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금지땐 블록체인 후진국 전락"

[전문가 릴레이 기고②]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전문가 칼럼입력 :2018/10/18 10:00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지난해 9월 29일 정부가 ICO 전면 금지를 천명한 이후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 10월 10일에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국감에서 “ICO(암호화폐 공개) 허용에 대한 정부 입장을 11월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후 ICO 금지를 위해 정부가 새로 제정하거나 개정한 법률은 없다. 지난 1년간 검찰이 ICO 자체를 금지하거나 적발한 것은 아니었고, 사기죄에 해당하거나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위법 행위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관련 의원 입법안은 총 10개가 제출됐다. 정병국, 정태욱, 박용진, 채이배, 제윤경, 신용현(2개), 권은희, 오세정, 하태경 의원 입법안이 그 것이다. 이 중 하태경 의원 입법안은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암호통화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고, 승인 및 기준 심의를 위해 금융위에 암호통화 발행 심사위를 두기로 하는 등 ICO를 명시적으로 허용했다.

또 지난 10월 8일 조배숙 의원실과 민병두 의원실에서 ICO 허용 입법 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고, 여기서도 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관되게 나왔다. 특히 민병두 의원은 최근 토론회를 통해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법률 제개정이 오래 걸릴수 있으니 시간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제정의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세계 각국은 인터넷을 대체하는 기술로 블록체인을 주목함과 동시에 암호화폐 또는 암호자산에 관한 법률를 제정,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한 입법화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을 유럽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법률안을 통과시켰고, 싱가포르는 MAS 가이드라인을 통해 ICO를 허용하는 한편 기관투자자, 사모펀드, 개인 전문투자자에게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나아가 스위스는 암호화폐 등의 암호자산을 3가지로 분류했다. 자산형, 유틸리티형, 지불형이 그것이다. 그리고 자산형에 해당할 경우 증권법 규정에 따라 이를 규정하고, 지불형의 경우 자금세탁방지법을 적용하며, 유틸리티형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 없이 ICO를 허용하고 있다.

몰타나 에스토니아의 경우도 적극적으로 ICO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외국 상황은 우리나라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ICO 금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천명해온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규제 완화 정책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 결과는 무엇일까?

우선, 블록체인 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과 ICO의 상관관계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이가 많은데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프라이빗과 퍼블릭, 그리고 컨소시엄 형식으로 나눠지고, 탈중앙화와 분산화 이념에 부합하는 것은 개개인의 노드 연결을 요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기본적으로 탈중앙화와 분산화 이념에 충실한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참여자 개개인에게 참여에 따른 보상을 주지 않는다면 그 블록체인 생태계는 발전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에 따른 보상체계 마련을 위해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 바로 ICO다.

ICO는 결국 퍼블릭 블록체인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ICO와 블록체인간 발전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두번째 문제점은 국부유출이다. 많은 기업들이 싱가포르와 스위스 등의 국가에 일반 법인 내지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ICO를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재단법인 등은 설립지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게 되었고, 해당 국가에 체류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각종 법률 검토를 비롯한 자문 비용을 해당 국가에 지출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ICO가 진행되었다면 그 비용이 모두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사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현 상황에서 해야할 일은 분명하다. ICO를 허용해야 한다. 다만 아무런 규제도 없이 전면적으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현재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면서 ICO를 허용할 수 있는 '적절한 수위의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토큰의 법적 성질에 대한 분류 및 그에 따른 (상이한) 규제가 필요하다.

지금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발행되는 토큰의 법적 성질이 증권형인지, 유틸리티형 인지와 상관 없이 모든 ICO가 금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각 토큰의 성격에 따른 맞춤형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전제로서 무엇이 유틸리티형 토큰인지, 무엇이 증권형인지, 그리고 무엇이 지불형인지 토큰의 법적 성질을 분류할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ICO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정부의 지원 및 규제다.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하고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한다. 어느정도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대해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업체들만 발행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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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정부는 ICO프로젝트의 옥석을 가려내고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며 프로젝트의 완수를 위해 ICO 발행자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즉, 정부는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ICO 프로젝트가 반드시 실현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전면 금지 태도를 일관한다면 우리나라는 결국 블록체인 후진국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규제하에 블록체인 산업 주체들이 마음껏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고안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바로 입법을 통한 ICO 허용이 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