며, 은행계 카드사도 합병 소식이 무성히 들려온다"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 역시 대폭 줄일 경우 소비자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지부장은 "1조원 가량 수수료를 줄이라는 배경을 살펴보니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는 것"이라며 "마케팅 비용을 뜯어보면 72%가량이 카드서비스에 탑재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저항이 생길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에 따르면 마케팅 비용은 카드사의 광고 선전비뿐만 아니라 카드 사용자에게 주는 혜택(마일리지, 할인, 무이자 혜택 등)까지 포함돼,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 축소로 귀결된다는 논리다.

그렇지만 카드사 노조는 무조건적으로 수수료율 인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최재혁 정책부장은 "차등적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영세 및 중소가맹점에게 가맹점 수수료율을 대폭 낮추고 카드사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방향을 주장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내놓은 차등적 수수료안에 따르면 항공과 통신, 유통, 주유 등 연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인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인상하자는 것이다.

사무금융노조 등 금융공투본 카드분과가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사진=전국사무금융노조)

■ 카드사, 핵심 수익 포기못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관련해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정작 카드사는 공식적 견해는 내놓지 않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핵심 수익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태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카드사 수수료가 4%가 넘었을 시점도 있다"면서 "가장 문제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내는 것 조차 아까울 정도로 경기가 안좋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가 대내외 경제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닌데 수익 다각화에 지나치게 안일했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은 2년 여전부터 카드사가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제살깎기식 마케팅 경쟁과 손쉬운 카드론 영업에 치중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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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카드사는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서 부외 수익을 찾기 위해 금리가 높은 카드론이나 신용대출에 치중해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대신 카드론이나 신용대출로 수익성을 맞춰온 부분이 있다"며 "이마저도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 등으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카드사에 신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면서 "경제 상황 악화도 물론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 논쟁에 불을 지폈지만 안일한 영업 행태도 카드사에 문제를 갖고 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