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세금 걷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이슈진단+] 구글세 집행 가능한 일일까(하)

인터넷입력 :2018/11/01 08:19    수정: 2018/11/01 08:21

“기획재정부에서 밝혔듯 (구글에 대한 법인세 부과 문제는) 우리나라 법만 고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세금 관련 전세계 조약은 똑같다. 국내법보다 조약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다 같이 바꿔야 한다.”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거두기 위한 국회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국내법 개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와 정부, 언론이 나서 구글세 납부를 위한 외산 기업에 매출 공개를 압박하고, 이를 위한 관련 법안이 마련돼도 국제적인 공조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뜻이다.

또 자칫 국내법을 개정해 구글, 애플 등에 매출 신고와 추가적인 세금 징수 의무를 부과할 경우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역풍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 국회 "공평과세 구현 위한 대책 마련 필요" 한 목소리

구글과 페이스북의 동영상 광고 매출은 국내 시장의 64% 이상에 달하며, 특히 구글의 매출 규모는 지상파 3사 관련 매출 합계의 5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기준 한국에서 발생한 구글플레이 매출은 4조8천억원에 달하며, 1조6천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세금이나 사회적 공헌 등 국내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는 점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위 소속 유승희 의원은 “해외IT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가 심각해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엄청난 세수손실이 발생하고 국내기업과의 형평성이 훼손된다”면서 “공평과세 구현을 위한 기획재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구글세 관련해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기재부, 금융위, 공정위, 과기정통부, 방통위가 함께 범정부 파원에서 합동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EU나 OECD 등의 대체적인 방향은 서버와 사업자가 역외에 있더라도 과세를 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를 참조하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김성수 의원은 디지털 부가가치세 문제진단 토론회에서 “해외사업자들이 그에 따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성실하게 신고, 납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피해까지 야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외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과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 역시 관련 보고서를 통해 “고정사업장 개념을 확대하고,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 하는 등 제도적 방안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법인세법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데, 구글코리아는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아 제대로 된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지난 9월 일정규모이상 정보통신제공사업자의 서버설치 등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지난해 페이스북이 KT와의 망사용료 분담 과정에서 콘텐츠 접속경로를 해외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 불편이 생긴 데 따른 조치다. 나아가 서버 설치 지역을 고정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권해석에 따라 국내에 서버 설치를 의무화한 뒤, 추가 세법 개정안을 통해 정당한 세금을 받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나아가 국회는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에서 세금을 거두는 일명 '디지털세' 부과에 대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세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서 무형자산으로 수익을 거두는 IT기업에 대해 과세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부가가가치세 개정을 통해 이런 해외IT기업들이 간편사업자로 신고하도록 제도를 마련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추가 세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 기재부·국세청 "EU·영국 방식 단순 도입 어려워"

기재부는 지난 24일 참고자료를 통해 OECD, 유럽연합(EU)이 준비 중인 디지털세와, 영국 등이 추진하는 우회수익세를 국내에 당장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U처럼 디지털서비스 공급에 대한 과세는 WTO 비차별원칙에 따라 내외국법인에 모두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내국법인이 법인세와 함께 중복과세를 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간접세적 성격으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기업에도 세부담이 발생하고, 소비자 전가 문제라든지 부가세와 중복과세될 우려가 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아울러 기재부는 영국과 같이 다국적 기업의 부당한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우회수익세를 도입할 경우 과세요건이 불명확해 조세법률주의 위반 가능성이 있고 조세조약과도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은 2020년부터 연매출 5억 파운드(약 7천315억원)를 웃도는 주요 IT 기업들에게 영국 매출의 2%를 ’디지털 서비스’ 세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기재부는 “EU 등의 단기조치안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OECD가 추진 중인 IT기업 과세문제 장기 대책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이 밖에 G20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EPS) 이행체계에 적극 참여하는 등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해 국내 과세권 확보를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국세청 "여론·언론 구글세 밀어 붙인다고 될 일 아냐"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역시 국내법 개정만으로 다국적IT기업에 대한 세금 징수 문제가 풀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만 독단적으로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국제세원관리담당관은 “구글세와 관련해 국회에서 토론회가 활발히 열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발의된 법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도 “기재부에서 밝혔듯 우리나라 법만 고쳐서 될 일이 아니다. 여러 제약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약은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건건이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OECD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라며 “여론과 언론이 구글세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지만, 정작 국내법을 바꿀 경우 다른 나라도 똑같이 고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하는 국내 기업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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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2020년까지 과세 기준이 되는 고정사업장 개념을 수정할 계획이다. ‘디지털 실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과세 거점을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구글세 도입을 위해 디지털서비스 거래에 3% 세율을 부과하는 조세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구글세 도입을 두고 EU 회원국 간에 의견이 엇갈려 실제 제도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당장 구글세 도입을 주장하며 다국적 IT 기업들에게 매출을 공개하라고 압박한다거나, 서둘러 관련 법안이 국내에서 시행되더라도 국제 공조 없이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