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가이드라인·샌드박스 도입 먼저"

[이슈진단+]ICO 합법화 물꼬(하)

컴퓨팅입력 :2018/10/17 17:12    수정: 2018/10/17 17:13

한국이 세계 블록체인 산업을 주도할 골든타임을 잡으려면, 암호화폐 공개(ICO) 합법화를 위한 입법 추진과 동시에, 당장 관련 기업이 비즈니스를 펼칠 때 준용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는 ICO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거나,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되는 블록체인 특구를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ICO 및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블록체인 특구지정을 통해 먼저, 블록체인 산업에 적합한 규정을 찾고, 이를 토대로 필요한 입법까지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입법 과정 수개월...골든타임 지나간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ICO 및 암호화폐 관련 발의 법안을 빠르게 심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관련기사) 하지만, 관련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이후에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통과가 남아 있어 짧게는 수개월이 길게는 몇 년은 기다려야 실제 적용이 가능해진다. 20대 국회 임기가 1년8개월 남은 점을 고려하면 계류하다 임기만료로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은 그동안은 정책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정책 공백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규제'로 인한 건전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은 혹시 모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은행권에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법인 계좌를 내어주지 않고 해외 송금을 막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연쇄 효과다.(☞관련기사)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반면, 세계 블록체인 산업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 한달이 다른 산업 일년 같이 느까진다"고 얘기할 만큼, 블록체인 기술은 물론 ICO 기법, 비즈니스 트렌드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제도적 뒷받침이 안되, 세계적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 공백은 국내 블록체인 기업 활동을 위축할 뿐 아니라, 투자자 피해를 방치하는 문제도 낳고 있다. 규제 공백을 틈타 오히려 음성적인 다단계, 유사수신 행위가 판을치고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이드라인 또는 블록체인 특구 지정 필요"

이에 업계는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법적 성격을 규정하고 ICO를 합법화하는 입법 추진이 이뤄지는 동시에, 당장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은 금융위에 'ICO 합법화 및 거래소 등록제'를 포함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금융위가 정한 일정 요건의 심사를 통과한 ICO에 대해 시행을 허가하고 거래소 등록제를 실시해 자격을 갖춘 거래소에 대해선 계좌 발행 등 영업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ICO 전면 금지 발표 이후 정책 공백 상태다.(표=진대제 회장 발표자료)

진 회장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정부정책 방향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며 "입법에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책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금융위원회가 통합 가이드라인 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아직 블록체인 산업에 적합한 법규제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특정 지역에서 실험하고 배워가자는 주장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지사는 적극적으로 제주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요청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8월 대통령 주재 '민선7기 시도지사 간담회'와 경제총리 주재 '정부 혁신성장회의'에서 제주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공식 요청했다.

원 지사는 “블록체인은 잠재력이 큰 원석이며 암호화폐가 연결될 때 더 큰 잠재력과 가치를 만들어 내는 보석이 될 수 있다”며 “국내 블록체인 및 암호화페 기업들이 해외로 쫓기듯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더 큰 잠재력과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원 지사는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규제를 실험하기에 제주도가 최적지”라며 “섬이라는 독립적 공간이기 때문에 기업과 기관들을 한 곳에 모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실험하기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미지=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업계에서도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광고 플랫폼을 개발 중인 애드포스인사이트의 홍준 대표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통해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요청했다.

홍 대표는 "블록체인 비즈니스와 암호화폐 발행 관련 가이드 라인을 마련한 스위스 주크나 도시국사 싱가폴 등은 엄청난 자금 유입과 고용창출 그리고 블록체인 산업 경쟁력을 갖추며 앞서 나가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블록체인 특구지정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21일 등록된 이 청원에는 현재 2천160여 명이 참여했다.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개발 중인 리빈의 핸리 킴 대표는 최근 지디넷코리아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 기업 공개(IPO) 방식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ICO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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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이 이제 반도체 이후 다음 먹거리 산업을 일궈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IPO 방식으로 일구기는 사실상 어렵다. ICO는 사업 아이템이 괜찮으면 전세계에서 몇천억을 투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ICO라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블록체인 특구를 지정해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은 활동은 모두 보장해주고 디지털 월스트리트가 만들어 질 수 있게 대형 거래소를 유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