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밸리 조성에 대한 기대

[한서희 변호사 칼럼] 제한적 허용 특례조치 시행 후 문제점 살펴봐도

전문가 칼럼입력 :2018/09/27 17:32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최근 스위스 주크(Zug)와 같은 '크립토밸리' 조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1차 민선7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주특별자치도를 글로벌블록체인특구로 지정해 달라는 공식 제안을 한 바 있다.

국내외에서 건전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크립토밸리 조성이 가능할 수 있을까.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통해 조성 가능성有

우선 제주도에 크립토밸리를 조성한다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을 통해서 크립토밸리를 조성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위 법의 제4편에서는 '산업발전 및 자치분권의 강화'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제295조는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조성을, 제296조에서는 벤처기업집적시설의 지정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산업을 정보통신산업의 일종이라고 본다면 블록체인산업 진흥을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도지사는 기본계획을 수립 및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제295조 제2항).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만일 금융위원회에서 명시적으로 코인공개상장(ICO)을 금지해 버린다면, 이러한 금융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배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융위원회에서 제주도에서만 ICO를 허용한다는 취지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면 어떨까. ICO 및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일정 조건 하에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유예(regulatory sandbox)하는 등 포괄적인 특례법 제정 또는 특례 인정을 위해 가이드라인 형태로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암호화폐에 대한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블록체인산업에 관한 허가를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기본법령을 제정하고 여기에 구체적인 사항을 조례로 규정하도록 한다면 지방자치단체장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상황을 고려하여 ICO 및 블록체인산업 관련 조례를 제정하면 될 것이다.

아직까지 크립토밸리 조성에 관한 현실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만일 전반적인 ICO를 허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특구 지정 등과 같이 제한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특례조치를 시행한 후 그로부터 창출되는 이익과 문제점을 파악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 암호화폐 법적 규정無…외려 리스크 키워

작년 9월 29일 금융위원회는 ICO 전면금지를 발표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지금까지 이를 금지하는 어떠한 내용의 법안도 제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상 규제의 공백으로 남아있는 상태이고 현재로서는 원칙적으로 ICO가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은행권에서 계좌 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등의 우회적, 사실상의 규제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ICO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령이 없는 상태이므로 ICO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의 ICO 금지 방침 발표만 있고 그 후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현재 대부분의 ICO는 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스위스나 싱가포르 등지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스코인의 경우에는 스위스에 재단을 설립하여서 ICO를 진행하였고, 메디블록은 에스토니아에서 진행을 했다. 그리고 글로스퍼는 홍콩에 재단을 설립해서 진행하였고 싱가포르에 재단을 설립해서 ICO를 진행한 것은 직토이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우선 카카오가 자회사 그라운드 엑스를 일본에 설립해서 연내 블록체인개발을 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고,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해서 암호화폐거래 허가를 신청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선 암호화폐의 법적 성질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세무나 회계상 처리의 곤란을 겪는 문제가 있고, 또한 규제 여부도 불분명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데 규제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관련기사

현행법상으로는 거래소에 대한 등록제나 인가제를 시행할 근거가 없고, 그래서 통신판매업자로 신고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아무런 투자자 보호조치도 없이 거래소가 설립되고 있어 거래소 난립 및 소비자 보호 차원의 문제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거래소에 해킹방지시설이나 고객신원확인시스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춘 건전한 거래소의 육성이 요원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살펴보면 ICO 전면금지 및 거래소 규제 공백 상태라는 현 상황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상당한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고 그 결과 관련 산업 전체의 발전이 저해되는 측면이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2007 :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2008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10 :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2012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경제법),2010 : 대우증권,2011 : 현재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