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사업 헤드카운트는 공정거래법 위반"

김도승 목포대 법학과 교수 11일 토론회서 밝혀

컴퓨팅입력 :2018/09/11 22:11    수정: 2018/09/11 22:11

"일반 소프트웨어(SW) 개발사업은 통상 도급계약에 해당하는데, 여러 헤드카운트 관련 관행은 실제 도급계약상 발주자 권한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정거래법과 파견업법 위반 소지가 크다. 금융부문만의 문제라서가 아니다. 금융에서의 SW와 SW산업계의 금융, 상호간 중요성을 감안하고 금융산업계가 헤드카운트 관행의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한다면, 산업 선순환과 동반성장에 큰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한다."

11일 고용진의원실 주최 토론회 발제를 진행한 목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법학과 김도승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한국 IT서비스시장에 만연한 헤드카운트(head count)식 SW개발사업 관리 방식에 위법 소지가 크다는 진단이다. 열악한 SW개발자 처우와 산업 인재유입 및 동반성장 등 산업발전 저해 원인일뿐아니라, 계약당사자의 관행적 행위가 현행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목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법학과 김도승 교수(왼쪽에서 세번째)가 금융권SW산업 헤드카운팅 관행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모습.

헤드카운트는 SW사업에 '개발자 몇 명을, 어느 기간동안 쓸지' 명시하는 방식이다. 그간 발주자는 헤드카운트를 프로젝트의 비용산정, 참여인력과 사업수행 관리에 편리한 수단으로 인식해 왔다. 반면 수주자는 합리적 인력활용의 걸림돌이자 불명확, 불합리한 요구사항의 배경이었다. SW개발자에겐 열악한 처우와 낮은 임금 문제, SW산업 차원에선 경쟁력 하락과 선순환 저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이후 공공분야에선 제도적으로 SW개발사업의 헤드카운트 관행 개선 노력을 추진해 왔다.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지침을 개정해 공공SW사업 제안요청서(RFP)에서 맨먼스(M/M) 기반 인력관리 항목을 제외하게 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3월 정보화전략계획(ISP)이나 유지관리 등 일부 유형을 제외한 공공SW 사업에서 헤드카운트 인력관리를 원직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전체 SW시장에서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다. 민간이 차지하는 나머지 75% 시장의 헤드카운트 관행도 함께 변화가 필요하다. 이날 고용진의원실 토론회는 나머지 민간 시장 중에서도 공공 부문보다 비중이 큰 금융분야 관행부터 개선할 방안을 논의할 자리로 열렸다. 금융 분야의 시장규모 때문만이 아니라 그 공공성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전체 SW산업 선순환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금융권 SW산업 헤드카운팅 관행,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열린 행사에선 김도승 교수 발제에 이어 전국은행연합회 김응수 IT부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곽병진 SW산업과장, 금융위원회 주홍민 전자금융과장,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신영수 교수, 한국SW산업협회 조영훈 산업정책실장, IT컨설팅업체 VTW 조미리애 대표 등 패널간 토론이 이어졌다.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오재인 교수가 토론 좌장을 맡았다.

■ "투입인력 및 기간 중심 SW사업관리, 공정거래법 거래상지위남용 등 실정법위반 소지 커"

토론 발제에서 김 교수는 금융을 비롯한 민간 SW개발사업이 발주자와 수주자간 도급계약으로 체결되나, 사업관리체제를 투입인력과 투입기간을 기준삼는 헤드카운트 방식에 의존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의 거래상지위남용 행위에 해당하는 경영간섭, 불이익 제공, 그리고 파견업법 위반 등 실정법 위반소지가 있고 일정부분 SW산업발전과 인재유입, 선순환과 상생을 저해하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목포대 법학과 김도승 교수, 금융권 SW산업 관행 개선 토론회 발제 자료 일부.

김 교수는 "도급계약은 당사자 한쪽이 일의 완성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 결과물에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라며 "도급 형태의 SW개발계약시 발주자는 일부 이행사항의 요청을 도급의 범위 안에서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고 인정되지만, 원칙적으로 일에 투입되는 인력점검이나 헤드카운트라는 용어를 댔을 때 상상되는 여러 낯뜨거운 관행은 도급계약 발주자의 법적 권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계약 현실은 발주처가 일방적인 인력교체권한을 갖거나 상시 인력보고를 받는데 이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부당한) 경영간섭 행위로 문제소지가 크다"며 "기능점수로 SW개발사업계약을 맺고 (개발완료로) 계약이 이행됐음에도 '인력이 예정보다 덜 투입됐다'고 그걸 정산하거나 계약목적과 무관한 업무를 추가요구하는 것도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중 불이익 제공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헤드카운팅 관리방식은 (발주처가) 해당 사업장에 와서 개발인력 투입 요구나 실질노무 또는 근로상 지휘감독권한을 갖고 이는 경영간섭을 넘어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까지도 연출하는데 그 자체가 파견업법 위반이나 다른 형사법, 행정법 위반 소지까지 고려될 수 있다는 건 별론으로 하더라도 일반 국민, SW개발자가 자괴감을 느끼고 SW산업으로 인재유입을 막는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또 "전통산업과 달리 SW개발의 비가시성때문에 헤드카운팅이란 관행이 생겨났지만 SW산업으로의 인재유입과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란 지적과 공정거래법 주요 단속규정 및 파견업법 위반으로 당사자들이 법률적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보수적인 금융계가 SW산업계 병폐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면 선순환 흐름에 모범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하며 동반성장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 학계·SW산업계 '실정법 위반' '업계 후진적 병폐'…공공·금융계 '문제 인식했다' '완전 금지 어렵다' 온도차

금융사업자, 금융감독 관계당국, 학계, 정부, SW산업계 등 각계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학계는 발주자인 금융계에 도급계약 기반 헤드카운트 관행의 위법 소지를 경고하는 한편 개선 가능성을 독려했다. 금융계는 문제제기에 공감하며 개선안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 측은 공공과 금융 부문 발주처 형편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개선을 촉구해 온 SW산업계는 이런 온도차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금융권 SW산업 헤드카운팅 관행,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참석자들.

전국은행연합회 김응수 부장은 "토론회 배경, 취지에 공감하지만 당사자 자율이 아닌 (헤드카운팅 관리방식) 금지 조항 반영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며 "계약 당사자간 합리적 해결이 가능하도록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헤드카운팅이 다양한 사업유형, 대가산정, 예산수립, 사업자 선정기준, 품질관리, 보안점검과 출입통제 등 정보보호측면의 투입인력관리 등을 감안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 곽병진 과장은 "공공은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원격개발을 활성화해 헤드카운트 관행 줄이려 노력중이지만, 그간 예산편성, 기획재정부 예산심리, 발주시 요구명세, 사업관리, 종료 후 감사대응 등 측면에서 크게 유리한 헤드카운팅을 선호해왔기에 익숙해진 방식을 완전 배제하기 쉽지 않다"며 "발주자 기본역량뿐아니라 수주 사업자의 역량도 상당수준 올라와야 자리잡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 신영수 교수는 "거래상대방이 마땅히 기대할 권리와 이익을 적정수준 보장해 주는 균형이 상실되면 불공정거래 문제가 되는데, 헤드카운팅 문제의 공정거래법 저촉 문제도 공정의 개념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또 SW같은 지식정보성과물 제작과정에 필요한 창의, 자유, 이런 가치를 관념적으로만 인식하고 상업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우리 업계 후진성으로도 이해된다"고 꼬집었다.

조미리애 VTW 대표는 "계약상 책임, 돈, 명예가 걸린 사업자만큼 결과물 품질과 납기를 신경쓰는 주체가 있을 수 없는데 그 과정을 시시콜콜 관리하는 데서 헤드카운팅 문제가 불거진다"며 "SW산업계는 고객이 이래라저래라하는데 익숙해져 능동적 노력, 창의적 제안 기회 뺏기고 망가진다는 점에서 문제 심각하고, 도급계약시 어떤경우든 헤드카운팅 전면금지토록 인식전환과 제도 마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금융위 주홍민 과장은 "헤드카운트는 금융뿐아니라 노동법, 공정거래법 문제와도 맞닿아 대처가 필요해 보이고 일견 후진적 방식으로 비친다"며 "그럼 기능점수로 한다면 문제가 해소될지, 업무량을 정의하고 법적 책임을 명확화하는 부분, 예산편성 등 기존 풍토에서 어떻게 운영할지는 도전적 과제같다"며 "오늘 토론 계기로 정부 관련기관과 금융협회 SW관계자들 함께 논의 진척할 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SW산업협회 조영훈 실장은 "과기정통부와 함께 모니터링단 운영으로 공공부문 RFP나 사업시행을 점검하고 있는데, 이게 민간에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권에서 아무 사업자나 금융SW사업 못하는만큼 사업자선정시 투입인력보단 기업 노하우로 평가 및 인식확산 노력을 부탁드린다"며 "사업자 책임 명확화, 기술자 처우개선, 근로시간단축 사업관리방식 공동연구를 추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