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어디 없소?"...은행들 블록체인 바람

KB국민·신한은행, 인재 못 뽑아 발만 동동

금융입력 :2018/11/08 17:01    수정: 2018/11/08 17:50

블록체인 바람이 은행권을 강타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업계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전문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8일 현재 블록체인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사업 및 기획 부문의 전문 인력과 블록체인 기술을 잘 알고 있는 개발 경력자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 내 블록체인 관련 부서나 팀은 존재하지 않지만,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는 디지털전략부와 스마트플랫폼부서에서 관련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채용인원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은행 내 블록체인을 접목할 수 있는 기획자 및 개발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한다는 게 은행의 입장이다. 전문위원으로 수시 채용을 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블록체인 전문 인력 모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본부에 있는 블록체인 랩 역시 개발자 및 기획자를 충원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기술과 은행 사업구조를 접목하려고 블록체인 랩을 만들었으며, 상반기 개발자 2명을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은행들은 모두 인력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기술 개발이나 관련 기술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꾸려온 자유로운 인재들이 대규모 은행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표면적인 이유지만, 대규모 조직인 은행에 들어와서 일하는 것을 꺼림칙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다"며 "채용이 쉽지 않은 이유로 조직문화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전문 인력이란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점도 인력 채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단 블록체인은 실생활에 서비스된다 하더라도 알아챌 수 없다. 즉, 가시적인 대고객 서비스로 블록체인을 적용한다 한들 고객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성과가 없는 듯 보여 은행권 내 블록체인 전문 인력이 들어오지 않으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사실 인프라 기술이다. 인프라에 투자하더라도 고객은 알 수가 없지 않느냐"며 "이 때문에 은행권 내 블록체인 기술 전문가 채용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알아야 하는데 개발과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이미 성공하거나 흥한 것이 아닌 초창기 단계라 어떤 인재가 블록체인 관련 종사자인지 뚜렷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디지털전략부는 '가상화폐' 관련 종사자까지 채용 범주에 넣었다. 그간 블록체인 기업에 은행 계좌를 열어주지 않았던 현실을 생각하면 모순적이다.

이와 관련해 부서 관계자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사업을 하기 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널리 대고객 서비스를 한 것이 가상화폐"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채용범주에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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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인난에도 불구 블록체인이 갖고 오는 새로운 바람에 대해 은행은 확실히 인지한 모양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바로 접목하는 기술이 고객 측면에서 알 수 없지만 매주 토요일 8시간씩 내부 교육을 실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블록체인을 알고, 이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역시 충원을 지속하면서 블록체인을 은행의 업무 절차를 줄이는 데 접목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