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이 中 선전에 주목하는 이유

풍부한 제조인프라는 장점...제품품질 기준 있어야

디지털경제입력 :2018/11/02 09:13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선전에서 제품 양산을 시도하기 앞서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모였다.

선전은 풍부한 제조 인프라와 저렴한 단가, 빠른 생산 등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많지만 제품 품질 유지가 어렵고 중국 거래처 단가와 생산 기간을 꾸준히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선전에서 기회를 얻고 싶다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제조사를 찾고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단가를 설득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아울러 선전의 강점, 약점을 파악하고 국내 제조산업이 나가야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이 제기됐다.

국내 온라인 제조서비스 기업 에이팀벤처스는 31일 서울시 강남구 소재 마루180에서 국내 스타트업 간 제조 노하우 공유와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제 5회 하드웨어 얼라이언스'를 개최했다.

국내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비비(BBB)의 이윤성 팀장이 31일 제 5회 하드웨어 얼라이언스에서 선전 양산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이번 하드웨어 얼라이언스 주제는 중국 선전이었다. 현장에는 선전에서 제품 양산을 진행 중인 국내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비비(BBB)와 선전에서 국내 기업 진출을 지원해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관계자가 나와 선전 인프라와 제조 노하우를 공유했다. 비비비는 현재 선전에 위치한 제조사 2곳과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윤성 비비비 하드웨어 개발 팀장과 박은균 코트라 전 중국 선전무역관장이자 현 인사팀 차장은 국내 스트타업이 기대할 수 있는 선전의 장점으로 ▲방대한 제조사 네트워크 ▲용이한 부품 조달 ▲저렴한 단가 ▲신속한 제조 속도 ▲엑셀러레이터 밀집 등을 꼽았다.

박 차장은 “의류, 가방, 가구산업이 활발했던 선전은 1980년부터 정보기술(IT)산업 도시로 체질 개선하면서 노키아, 모토로라 등 유명 IT기업 제품을 따라하며 기술력을 키웠다”며 “이제 중국 대표 IT도시로 물동량도 상하이, 싱가포르에 이어 3번째, 벤처캐티팔(VC) 수도 중국에서 2번째로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 기준 선전에 있는 엑셀러레이터 수는 144개, 스타트업 1천300개였다. 지금은 더 많다”며 “해외기업들이 제조 위탁을 맡길 만큼 경험도 많다. 시드스튜디오(seeed studio) 같은 제조사는 국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3~4배 빠른 속도로 소량 제품을 양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선전의 화창베이 전자상가는 용산 전자상가보다 10배 더 큰데다 주변에도 업체들이 모여 있어 제품이나 부품을 구하기 쉽다”며 “주문자제작방식(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찾기 쉬우니 제품 개발비와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양산 단가도 낮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제 5회 하드웨어 얼라이언스에서 발표자와 참석자 간 질의응답이 이뤄지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선전은 이처럼 제조업 기지로서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유념해야 할 점도 많다. 두 발표자는 국내 제조사들이 선진에서 양산을 시도하기 전 반드시 고려할 점으로 ▲제품 품질 관리 ▲단가 등 계약 후 힘겨루기 ▲소통 등을 짚었다.

이 팀장은 “일반적으로 선전 제조사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제품 품질에 편차가 있다. 중국 기업이 생각하는 품질 기준은 국내 기준과 비교해 낮은 편”이라며 “당사도 선전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보니 불량이 발견돼 결국 전수 재검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비비는 선전 제조사에 원하는 품질 기준에 맞춰줄 것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품질 평가에 나섰다. 비용을 들여 국내 품질평가 기관에 검증을 요청하거나 자체적으로 품질검사 장비를 구매해 시험한 후 얻은 데이터를 내밀며 논리적 설득을 한 것이다.

이 팀장은 “결국 우리가 직접 품질 평가 데이터를 확보해 제조사에 제시했다. 확실한 백데이터가 있으면 중국 제조사들도 설득된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 무리라고 할 수 있지만 직접 행동해야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 필요하면 현장에서 검사하면서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 제조사들은 거래 과정에서 단가를 높이거나 제품 개발, 제조 기간을 갑자기 늘리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 비비비는 단가 인상 요구에도 대응하기 위해 직접 글로벌 부품사 단가를 조사해 데이터를 얻은 후 거래처와 협상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계약 첫 단계부터 단가 관련 로우데이터도 요구한다.

이 팀장은 “계약상 (거래를 맡기는) 우리가 갑 같지만 실제 거래를 진행하다보면 부품사가 단가를 인상하거나 개발기간을 미루는 일이 허다하다”며 “국내라면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문제가 법원으로 넘어가 처리되겠지만 중국에서는 문제 해결을 기다리는 동안 회사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비비비는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제조사와 거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우리 회사가 지금 거래하는 곳은 의사결정자와 소통이 잘 이뤄지는 곳”이라며 “중국 제조사과 이야기할 때는 영업 관계자보다는 개발자랑 말할 때가 많은데 이들은 영어를 전혀 못해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 의사 결정자와 바로 이야기할 수 없으면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비비비는 또 다른 제조 노하우로 플랜B를 마련해둘 것을 조언했다. 이 팀장은 “중국 업체와 조율을 해도 결국 끌려가는 부분은 있다. 스타트업이 멀티밴더를 운용하기도 어려우니 플랜B를 생각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품 인증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워낙 넓어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항공 운송할 수 있는 부품이 인증 여부로 갈린다”고 말했다.

에이팀벤처스와 두 발표자는 선전의 이같은 강점과 약점을 국내 제조업계가 잘 파악한다면 다시 한번 활성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제조는 한국에서 매우 큰 산업인데 현재 가동률은 70%대로 떨어졌다. 국내 제조 수요가 선전 같은 곳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본인도 처음엔 제조사업을 시작했지만 너무 어려워 3D프린팅 기술 등을 활용한 온라인 제조서비스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어 “국내서 협력업체를 찾기 보단 중국에서 찾는 것이 더 쉽다. 국내 제조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IT 기반 협력사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도 “국내에선 시제품은 만들기 좋지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다. 발품을 팔며 업체 발굴하기가 어렵다”며 “알음알음 아는 곳을 소개 받는 경우가 많은데 기업 간 인프라나 연락 창구가 많이 부족하다. 이런 점들이 보완되면 국내서 제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