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를 허용해야 하는 이유

[전문가 릴레이 기고①] 신근영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전문가 칼럼입력 :2018/10/15 12:17    수정: 2018/10/16 09:22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우리나라 정부는 그 동안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부 입장은 ICO에 따른 투자자 보호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건 아니라고 본다. 투자는 원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자산 증식의 한 방법이다. 당연히 리스크가 있다. 그리고 투자자는 보호해서는 안된다.

돈을 던져서(던질投 재물資) 돈을 벌자는 행위가 투자이기에 스스로 리스크를 헷지(Hedge)하고 조심해서 행동해야 하는 것이 투자다.

또한 투기자들과 투자자들을 헷갈리면 안된다. 지금까지의 ICO는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행태였다. 그래서 더욱 보호해줄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나아가 이미 투기자들은 학습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더 이상 ICO로 자금 모집이 안되는 현실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정부 규제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ICO투자자 피해를 한번 살펴보자. 먼저 누가 피해를 보고 누가 사기를 치고 누가 이득을 보았는지 자세히 조사해 분석해 봤는지 당국에 묻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선량한 피해자들이 ICO에 투자해 집을 팔고 땅을 팔아 망했나? 또 이런 사례가 언론에 줄줄이 오르고, ICO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나? ICO로 걷은 돈을 가지고 해외로 먹튀한 사람은 얼마나 되나?

정부가 생각하듯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면 검찰은 왜 ICO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와 불법 ICO에 대한 강력한 고소 고발을 하지 않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동안 시장을 가까이서 보고 수 많은 블록체인 ICO에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본 내 입장에서 ICO 피해를 나름대로 판단해 보면, 정확히는몰라도 예상보다 적은 피해자들과 예상보다 적은 피해금액이 생기지 않았을까 한다.

이렇게 추측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내 주변에 그런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또 최근에 손실을 본 사람들도 초기 투자로 큰 수익을 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여서 오히려 다음 기회를 노린다는 말도 많이 한다.

내가 정확한 실태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일 수 있지만, 안 그렇다면 정부가 태도를 바꿔 ICO에 대한 허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발표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피해가 아주 심각했다면 ICO를 재검토한다는 발표 보다 ICO로 인한 피해 규모가 이러 이러하니 검찰이나 경찰을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하고 아예 ICO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는게 맞지 않을까 한다.

또 지금 IC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한 사람들의 기업활동을 어떻게 파악 하고 있기에 ICO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나는 ICO에 성공한 기업의 CEO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 역시 죽어라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찾아온 인생 최대의 기회를 살리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CEO들이 많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 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하려면 구체적인 피해 사례와 피해 금액, 그리고 이것으로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결국 피해를 입힌다는,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이러한 증거도 없이 막연히 ICO를 금지한다고 하면, 생태계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다. 또 우리는 ICO를 허용해야된다, 막아야된다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ICO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내가 평소 자주하는 다음의 말로 전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헬조선이 맞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70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와 같이 다시 양반과 상놈으로 갈려진, 철저한 계급사회로 변질 됐다고 생각한다. 과거 양반 상놈이 대물림 되었듯, 대물림 되고있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분된 계급사회, 이것이 현재의 우리나라 사회상이라고 생각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으며, 온갖 산업과 온갖 분야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갖가지 규제라는 괴물은 오로지 기득권자을 보호하는 철통 방책 역할만 하고 있다.

언젠가 모 대학교수가 자신은 어릴 때 미국에 유학가서 접시 닦고 굶어가며 고생하며 나라를 이렇게 잘살게 만들었는데, 지금같이 배부르고 등 따스한 젊은이들이 부모 밑에 기생하며 배부른 소리나 한다고 야단을 쳤고, 많은 기성세대가 여기에 감동, 글을 퍼 나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글을 읽고 감동한 기성세대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한번 보자.

인류 역사를 보면 항상 권력을 쥔 귀족과 천민, 그리고 양반과 상놈으로 구분된 사회를 살아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고려시대부터 본격화, 천년을 넘게 이어온 양반과 상놈의 계급 사회는 이 땅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신분 상승이 불가능한 고착화된 세계를 만들어 내려왔다.

이러한 불평등 사회가 일제 36년과 6.25 전쟁을 겪으며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전 국민이 평평한 운동장에서, 누구나 노력하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천혜의 기회를 부여 받았다. 그리고 이런 평평한 운동장에서 전후 강력한 경제개발 계획에 의해 연 10%가 넘는 초고속 성장 시기를 누리며 부를 쌓고 신분을 상승시킨 사람들이 나를 포함한 이른바 기성 세대다.

이렇게 공정하고 평등한 (물론 일부 권력과 빌붙은 재벌 기업들의 행태는 예외) 시기에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집을 살 수 있었고,부동산 투자 등 온갖 방법으로 부를 이루고 노력한 만큼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었던 시기, 즉 꿈과 희망이 넘치는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기성세대다.

그러나 해방 후 70년이 지나면서 기성세대 자신들은 좋은 기회를 다 누리고, 모든 사회, 모든 산업 분야에 온갖 핑계를 들이대어 만든 철통 규제를 둘러 쌓아 철저히 기득권자들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질시켜 버렸다.

사람이 배만 부르다고 천국일까?

꿈과 희망이 없는 나라, 아무리 노력해도 신분 상승이 안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지옥이고, 이런 나라가 이상한 나라다.

공산국가인 중국에서 조차 지난 10년 중 10대 재벌의 순위가 몽땅 다 바뀌는 와중에 우리나라 재벌들은 50년 이상 순위 조차거의 바뀌지 않고, 대대손손 재벌 자식들까지 온갖 갑 질을 해대며 서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

규제가 많아 사업을 못하는 것은 재벌이 아니라 돈 없는 서민이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ICO에 열광하는 것은 가진 것이 없는 자신들에게도 세계 시장에 도전할 기회가, 큰 돈을 벌 기회가 생겨서 그런 것이다. 천재 일우 기회가 생겼는데 여기에 도전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물론, 와중에 준비도 안된 사람이, 무조건 돈을 끌어들이려는 사람이, 그럴싸한 시나리오로 일단 돈을 걷고 보자는 사기꾼 같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런 사기꾼들이 9명이 있고 단 1명의 순수한 도전의식을 가진 젊은이가 있다면, 우리는 그 젊은이의 꿈을 소중히 지켜주고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이런 사기꾼을 골라내 엄벌에 처하고 소중한 꿈을 가진 젊은이를 지지해주는 것이다. 규제로 가득한 이 나라에서 사업계획 하나만 가지고 도전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단 한곳이라도 있는 줄 아나?

우리나라 400만명의 주식 투자자, 수백 만명이 넘을 것 같은 부동산 투자자, 그리고 돈 빌려주고 이자 받는 P2P 대출에 투자하는 약 30만명이 넘는풍부한 투자자 그룹과 비교할 때, 미국 인디고나 킥스타터와 같이 우리나라 크라우드펀딩엔젤 펀딩사이트인 와디즈와 오픈 트레이드에 투자하는 순수 엔젤 투자자의 수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2000명이 채 안되는 한심한 수준이다.

VC업을 하는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엔젤투자 하라고 투자금을 지원 받고는 스타트업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으며, 투자의 안전성을 기한다고 IPO 직전의 다 큰 기업과 이미 성공한 기업만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VC에 투자 제안을 넣고, 심사를 받으려면 회사를 창업해 어떠한 고생을 거쳐, 어떤 수준으로 회사를 만들고,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정부 당국자들도 잘 알 거다.

이렇게 빈손으로 창업자금을 모아 작은 사업이라도 시작하기 힘든 환경, 촛불이라도 들고 광화문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와중에 등장한 블록체인과 ICO라는 새로운 산업의 등장은 돈 없고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신분 상승 기회가 될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를 보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순수한 젊은이들이 왜 사기꾼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누가 감히 그들을 사기꾼으로 보고, ICO를 금지해야 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왜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젊고 똑똑한 젊은이가 큰 돈 모아주면 우주 사업을 하겠다는 사업 계획서를 발표하고, 공개적으로 큰 돈을 모아 꿈에 도전할 수 없을까?

그 말도 안 되는 ‘투자자보호’라는 미명 아래 생겨난 규제 때문이다. 49인 이하 투자는 허용되어도 그 이상은 안되며(이렇게 생색 내듯 만들어낸 제도로 결국은 많아야 몇억 수준의 자금 조달 만 가능한), 또한 인터넷 공모 방식도 7억 이하만 허용되어 애당초 ‘너희들은 세계 시장은 쳐다 보지 말고 국내 시장에서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하는 대기업 하청 사업이나 하라는 제도적 현실에 실망 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런 현실에 더해, ICO를 금지하자는 규제를 하자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다. ICO는 허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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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꿈은 소중하며, 우리는 그들을 지지하고 성원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것이 이 나라를 해방 이후 정권에 빌붙어 부를 늘린 기득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첩첩산중으로 만들어 놓은 규제 덩어리로 더 이상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사회를 만든 모든 기성세대들이 책임을 일부나마 해소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ICO는 설사 일부 조건이 붙더라도 반드시 허용되어야 한다. 당국에 간곡히 부탁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