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차량 공유·핀테크 활로 열까

시장 진출 발판 마련..."심의위에 혁신파 넣어야"

방송/통신입력 :2018/09/21 11:31    수정: 2018/09/22 10:56

ICT 신기술·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규제 적용을 유예해, 시장 영향을 실증하는 '규제 샌드박스법'이 시행을 앞두게 되면서, 특히 규제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던 차량 공유, 핀테크 산업 활성화 여부에 주목이 쏠린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 산업들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 그런데 지난 20일 국회에서 규제 샌드박스 도입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자가 규제특례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관련 기관과 민간 전문가 등이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규제 샌드박스 조건을 마련하는 식이다.

기존 정보통신융합법 내 임시허가 제도와 규제 샌드박스 비교 표.

기간, 지역 등이 제한될 수는 있어도 실증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게 해당 법의 특징이다. 이전처럼 특정 부처에서 신기술·서비스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시장 진출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맡는 것도 의의가 있다.

과기정통부는 ICT 분야 규제 개혁 소관 부처이지만, 타 부처나 지자체 등의 반대로 규제 개선이 좌초된 경우가 많았다. 업계는 ICT 규제 개혁에 적극적인 과기정통부가 주도권을 잡게 돼 그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 차세대 서비스인 차량 공유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을 들어 위법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객법에서는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차량을 유상 운송에 사용하거나 임대, 중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시 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뒀다.

차량 공유의 일종인 카풀 서비스 업계에서는 개별 운전자마다 일 4시간씩, 주 5일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내놨다. 출퇴근 시간이라는 제한 조건을 우회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24시간 카풀 허용이라는 택시업계의 반발, 관련 부처의 위법성 지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시장이 침체됐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법 시행에 대한 업계 기대감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동안의 규제 개혁 시도가 전부 무산된 때문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기관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택시업계의 반발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된다고 해서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풀러스 '출퇴근 시간 선택제'.

핀테크 업계에서는 스타트업들이 해외 송금 한도, 개인정보 활용 등 규제에 가로막혀 금융 신규 서비스 출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외 송금 한도는 건당 3천 달러(약 335만원), 연 최대 2만 달러(약 2천234만원)다. 반면 시중은행은 추가 증빙을 거쳐 개인은 10만 달러까지, 기업은 한도 제한 없이 송금 가능하다.

핀테크 스타트업 중 하나인 '팍스모네'의 경우 남은 신용 한도를 결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핵심 사업 모델로, 국내외 특허도 등록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규제로 서비스 제공이 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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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차량 공유, 핀테크 모두 규제 샌드박스법 적용 범위로 해석할 수 있다"며 "실제 환경과 비슷한 조건에서 신기술, 서비스를 테스트해볼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도 시장 영향을 검증할 수 있어 허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현행법 내 금지행위에 해당돼 사업을 펼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핀테크 업계는 개정안 내 '신규 정보통신융합 등 기술, 서비스가 다른 법규에 의해 허가 등을 신청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되는 사례"라며 "향후 핀테크 관련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가 열릴 시 금융 혁신에 긍정적인 인물이 심의위원으로 많이 위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