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북 겨냥 유럽 저작권법, 어떻게 되나

'의회 승인'은 첫 걸음…EC 등과 3자협의 거쳐야

인터넷입력 :2018/09/13 14:45    수정: 2018/09/14 08:3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초안이 유럽 의회를 통과했다. 이 저작권법이 최종 확정될 경우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 회의에서 찬성 438표, 반대 226표, 기권 39표로 저작권법 초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지난 7월 열린 1차 독회 때 의회에서 한 차례 무산됐던 저작권법 개정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게 됐다.

(사진=유럽연합)

물론 유럽의회가 저작권법을 승인했다고 해서 곧바로 발효되는 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입법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유럽의회의 이번 승인은 입법으로 가는 첫 관문을 넘은 정도라고 보면 된다.

■ 링크세-업로드 필터 도입 놓고 열띤 공방

새롭게 준비되고 있는 저작권법의 핵심은 링크세(11조)와 업로드 필터(13조) 관련 조항이다. 인터넷 자유 옹호자들은 두 조항이 적용될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링크세의 주 타깃은 구글이다. 각종 콘텐츠를 링크할 경우 세금을 물리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구글 뉴스는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더 논란이 큰 것은 13조에 규정돼 있는 ‘업로드 필터’ 설치 조항이다. ‘업로드 필터’란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링크세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담을 주는 조항이라면 업로드 필터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전 검열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사진=씨넷)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당장 큰 일이 생길 것만 같다. 하지만 유럽은 법을 하나 만들기 위해 복잡한 토론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저작권법이 최종 발효되기까지는 지리한 공방을 더 거쳐야만 한다.

이번 법안은 2016년 9월 EC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EU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디지털 단일 시장’의 일환으로 제안된 것이 이번 법안이다.

잘 아는대로 EC는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유럽에선 EC가 유럽의회에 입법 제안을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기존 법을 개정한다.

제안을 받은 유럽의회는 1차 독회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법안을 채택되기도 하고, 또 기각되기도 한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엔 수정을 위한 2차 독회로 넘겨지기도 한다. 2독회에서 기각될 경우엔 법안이 폐기된다.

■ 3자 협의 거친 뒤 내년 1월 유럽의회서 최종 표결

이번 저작권법은 지난 7월 1차 독회 때 기각됐다. 이후 독소 조항으로 꼽힌 몇몇 조항들을 수정한 뒤 새롭게 2차 독회로 올라왔다. 이번에 2차 독회에서 지지를 받으면서 법안으로 살아남게 됐다.

하지만 법으로 최종 확정되기 위해선 더 많은 토론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첫 관문은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Council of EU),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등 3자간 협의(trilogue) 다. 3개 기구는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놓고 공방을 벌이게 된다.

유럽의회가 저작권법을 승인한 직후 앤드루스 안십 디지털 단일시장 담당 집행위 부위원장과 바리야 가브리엘 디지털 경제 및 사회 담당 위원이 즉각 환영 논평을 내놓으면서 3자협의에 강한 기대를 나타냈다.

앤드루스 안십 부위원장(왼쪽)과 바리야 가브리엘 집행위원. (사진=유럽연합)

둘은 공동 회견문을 통해 “유럽의회 투표 결과를 환영한다. 유럽연합 저작권법을 현대화하려는 공동 목표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걸음이다”고 논평했다.

3자간 협의를 통해 조정된 법안은 다시 유럽의회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일정으론 내년 1월쯤 유럽의회가 3자협의 결과를 놓고 또 다시 표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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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최종 표결을 하면 EU 차원의 입법 활동은 마무리된다. 이후엔 각 회원국이 자국 사정에 맞게 법안을 재해석하는 과정을 또 거친다.

따라서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럽 저작권법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변수가 남아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