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이슈 2년...옥시 제품 찾아보니

상당수 판매 재개...금칙어 설정도 느슨

유통입력 :2018/11/05 15:05    수정: 2018/11/05 15:05

독성 가습기 살균제로 수백여 명에게 피해를 입혀 큰 파문을 몰고왔던 옥시 사태가 2년여 지난 상황에서 현재 쇼핑몰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일부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여전히 옥시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지 않거나, 쇼핑몰 검색창에서 금칙어로 설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 쇼핑몰의 경우 판매를 재개했거나 금칙어 설정을 교묘히 해제한 경우도 발견됐다. 포털 사이트의 경우 개별 쇼핑몰과의 계약 관계 문제가 있어 특정 상품 노출을 제한하지 않았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국내 주요 쇼핑몰에서의 옥시 제품 판매 현황을 조사해봤다.

■ 옥시 불매 운동 그 후 2년 반...

옥시 불매 운동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2016년 5월경 가습기살균제에 폐 손상 유발 물질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고, 그 여파로 온라인 쇼핑몰들은 옥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그중 통신판매중개업 형태의 오픈마켓, 소셜마켓 플랫폼들은 관련 단어 검색 시 제품 노출을 제한하거나 판매자에게 옥시 브랜드 제품 판매를 지양하도록 권고하는 방식을 취했다. 물건을 직접 구입해 유통하는 롯데, 신세계 등 통신판매업자들은 온라인몰에서의 판매를 대부분 포기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불매 운동이 이뤄지던 시기 옥시 제품 검색을 제한했다고 알려진 온라인 쇼핑몰 중 상당수가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 판매를 노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도 ‘옥시’ 등 검색어에 대해 철저히 차단한 곳이 있는 반면, 옥시만 금칙어로 정하고 ‘옥시 리필’, ‘옥시 액체’, '물먹는하마 옷장용' 등 유관 단어 검색시 판매 목록을 보여주는 곳도 있었다.

대부분의 오픈마켓엔 옥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입점했다. 오픈마켓 사업자가 옥시 관련 검색어를 금칙어로 정해 노출되지 않을 뿐이다.

해당 쇼핑몰들은 식약처가 판매 금지한 제품이 아니어서 판매 및 중개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옥시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를 플랫폼에 입점시켜놓고도 검색을 제한하는 모습은 모순적으로 비춰진다.

현재 옥시의 국내 매출은 2015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전보다 10분의 1로 줄어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옥시 측은 한국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지사가 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옥시 관계자는 "아직 지사 차원에서 마케팅이나 영업활동을 할 수 없으나,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판매 채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마켓, ‘옥시’·‘물먹는하마’ 검색 시 판매목록 반짝 떴다 사라져

지마켓, 옥션에선 불매운동 당시 ‘옥시’를 금칙어로 설정했고, 현재도 옥시로는 관련 상품들이 검색되지 않는다. 하지만 '옥시 리필', '옥시 가루' 등으로는 제품이 검색됐다.

지마켓에서 '옥시 리필'을 검색했더니 옥시 브랜드 제품 피니시·물먹는하마·옥시크린 리필이 나왔다. '옥시'만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제공되지 않는

특히 지마켓에서 옥시 등으로 검색할 경우 해당 제품의 판매 목록이 1초 정도 떴다 사라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때 판매 목록 중 최상단에 ‘옥시크린 리필’을 볼 수 있으며, 다시 지마켓 검색창에 ‘옥시 리필’을 검색하면 해당 상품이 정상적으로 검색됐다.

옥시의 콘돔 브랜드 ‘듀렉스', 제습제 브랜드 '물먹는하마’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잠깐 뜨는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구인 ‘듀렉스 울트라씬’·'물먹는하마 옷장용' 등으로 각각 검색하면 관련 제품이 나타났다.

일각에선 지마켓이 옥시 제품을 판매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옥시크린

지마켓 관계자는 “사건 당시 소비자 단체 등에서 요청했던 200여개 제품 검색어 차단 조치를 했지만 오픈마켓이다 보니 판매자에게 강제로 물건을 팔지 말라고 할 수 없어서 검색이 안 되도록 조치한 것”이라며 “추가로 소비자 단체에서 특정 단어에 대한 검색 제한을 요청한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옥시 검색어로 판매 목록이 떴다 사라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오픈마켓 11번가에서는 옥시를 포함한 관련 단어들로 대부분 검색되지 않았다. 11번가에 따르면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업자들은 옥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11번가가 대부분의 옥시 관련 검색어로 노출을 차단한다. 단, 옥시의 제모크림 브랜드인 'veet'나 '피니시 리필'을 검색하면 관련 상품이 검색됐다.

지마켓, 옥션, 11번가 옥시 관련어 검색 비교 표

■쿠팡·티몬, 옥시 제품 그대로 노출...“판매 금지 권한 없어”

쿠팡, 티몬 등에선 옥시 유관 단어뿐 아니라 옥시로 검색해도 관련 제품이 검색됐다.

쿠팡, 티몬 측은 옥시 제품에 대한 별다른 검색 제한이 없는 것과 관련, 이들 업체들은 판매자들에게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고 판매를 중개하는 역할을 할 뿐 판매 행위를 직접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옥시크린 오투액션

쿠팡의 경우 불매운동 때 직매입 한 옥시 제품에 대해선 판매를 중단했으나, 입점한 판매업체들의 제품 판매나 검색 제한까지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당시부터 현재까지 옥시를 검색하면 입점 업체들의 옥시 제품 물품들이 소개된다는 것.

위메프에서 옥시 관련 단어를 검색했을 때 한 번에 검색 결과가 노출되지는 않았으나, 카테고리 별로 보면 위메프의 메타 플랫폼인 원더쇼핑에 입점한 업체의 판매 목록이 접힌 형태로 제공됐다.

다만 메인 플랫폼인 위메프에선 옥시를 금칙어로 설정하고, 판매자에 대한 거래도 제한하는 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위메프에서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제품에 대한 딜을 내리고 있다"며 "처음엔 관련 딜 링크를 끊고 딜을 거부하는 식으로 거른다"고 밝혔다.

쿠팡, 티몬, 위메프서 옥시 관련어 검색 비교 표

■ 오픈마켓 검색시 안 뜨는 제품, 네이버·다음에선 노출

네이버와 다음에서 옥시를 검색하면 옥시 제품 및 하위 브랜드 제품의 판매 목록이 가감 없이 뜬다. 네이버의 경우 옥시로 검색하면 세정제로 유명한 데톨 제품들이 전면에 나타난다. 데톨도 옥시 제품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옥시 불매운동 당시부터 지금까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외에 별다른 상품 검색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네이버쇼핑과 다음 쇼핑하우에서 '옥시크린'을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관련 품목 판매 목록

네이버쇼핑 및 다음의 쇼핑하우는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업체들의 제품들을 가격비교 형식으로 노출시켜주는 서비스다. 때문에 오픈마켓에서 검색 시 노출되지 않았던 제품이라 하더라도 포털 가격비교 서비스에서는 나타날 수 있다. 최저 가격일 경우 최상단으로 노출되며, 동일 제품이기만 하면 금액 순위에 따라 빠짐없이 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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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포털 측은 오픈마켓 사업자와 가격비교 서비스와 관련해 계약한 관계이기 때문에, 특정 제품에 대해서 검색 제한을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로 직접 판매업체를 입점시키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만 특정 검색어를 제한할 경우 11번가, 지마켓 등 오픈마켓 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픈마켓도 통신판매중개업자고 저희도 같은 중개업자긴 하나, 그들과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며 “쇼핑에 입점한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서 노출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계약상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네이버, 다음에서 옥시 관련어 검색 비교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