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전자 스타트업 보육대, C랩을 가다

"사내 경험 통해 사외 스타트업 300곳 육성 계획"

디지털경제입력 :2018/10/17 17:00    수정: 2018/10/17 17:14

"C랩은 삼성전자 임직원 중심으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지난 3년간 오픈 이노베이션의 메카가 됐습니다. 지난 6년간의 교훈과 경험을 외부로 개방해서 청년 창업, 우리 국가가 당면한 실업 문제와 관련해 C랩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는 17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에 위치한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 내 C랩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6년간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운영 노하우를 우리 사회로 확대해 5년간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본격 육성할 계획이다.

500개 중 300개는 사외 스타트업이 대상이고, 200개는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이 대상이다. 지난 8월 8일 발표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중 하나로, 혁신적인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강화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그 일환으로 이날 올해 지원할 사외 스타트업 신규과제 15개를 선발했다. 그러면서 '관리의 삼성'이라는 수식어에서 나아가 '창의의 삼성'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췄다.

17일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가 C랩 성과와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 상무는 "C랩의 노하우를 외부로 오픈하게 된 것은 한국에서 벤처기업이 잘 자리잡고 공무원을 준비하고 대기업을 위해 3~4년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창업에 도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의 10배가 되는 기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 5년간 100개 외부 스타트업 육성…지원 분야 모바일→全 IT분야 확장

삼성전자는 사외 스타트업 육성 지원 대상을 기존 모바일 분야에서 전체 IT 기술 분야로 확대한다. 삼성전자와 사업 협력이 가능한 2~3년차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만 있는 예비 창업자, 1년 미만의 신생 스타트업도 육성 대상으로 넓힌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5년간 100개의 스타트업을 키울 예정이다.

이번에 선발된 15개 외부 스타트업은 공모전에 지원한 331개의 스타트업 중 AI·헬스·VR·AR·핀테크·로봇·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됐으며, 대학생 창업팀도 2곳 포함됐다. 선발된 회사는 ▲원거리 물체를 원격으로 가상 터치해 움직임을 인식하는 '브이터치' ▲스스로 학습해 발전하는 인공지능 API와 챗봇을 개발하는 '데이터리퍼블릭' ▲유아용 발달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두브레인' 등 15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들은 다음달부터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 마련된 보육 공간에 1년간 무상 입주해, 캠퍼스 내 회의실과 임직원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개발 지원금 최대 1억원 ▲디자인기술특허세무 등 실질적인 창업을 위한 사내외 전문가 멘토링 ▲CES·MWC와 같은 해외 IT전시회 참가 기회 등 지원도 받는다.

또 삼성전자의 강점인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데도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이 상무는 "삼성이 워낙 하드웨어 기반이고 엔지니어도 마찬가지라서 프로젝트 관련 업체들의 70%가 하드웨어, 30%가 소프트웨어 수준인 게 사실"이라면서도 "AI, 딥러닝 등 최근 기술을 적용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회사를 잘 선발해서 중점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 팩토리에서 C랩 과제원들이 3D 프린터를 활용해 테스트 제품을 만들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매년 하반기 공모전을 개최해 육성할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상시 선발도 병행해 경쟁력있는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이날 참석한 라이너 김진우 대표는 "삼성전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차별화된다고 느낀 점은 삼성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강력하다보니 기존 전략에서 나아가 앱을 통해 추가 트래픽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점"이라며 "지원금이나 공간도 있지만, 기존 삼성 서비스들과 전략을 새롭게 수행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존의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서도 200개 스타트업을 키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지원할 예정이었던 육성 사업을 2022년까지 3년 더 연장해 지방 자치 단체와 함께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41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C랩, 6년간 228개 과제에 917명 임직원 참여…외부 협업도 강화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수 있도록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2012년 말에 도입된 C랩은 초기 사내 창의문화 확산을 위해 실험적으로 시작돼 지금은 삼성전자의 사업화와도 직결되는 과제들까지 나오며 삼성전자의 대표 창의혁신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저시력 장애인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눈이 되어주는 소형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 등 기술로 사회에 공헌한 과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C랩은 지난 6년간 228개 과제에 917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외부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입주했다. 창업이 가능한 C랩 과제들은 삼성전자에서 독립해 스타트업으로 나가 지금까지 34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창업했다. 이들은 약 170여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 라운지에서 C랩 과제원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올해 10월말에는 2개 과제가 새롭게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예정이다. 독립하는 과제는 ▲전기차를 자동으로 충전하는 자율주행 로봇 '에바(EVAR)' ▲전신 마취 수술 발생할 수 있는 폐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호흡 재활솔루션 '숨쉬GO'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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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는 “C랩 프로그램을 우리 사회로 확대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삼성전자와 협력이 가능한 스타트업들에게는 파트너십 기회도 제공해 함께 성장하겠다”며 “청년 예비 창업자들도 적극 지원해 창업에 도전하는 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일자리 창출 규모 계획에 대해서는 "지원했던 기업 중 가장 큰 회사가 25명 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100명, 1천명 단위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자리 창출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해외 법인에서도 C랩을 확산하는 것도 분명한 방향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