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디지털 인재 강화로 내년도 1위 수성"

한동환 디지털금융그룹 "사설인증 곧 선뵐 것"

금융입력 :2018/10/02 15:01

"고객이 어떤 가치를 누리고 답을 찾는 시간이 빨라진 배경엔 디지털이 있다. KB국민은행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 직원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결국 이는 직원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디지털의 본질이 있다. 본질을 보조해주는 기술이다. 고객과 직원이 행복해지는 것이 디지털이라고 생각한다."

KB금융지주의 디지털혁신총괄(CDIO) 겸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상무인 한동환 상무는 이 같이 디지털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인문학적인 대답을 내놨다. 기술의 혁신성을 주구장창 설명하기보다는 결국 디지털로 이뤄야할 미래에 대한 매우 큰 그림을 그렸다. 1일 서울 여의도 세우회빌딩 집무실에서 만난 한동환 상무는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인재 양성'의 중요성과 디지털은 곧 고객 행복과 직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동환 상무는 주변 은행에 비해 디지털 변화의 흐름이 미미하다는 평에 대해 "빠르다는 느낌을 주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지켜야 할 세 가치를 희생하지 않는 것을 우선시 했다"며 "이 가치를 희생해 속도를 빨리한다면 진정한 의미로 빠른 것이 아니다. 보안이나 비용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고객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느려보여도 평균적으로 빠른 길을 택했다"고 답했다.

여기서 그가 꼽은 세 가치 가치는 ▲타 은행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자금 이체나 조회 등 간단한 서비스는 무조건 빠르게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이 은행에서 추천하는 것은 믿어도 된다'는 신뢰다.

한동환 상무는 "비용 문제를 떠넘기지 않고 보안도 안전한 것을 선택하다보니 신중했다.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 등 완전히 비대면에서 할 수 있는 사설인증을 곧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과 1위 자리를 놓고 겨누는 신한은행은 올해 앱 통합작업을 통해 사설인증 방식을 앱 '쏠'에 도입한 바 있다.

KB금융지주의 디지털혁신총괄(CDIO) 겸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의 한동환 상무.

■ 디지털 은행 문턱 낮춰…KPI에서 앱 설치도 제외

올해 한동환 상무가 해온 작업들은 그가 주장한 두 번째 가치와 맞닿는 부분이 많다. 한 번의 로그인 후 별도 인증 없이 모바일 앱에서 빠른 이체를 할 수 있게 했으며, 앱 구동 시간도 비교적 줄었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문턱을 낮췄다'고 언급했다. 한 상무는 "올해까지는 입구를 개편하는데 집중했다. 조회와 이체가 이젠 빠르게 된다"며 "올 연말부터 내년 초에는 자산관리와 대출 쪽을 편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환 상무는 올해 상반기부터 디지털 인재 양성에 주력 중이기도 하다. COE(Center of Exellence)를 운영하고 총괄하고 있다. 한 상무는 디지털 인재의 양성 이유를 '월인천강지곡'에 비유했다. 월인천강지곡 문구 중 달은 하나지만, 수천개의 달을 비춘다는 대목을 들었다.

그는 "은행에서 디지털 인재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적은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COE에서 같이 모여서 같이 각 지주 계열사의 인재들이 공부한다. 로봇자동화프로세스(RPA)도 COE에서 제기된 아이디어였고 바텀업(Bottom up) 식으로 시행됐다"고 말했다. COE에는 각 지주 계열사의 실무진들이 비정기적으로 만나 RPA나 챗봇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에 논의하는 조직이다.

그는 삼성전자와 협력한 배경에도 직원을 위해서임을 내비쳤다. KB금융지주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9에 KB금융의 앱이 기본 설치된 'KB금융폰'을 최근 출시했다. 한동환 상무는 "영업점 직원들의 경영실태평가(KPI)를 앱을 얼마나 설치하느냐로 했었는데, 이를 작년에 없앴다. 앱을 하도 설치하라고 하니 직원들에게서 즉각 나오는 얘기가 '또 앱 만들어? 그만좀 만들어'더라"면서 "디지털 바람을 받아들여야 하는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분위기를 위해 KPI 항목에서 앱 설치를 제외했다. 카카오뱅크도 영업점 직원이 앱 설치하라고 안하지 않느냐. 우리 자체로 디지털 마케팅을 해보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처럼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이 아닌 일부 프로젝트로 쪼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더케이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한동환 상무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상무는 "과거에는 계단식으로 시스템이 발전했다면 요새는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는 경향이 있다"며 "하고자 하는 일을 수월히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외부 협력 강화…디지털 1위도 수성

한동환 상무는 인공지능(AI)스피커나 사물인터넷(IoT)기술을 활용한 가전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대화형 모바일 뱅킹인 '리브 똑똑'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한 상무는 "리브 똑똑에 인공지능을 접목할 것이며 지금 지속적으로 엔진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면서 "얼마 전 대화형 금융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다른 은행도 스피거 등과의 접목을 그릴테지만, (KB국민은행이) 빨리 갈 거란 생각을 한다"고피력했다.

이어 "이제 AI 스피커에서 음악을 틀 때 (명령어로) '땡땡아 음악 틀어줘'라고 한다면, 금융 거래는 무조건 KB국민은행의 '똑똑이'를 통해 명령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똑똑아, 계좌조회해줘' 라는 식"이라며 "이 경우 전자회사나 통신사에 데이터가 쌓이는 게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리브똑똑'의 앱 화면.

이어 한 상무는 "내부 직원들의 알파, 베타 테스트를 거쳐 내년 본격적으로 고객에게 나간다"며 "대출 납기일이라든지, 정기적금 만기일도 알려주는 금융정보 비서, 사실상 은행원으로 똑똑이를 고객들에게 익숙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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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환 상무는 내년 목표에 대해서 디지털 뱅킹의 1위 수성과 동시에 외부 협력으로 생태계 강화라고 설명했다. 한 상무는 "스타뱅킹은 확실한 1등이다. 월 1회 사용자도, 주 사용자도 타 은행에 비해 1위"라면서 "제품(앱)이 좋으면 충분히 영업점 도움없이도 어필될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는 외부와 조금 더 협력하겠다"면서 "삼성전자 등과 과감하게 생태계로 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외부 회사 외에도 '원클릭'으로 핀테크와 KB국민은행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틀도 만들겠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