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장비, 삼성 웃고 화웨이 체면 차렸다

노키아·에릭슨 '선방'…단독모드 경쟁 주목

방송/통신입력 :2018/11/09 17:40    수정: 2018/11/09 17:58

KT가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을 5G 장비업체로 낙점하면서 국내 이통3사의 통신장비 선정작업이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이통3사는 다음달 1일부터 5G 전파 송출을 위한 망 구축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가장 먼저 5G 장비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을 선정했다. LG유플러스는 공식적으로 회사의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국정감사에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LTE와의 연동을 고려해 5G 장비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G 초기 규격은 종속모드(NSA)로 LTE 장비와의 연동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통 3사는 LTE 장비사업자를 다시 5G 초기 장비사로 선정했다.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3사를 선정했다.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등 4사다.

LTE와의 연동이 중요함에도 KT가 장비사 발표까지 '장고'를 한 이유로 화웨이의 높은 가성비가 꼽힌다. 화웨이 장비는 타사 장비보다 비용이 최대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사 장비로 5G 망을 구축할 경우 LTE와의 연동이 가능하도록 LTE 장비도 화웨이 제품으로 바꿔준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KT로서는 5G 구축비용을 절감하기를 원하는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T는 1천200억원 규모로 구축하는 농협 차세대 통신망 구축사업에 화웨이 제품을 제안했다. 1천200억원의 사업비 중 1천억원이 화웨이 장비 비용이다.

그럼에도 KT나 SK텔레콤이 5G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 이유는 외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는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5G 망 구축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영국 역시 5G 입찰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화웨이 장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5G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업계에서는 높은 가성비에도 불구하고 KT와 SK텔레콤이 이러한 상황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화웨이에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5G NSA 규격은 내년 3월에 상용화되지만, 5G 단독모드(SA)가 2020년 6월 상용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5G SA에서는 LTE 장비와의 연동이 필요없기 때문에 장비사들은 SA 장비 구축을 놓고 또 한 번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국내 5G 초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이 우세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향후 5G 요금이나 구축 속도 등을 감안하면 어느 사업자가 장비시장에서 우세를 차지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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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전자가 NSA에 이어 SA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리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3.5GHz에 강하고 삼성전자는 28GHz에 강한데 향후 SA모드는 28GHz 대역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자리가 굳건할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는 내년 여름쯤 5G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5G에서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