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종사자 6만명 "카카오 카풀 반대" 광화문 집회

인터넷입력 :2018/10/18 17:59

"카카오가 배차 서비스까지만 할 때는 이미지가 좋았는데, 카풀 한다고 하면서부터는 나쁜 이미지로 변했다."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카풀 앱 반대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한 택시 운전자가 한 말이다.

6만 명에 달하는 전국 택시 운전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카풀 앱 불법영업 OUT!'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택시업계 다 죽이는 자가용 카풀 영업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만 명에 달하는 택시 운전자들이 18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카풀앱 반대 대규모 집회에 참여했다.

택시 4개 단체 비상대책위원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광화문 광장 북측에서부터 세종대왕 동상까지 자가용 카풀 영업에 반대하는 택시 종사자들이 가득 매웠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 인근으로 가두리를 치고 5개 차로의 차량통행을 제한하며 집회 참가자에게 개방했다.

집회 연단에 선 택시노조 관계자들은 오후 3시 30분경까지 카카오모빌리티, 풀러스, 타다 등 카풀 서비스들에 규탄하는 연설을 이어갔다. 집회 참가자들은 “택시산업 무시하는 카풀업계 박살내자”, “카풀 빙자 자가용 불법영업, 결사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이후 시위대는 청와대 방면으로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카풀앱 반대 집회

집회 참가자들은 카풀 서비스들이 30만 택시 종사자와 100만명에 달하는 가족들의 생계까지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결의 대회서 연단에 선 한 택시 운전자는 “우버를 몰아냈더니 카카오가 와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며 "이들을 용납하면 우리의 직업이 없어지고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는다"고 말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교통혼잡 시간대 자가용 자동차의 운행을 억제하기 위해 카풀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가 점차 24시간 영업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을 우려, 기존 업계의 생존권을 박탈하게 될 것이라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비대위는 카풀 서비스들이 ‘출퇴근 시간’에 대한 자의적인 법률해석으로 현행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험처리가 되지 않아 범죄 등에 취약해 시민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으며, 2016년부터 시행 중인 택시 감차사업의 효과도 반감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택시는 요금규제, 안전규제, 진입규제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으나 카풀앱의 경우 등록만 하면 바로 운행이 가능해 업종간 형평성에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이용해 카풀앱 반대를 나타내는 판넬을 제작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온 한 택시 운전자는 “카카오T 배차 서비스까지는 괜찮았는데 카풀 서비스를 한다니 이로 인해 카카오가 나쁜 기업으로 각인됐다”며 “카풀만 안하면 좋은 이미지고, 카풀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으면서 왜 카풀까지 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 자유한국당 문진국, 김선동 의원도 집회에 참석해 지지 발언을 했다.

연단에 선 전 의원은 “택시업계에서 카풀 서비스와 관련해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택시 운전사들의 처우 개선과 여러 가지 정책들을 앞으로 택시업계와 의논해 협의하고 저희 당에서 나서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도 당 차원의 카카오 카풀 임시조직(TF)을 꾸리고 당정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광화문 광장 인근에 주차된 택시

비대위는 이날 집회에 참석한 택시 운전사 수를 6만 명으로 추산했다. 수도권 지역에서만 수만 명의 택시 운전사들이 참석했다. 강원, 대구, 광주, 전남 등 지방에선 각 수백 명의 택시 운전사들이 전세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집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택시 운전사들은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오전조 근무를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광화문 광장과 가까운 지하철역인 광화문역에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수도권 지역 택시 운전사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목교역에서 광화문역으로 향하는 5호선 지하철을 탄 양천지부 개인택시 운전자 A씨는 “택시로 밥벌이 하고 있는데 카카오 같은 회사가 빼앗아 가려고 해 다급한 마음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양천지역에서 영업 안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택시 운전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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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골목마다 영업을 멈춘 택시 수십 대가 카풀에 반대하는 스티커를 붙인 채 주차됐다. 일부 택시에는 ‘카풀 사업화 즉각 철회하라! 자가용 영업=탈세=4차산업?’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차량 전면에 붙어있어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도로를 달리는 택시들도 자가용 카풀 영업에 반대하는 스티커를 붙인 채 운행을 하는 방식으로 시위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