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침해·비용절감·5G 확대 '3대 쟁점'

[스마트시티 자가망 확대 논란-하]

컴퓨팅입력 :2018/10/15 15:16

지자체와 이동통신사업자가 자가망 서비스 연계 영역 확대를 두고 여전히 입장 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는 자가망 연계를 현재 ▲교통 ▲방범 ▲방재 ▲환경 4개 분야를 넘어 스마트도시서비스 19종(▲행정 ▲교통 ▲보건·의료·복지 ▲환경·에너지·수자원 ▲방범·방재 ▲시설물 관리 ▲교육 ▲문화·관광·스포츠 ▲물류 ▲근로·고용 ▲주거) 전체로 확대해달라고 주장한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는 명백한 사업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지자체의 자가망 연계 영역 확대를 두고 논란이 되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전기통신사업법 침해 여부, 비용 절감, 5G 유무선망 확대 여부다.

(사진=PIXTA)

■전기통신사업법 침해 여부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이다. 현재 기간통신사업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허가제로 운영된다. 민간사업으로 규정, 국가나 지자체가 기간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지자체는 전기통신사업법 제65조에 따라 자가전기통신설비(자가망)를 구축 목적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따라 현행법상 다른 목적을 지닌 자가망끼리의 연계는 불법이다.

지자체는 이를 두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가망끼리의 연계를 허용해달라고 주장해왔다. 자가망이 모두 칸막이로 닫혀 있어, 지자체 내 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아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지난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 사업 추진 때부터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많은 논의 끝에 ▲교통 ▲방범 ▲방재 ▲환경 4개 분야만 자가망 연계가 허용됐다.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유시티에 이어 스마트시티가 대두되면서 자가망 연계 분야 확대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공서비스도 기존 서비스 분야를 넘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자가망을 이용한 서비스는 민간 사업자들이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과는 다른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개인 서비스를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지자체 내부에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공익성이 큰 지자체 서비스만을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는 “내부용도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통신사업”이라며 “지방정부가 통신 사업을 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에 금지돼 있다”고 주장한다.

■자가망 비용 절감 효과 있나

지자체와 국토부가 자가망 활용을 통해 기대하는 건 비용 절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의 임대망을 쓰게 되면 지자체가 한 달에 3백만 원을 지불하게 된다”며 “지자체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임대망을 사용해서는 지자체가 공공을 위한 서비스를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관계자 역시 “자가망으로 CCTV를 운영하면 6년만 지나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고, 다른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자가망 선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동통신사 입장은 다르다. 비용 절감은 사정에 따라 다르고, 또 당장은 자가망을 이용하는 게 비용적으로 저렴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생길 수 있는 부담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통신망을 빌려 쓰는 경우와 직접 사서 쓰는 경우 모두 장단점이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정수기를 예로 들면 렌탈을 했을 때는 청소 코디네이터가 품질관리를 정기적으로 해주는 반면, 직접 사서 쓸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청소를 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다”며 “직접 하는 게 무조건 좋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며 “지자체가 장비를 싸게 구입해 서비스할 수 있지만, 나중에 보안이나 해킹 문제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 문제와 관련, 수십 년간 경험을 통해 노하우가 쌓인 이통사가 더 잘 대응한다는 것이다.

(사진=PIXTA)

■ 무선망으로 확대 여부도 이통사와 당국간 이견

이동통신사는 이번 자가망 연계 확대가 지자체 통신사업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5G 서비스까지도 지자체가 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나중에는 유무선이 연결돼 같이 가게 될 텐데, 지자체가 무선망까지 구축해 서비스하면 5G 사업의 많은 부분이 겹치게 된다”며 “민간 사업자의 경쟁을 통해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통신사업 민영화의 취지인데, 이렇게 지자체와 사업 영역이 겹치게 되면 민간사업자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지자체는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한다. 아직 유선망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구축이 잘 돼 있지도 않은 무선망까지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미래에는 유무선이 통합될 거라 하지만, 무선망과 관련해서는 그때 가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아직 구축되지도 않은 무선망을 가지고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선망은 지자체가 단독으로 구축하기 힘들다”며 “이통사 망과 함께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도 “무선 통신망을 지자체에서 하는 건 비용이나 그 효과 등을 다시 정책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 논의 범위를 유선망으로 제한했다.

■ 해법은 무엇?...먼저 공공서비스 개념을 명확히 해야

이번 자가망 연계 확대 논란은 결국, 자가망을 가지고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이냐가 확실히 나오지 않는 한 합의점을 찾기 힘들다.

이동통신사는 “자가망 연계 확대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공익적 요구가 큰 공공서비스라고 판단되면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단, 지자체가 연계된 분야에서 정확히 어떤 공공 서비스를 할지 명확히 제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모든 연계 분야에서 명확한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의 포지티브 규제가 풀리면 창의적인 여러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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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공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결국, 자가망 연계 확대 논란이 수그러들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공익성이 큰 사업인지 아닌지가 명확히 나와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달 안에 자가망 연계 서비스 확대를 놓고 최종 조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공공서비스의 구체적 모델과 범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가망 연계 서비스의 범위 확대가 이뤄져도 자가망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