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가장 잘 쓰는 나라 만드는데 앞장"

민기영 한국데이터진흥원장 취임 100일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8/10/24 09:44    수정: 2018/10/25 19:29

"그 사람의 일생 중 한순간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순간이라도 기억되고 싶어하는 드라마속 한 낭인의 독백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재밌게 봤다는 그는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 이 낭인을 꼽았다.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는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고, 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싶을까.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19일 취임 100일을 맞은 민기영 한국데이터진흥원장을 인터뷰, 민 원장과 한국데이터진흥원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민기영 한국데이터진흥원장

민 원장은 대통령비서실 업무혁신비서관을 지내고, 포스코 ICT 기업문화혁신팀, 포스코경영연구원 등을 거쳐 지난 7월 한국데이터진흥원장에 부임했다.

민 원장은 오늘날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주저 없이 답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일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일하는 방식과 사고의 관점을 달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원장 취임 100일을 축하한다. 취임 100일을 맞은 소감과 지난 100일간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데이터 중요성과 진흥원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직접 와보니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꼈다. 취임하고 100일이 지났는데, 정말 전광석화와 같이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기관의 세부적 업무파악을 마쳤고, 나름 로드맵도 그렸다. 데이터 산업과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우리나라 미래를 결정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 1분 1초가 아깝다. 대통령께서도 강조한 것처럼 ‘데이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진흥원 임직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데이터진흥원은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가.

“한국데이터진흥원은 IT 강국을 목표로 출범한 데이터 전문 기관으로 올해 25년이 됐다. 국내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고 일반 국민의 데이터 활용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 원은 우리나라 정보화 역사에 따라 주어진 미션이 조금씩 달랐다.

1993년 설립 당시에는 금융실명제가 처음 도입돼 세상이 투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토지, 세무 등과 같은 공공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주도했다. 이후, 2000년대에는 데이터베이스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해 국내 데이터 전문인력 보급에 앞장서 왔고, 2010년대에는 데이터 유통 및 활용에 중점을 두고 데이터스토어 운영이나 데이터 기반 스타트업 발굴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금은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이터 유통, 활용 지원 사업부터 데이터 전문가 양성, 데이터 표준·품질 인증, 데이터 전문기업 육성과 같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우리나라 데이터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을 ABCDE(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데이터, 에너지)라고 한다.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 데이터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가 측정하기로는 2017년 기준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가 아직 14조 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EU의 16.2%, 미국의 7.6% 수준으로 굉장히 작은 편이다.

데이터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도 30만여 명에 불과하다. 미국 데이터 전문 인력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업계 분들을 만나보면 시장 규모도 작긴 하지만, 일할 사람도 없다는 말도 많이 한다. 우수한 인력이 참여하기를 기대하는데, 우리 사회 분위기가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본다. 사회 분위기 개선도 필요하다.”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빅데이터 실무 교육을 제공하고 취업까지 연계해 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사업으로 올해는 교육 인원을 두 배로 늘려 400여 명의 빅데이터 청년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는 1000명 이상 지원자가 몰려는데, 모두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데이터 전문 인력 사업은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2022년까지 데이터 전문인력 5만 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계획에 발맞춰 진흥원도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해 배출할 계획이다.”

-내년에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데이터 바우처 사업이다. 바우처 사업은 데이터 거래 시장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국회에 올라가 있는 바우처 사업은 5개년 계획이다. 5년간 매년 600억 원 정도를 투입한다. 수요조사부터 진행 과정까지 공정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애초 목표했던 기업보다 더 많은 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거래 기반을 만드는 연구 작업 또한 중요하다. 한국형 데이터 거래소 구축 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누구나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은 데이터 보유기관 간 칸막이가 많아 어디에 무슨 데이터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 기업, 정부, 더 나아가 개인의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 및 거래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 거래 기반을 마련해 원시 데이터를 판매하고, 수요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까지 가공해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유통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데이터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GE가 자신들을 데이터 기업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도 기업이 자신들을 데이터 기업이라고 말하고 싶은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결국 데이터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데이터 산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고, 산업 분류도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데이터 산업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최근 혁신성장 아이템으로 데이터를 선택한 건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

-데이터 산업에 대한 정의와 분류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데이터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기 위해 산업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분류해 데이터 경쟁력을 측정해 볼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등의 기초 연구를 시작했다. 내부에서 하기 어려워 용역을 줬다. 연말쯤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지 기초 연구 결과가 나온다."

-원장 임기가 3년이다. 원장 재임 시 이것만은 해놓겠다는 것이 있다면

“데이터 진흥원이 뭘 하는 곳인지 모든 분이 인식할 수 있게 하고 싶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나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을 보면 변하지 않는 그 기관이 갖고 있는 줄기가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줄기를 갖고 있나 고민해봤다. 데이터 진흥원은 앞으로 우리나라 데이터 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또 데이터 진흥원에 가면 민간이든 공공이든 정보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데이터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 기관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겠다.”

-어떤 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참여정부에서 일하면서 일하는 방식을 많이 배웠다. 대통령을 모시고 같이 토론도 많이 하면서 체험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사안을 그냥 바라보지 않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되고 어려웠지만, 민간에 나가 일해보니 어느새 그것이 내 경쟁력이 돼 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도 문제의식을 갖고 일을 진행하려 한다.

또 실무형 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가능한 많은 부분을 직원들과 같이 토론하고, 문제를 같이 해결해 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 예산과 인력도 적극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민기영 한국데이터진흥원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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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여자대학교 전자계산학을 전공,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 컴퓨터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비트컴퓨터 1기 수료생이다. 전산에 밝은 그는 실무 프로젝트 일환으로 일반인에게 1년간 C언어 강의를 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부 업무처리 전산화 시스템인 ‘이지원’을 만들고, 이후 ‘온나라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확산시켜 부처 업무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을 지휘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전자정부 유공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모짜르트 음악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