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북한 민주주의 이끌 수 있을까

[조중혁 칼럼] "오프라인 뒷받침도 중요"

전문가 칼럼입력 :2018/09/28 06:00

조중혁 IT 칼럼니스트
조중혁 IT 칼럼니스트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IT에 대해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IT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폰에 대해서 관심이 높다. 북한에서도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 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약 580만명으로, 25% 국민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공개된 적이 없지만 상당수가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해외 사이트는 접속이 차단돼 북한 내에서 개발한 사이트와 앱만 이용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T는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것으로 흔히 생각한다. 이런 믿음은 자연스럽게 생겼다기보다는 미국에서 퍼뜨린 사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1989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런던 길드홀에서 “기술의 발전으로 국가는 국민들이 접하는 정보를 통제하기가 점점 어려워 질것이다. 전체주의라는 골리앗은 마이크로 칩이라는 다윗과의 싸움에서 결국 질 것이다” 라고 역설했다. 이 연설은 정보통신 기술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독재를 타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만들어 준 연설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이 이후에도 미국은 계속적으로 정보통신기술과 자유민주주의를 연결시켰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역시도 “인터넷이 중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에게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인터넷은 민주주의를 위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찬양했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 역시도 백악관에서 진행된 유튜브 스타 ‘행크 그린(Hank Green)’과 인터뷰에서 “(북한과 같은) 정권은 무너진다. 다만 군사적 해결책보다는 인터넷 같은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해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 자료 이미지(사진=이미지투데이)

IT 기술이 실제 혁명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경우는 2010년 중동에서 일어났던 '자스민 혁명'이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 민주화 요구는 SNS와 휴대폰이 큰 역할을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시위를 축제로 즐겼다. 자신들이 집회에 참석한 사진과 영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려 전 세계에 알렸으며 친구에게 참석을 독려했다.

튀니지에서 민주주의 운동을 하는 ‘리나 벤 메니라’는 블로그, 트위터에 시위에서 사망한 시위대 5명의 사진을 ‘레겝의 순교자’란 제목으로 올려 튀니지 시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기존 혁명이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점차 입 소문을 타고 천천히 퍼지는데 비해 SNS와 블로그는 그 매체의 폭발력을 무기로 기존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퍼지고 시위 역시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일거에 독재자를 물러나게 할 수 있었다. 시위에서의 사진과 시위 관련 소식들은 젊은이들을 가슴으로 울게 만들었고 시위 현장으로 이끌면서 시위가 빠르게 번지는 배경이 되었다.

튀니지에서 시작한 자스민 혁명은 중동에서 이웃나라로 점점 퍼졌으며 결국 이집트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리비아에서는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예멘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물러났다.

자스민 혁명 전 정보통신 기술이 민주주의를 앞당긴다는 믿음은 사실 막연한 기대일 뿐 검증된 이론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스민 혁명 때 언론에서는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모이는 현상을 보고 그 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정보통신 기술이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크게 보도를 하였다. 특히, 페이스북에서 시위 활동을 주도한 사람 중 한명인 와엘 고민(wael ghonim)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회를 해방시키고 싶으면 그들에게 인터넷을 주면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터넷이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첨병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조만간 민주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정보통신기술이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언론은 혁명에 성공한 이집트, 리비아의 성공사례만 보고 이야기하지만,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이집트와 리비아처럼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에 참여하자는 글과 영상이 퍼졌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시민운동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십년 동안 시민사회를 탄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당도 없고, 시민단체가 거의 없었기에 광장으로 나와 민주주의를 외칠 중심축이 부족했고,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으나 경험이 없었기에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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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이집트는 노동조합, 비정부단체, 무슬람 형제단 등이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즉, 오프라인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통신 기술만으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이 민주화의 불꽃이 될 수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땔나무가 필요해 보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