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과중 노동 심각…“2천명 증원 시급”

내년 1천명 우선 증원 예산 추가반영 절실

방송/통신입력 :2018/10/22 13:38    수정: 2018/10/22 15:05

우체국 집배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2천명의 정규직 집배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이 나왔다.

주 52시간 이하 근무, 국정목표인 연간 1천800시간으로 집배원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내년까지 정규직 1천명을 늘리고, 추가 재정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집배원 1천명 정원 확보를 위해 예산의 추가 반영이 요청 사안으로 나왔다. 집배원 1천명이 증원될 경우 인건비 342억원, 사업병비 75억원 등 417억원이 소요된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22일 광화문 우체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배원의 노동조건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인력 충원 등의 7대 정책권고안을 발표했다.

■ 집배원 충원 왜 필요하나

지난 9월 말 기준 집배원 인력은 2만254명이다. 공무원 1만3천456명, 비공무원 6천798명으로 지난 5년간 848명을 증원했으나 1인 가구와 소포물량이 급증하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배원의 지난해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천745시간으로 집계됐다. 국내 임금 노동자 평균 2천52시간보다 693시간이나 많은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우체국에서는 연간 노동시간이 3천시간이 넘는 곳도 있다.

아울러 집배원의 배달물량이 집중되는 설과 추석 명절에는 주간 68.9시간에 이르렀다.

지나치게 높은 노동 강도로 인해 지난 5년간 평균 285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키도 했다. 연간 17명의 집배원이 근무 중에 사고와 질병으로 사망키도 했다.

직무 스트레스도 집배원은 조종사, 소방관, 간호사 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광표 추진단장은 “집배원의 장시간 중노동에 따른 만성적 질환과 사고 위험, 직무스트레스 등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인력 증원,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노동강도 완화 위한 제도 개편 등의 정책 개선방안을 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1년여 논의 거친 7대 권고안 제시

추진단은 집배원의 노동조건 실태를 바탕으로 지난 1년여 논의를 거쳐 7대 정책권고안을 채택했다.

우선 과중노동 탈피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력증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주 52시간 이하 근무를 위해 집배원 2천명의 정규직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토요근무 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약 노력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요근무 폐지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위해 우정사업본부 노사, 민간택배기업, 시민사회, 소비자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마련키로 했다.

또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집배부하량시스템 개선에 필요성이 나왔다. 이를 위해 안전보건관리 전문인력을 확보해 전담조직을 구축하고 노동자와 내외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는 식이다. 집배부하량시스템은 작업여유율, 휴식시간 등을 고려해 표준부하량을 산출한다는 계획이다.

조직문화 혁신도 정책권고안에 포함됐다. 조직문화 개선과 의사소통의 활성화. 우정직군 차별해소와 사기진작을 위한 인사제도를 개선하는 식이다.

이밖에 집배팀별, 개인별 우편물 구분 제공과 구분자동화 설비 확충, 스마트PDA를 통한 마감업무 간소화, 네비게이션 기반의 배달경로 최적화 등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이같은 권고안을 위해 재원 확보가 필수적란 의견이 모였다. 이를테면 우편산업 손실을 우체국 금융사업 이익금에서 우선 충당하는 제도 보완도 방법으로 꼽혔다.

■ 사회적 대화 통한 해법 모색

추진단은 7대 정책권고안 발표와 함께 이행점검단을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집배원의 노동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이행실적을 면밀히 평가할 계획이다.

노광표 추진단장은 “매년 20명에 가까운 집배원들이 목숨을 잃는, 반복되는 사망재해의 원인을 찾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해 왔다”며 “권고안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공감대 형성과 노동조합들의 지지와 협력, 우정사업본부의 집행력 등이 뒷받침돼 집배원의 노동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동호 우정노조위원장은 “오늘 아침에도 우체국 집배원 한 분이 순직하셨다”면서 “인력 충원을 위해 내년 예산 반영이 매우 중요한데, 강성주 본부장과 함께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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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한 점이 주목된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우본의 2개 노조가 민간 전문가로 추진단에 참여해 합의안을 도출했고, 권고안까지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선도한다는 점과 함께, 집배원을 포함한 배달 노동자의 노동저건에 사회적인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