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하" vs "장담할 수 없다"

[이슈진단+] 완전자급제 진짜 가능한가①

방송/통신입력 :2018/10/23 17:06    수정: 2018/10/24 13:11

완전자급제가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다시 한 번 국감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통신비 절감과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해 이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영세 유통점 정리를 위한 꼼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완전자급제가 가계 통신비와 단말 가격 그리고 유통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따른 영향과 전망은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유통업계, 국회와 정부 등 이해관계자에 따라 그 결론이 제각각이다.

특히,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만든 단통법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았는데 이를 폐지하고 완전자급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나 세계적으로 법으로 강제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을 논의하면서 시나리오 예측 결과 없이 인터넷 상 댓글 비중을 따지거나, 설문 조사를 통해 완전자급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시민단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도 완전자급제의 전면 도입 대신 자급제 활성화로 결론을 내린 이유다.

완전자급제를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장기적으로는 이 제도가 도입되고 정착돼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단통법을 폐지하고 중소 유통업계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 제도를 당장 도입할 수 있느냐 여부와 과점 구조를 띠고 있는 이동통신?단말 시장에서 완전자급제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것이냐가 가장 큰 쟁점 사항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찬성 진영 “유통 마진 줄여 가계통신비 인하”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과 휴대폰 판매를 분리시킬 경우 이통사와 제조사가 요금과 판매경쟁을 할 것이기 때문에 가계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가계통신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말 가격이 유통 경쟁을 통해 출고가가 인하돼 구입비용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성수 의원은 “이통사가 고가의 단말기와 고가의 요금제로 수익을 올리고 제조사는 별도의 판매망을 운용할 필요 없이 손쉽게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게 돼 이용자는 부담만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조사의 단말기 공급 경쟁, 유통점의 단말기 유통 경쟁을 하는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출고가 인하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투자증권의 김홍식 연구원은 “휴대폰이 일반 가전 제품처럼 유통 구조가 바뀐다면 저렴한 해외 휴대폰이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정 사업자가 휴대폰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가운데 가성비가 높은 해외 단말기의 시장점유율의 상승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완전자급제 도입 시 지난해 기준으로 2만9천여 개에 이르는 통신매장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어 여기에 소요되는 판매장려금을 통신비 인하에 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사용한 마케팅비 총액은 7조9천740억원으로 이 중 49.1%에 이르는 3조9천120억원이 판매장려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변재일 의원은 “통신매장을 가전제품 소매업 매장 수인 7천300개 규모로 줄인다면 소비자의 통신요금을 매월 약 5천원 인하할 수 있다”며 “통신매장 수가 4분의 1로 줄어든다면 통신 3사가 2조9천340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통신사들이 장려금 지급 경쟁을 요금인하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식 연구원도 “지난해 통신 3사 마케팅 비용 합계는 총 8조원이고, 이 중 소비자에 직접 지원되는 보조금이 4조원, 광고비는 1조원 수준”이라며 “완전자급제가 도입돼 보조금 개념이 사라지면 총 7조원에 달하는 비용 감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보조금이 사후에 지급되는 구조로 전환되더라도 판매장려금 3조원 중 상당 부분이 감소될 수 있어 통신사의 적지 않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반대 진영 “단말 가격 인하? 조삼모사”

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과점구조인 이동통신시장에서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이통사들의 통신비 인하를 기대하는 것도, 삼성전자가 단말 시장점유율이 70%에 이르는 상황에서 경쟁구도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오히려 유통망이 도매 중심의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제조사의 유통관리 비용이 발생해 단말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배효주 KT대리점협의회장은 “기존 유통 종사자 6만여 명의 일자리가 빼앗기는 것일 뿐이고 대기업 중심의 새로운 유통 생태계가 생겨나 똑같은 유통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제조사의 유통 관리 비용이 단말기 판매가에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당 100만원에 이르는 스마트폰은 판매량이 적은 소규모의 판매점이라도 월 수 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도매 중심의 대기업 유통망에서 다시 중소 상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중간 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전자급제가 유통비용을 걷어낼 것이란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의 휴대폰 유통구조 때문이다. 대리점과 판매점에서는 단말을 판매하면서 마진 없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에 따른 수수료만 받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유통관리 비용이 줄어드는 대신 단말 제조사의 유통관리 비용이 새롭게 생겨나는 만큼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시 단말 구입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소비자는 이통사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단말기 구입 부담 증가가 나타나게 된다”면서 “단말기 제조사는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완전자급제를 감안해 국내 출고가를 인하할 유인도 높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측도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 “국내에서만 글로벌 제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제조사의 유통비용도 증가될 것이기 때문에 가격 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외산폰은 AS나 유통 등의 비용 부담으로 국내 시장 진입에 한계가 있고 이통사 지원금이 사라지기 때문에 단말 구입부담 경감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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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고가의 프리미엄폰을 선호하는 경향도 단말 가격이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한 몫을 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외산폰 유입으로 국내 제조사와 애플이 기기 값을 내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데, 외산 중저가 단말기는 전국적인 유통망 구축과 사후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