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구글·페북에 디지털세 도입해야”

"수익 있는 곳에 과세 있다"...역풍·한계 우려도

인터넷입력 :2018/09/10 19:01    수정: 2018/09/11 07:56

국회 토론회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조원의 수익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자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이중과세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바른미래당 박선숙·김성식 의원은 10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디지털세,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세무 및 인터넷 분야 전문가들은 일부 국가에서 이미 적용 했거나 검토 중인 디지털세를 놓고 다각도의 논의를 진행했다.

현재 구글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광고 수익 등으로 국내에서 4조8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린다고 추정되나, 법인이 아일랜드에 있어 현행법으로는 과세가 불가한 상황이다.

'디지털세,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 토론회

영국은 지난 2015년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함에 따라 해당 세법이 적용되는 올해 1월 구글은 영국 조세당국에 1억3천600만파운드(1천970억원)을 납세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3월 내외국법인 모두에게 매출액의 3%의 법인세 명목의 디지털세 기준을 마련했다. 적용 대상은 전세계 매출액 연간 7억 5천만 유로 초과 및 EU 내 연간 매출액 5천만 유로 초과 기업으로, EU는 2020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익 있는 곳에 세금" VS "원칙보단 장기적으로 불리"

디지털세 도입에 찬성하는 쪽은 ‘수익이 있는 곳에 조세가 있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자본 수출 원천지국의 세수입이 많아져야 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김성식 의원은 “통상 기업들은 매출이 발생한 지역에 법인세로 경제적 기여를 하게 되나 (일부 해외 인터넷 기업들은) 많은 매출과 수익을 가져감에도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과세 기반이 취약해진다면 기업을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해외에 자본이 나가는 것과 관련해 우리에게 유리하게 해주는 게 우리 경제에 부합하느냐는 식으로 유·불리를 따지면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큰 방향을 보고 가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미국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에 세수입이 늘어나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천지국 과세 차원(자국의 국민과 자국의 영토 내에서 발생된 모든 소득에 대하여 해당국가가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에서 다국적 IT 기업에 과세하면 EU는 조세 수입을 올릴 수 있으나, 지식재산권(IP) 콘텐츠 발전이 유망한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훈 서울 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디지털세 도입으로 기업 영업에 대해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이론적 의미가 있지만 사실 국가 간 주도권 싸움으로 보인다”며 “(EU 등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적 4차 산업혁명을 보면 방탄소년단, 싸이와 같은 콘텐츠로 SNS나 다른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뻗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율촌 이경근 세무사는 “원천지국 과세 차원에서 디지털세를 과세할 경우 디지털세를 2020년 적용할 예정인 EU는 (디지털 사업력으로는 소위) 잃을 게 없는 국가였다”며 “디지털 기술의 경쟁력은 EU보다는 중국, 인도 등으로 많이 넘어와 있는데 상대적으로 조용한 상태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은 오히려 미국 기업들이 국가에 납부할 세금을 해외에 빠뜨리고 있다며 미국은 미국대로 분노하고 있다”면서 “작년 세제 개편을 대대적으로 해 인센티브를 준다며 외국에 걸어놓은 소득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세 도입해도 기존 세법으론 한계

디지털세를 부과할 경우 법인세 혹은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부과할 수 있다.

홍민옥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회계사의 발제에 따르면 EU, 일본, 호주, 이스라엘 등은 일부 혹은 모든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법인세, 특히 매출액 기준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인도, 이탈리아, EU 등이다. EU가 지난 3월 정한 매출액의 3%에 대한 과세 기준이 이에 해당한다.

법인세-매출액 기준 과세

현행 세법상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경우 고정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에 대해선 ‘전자적 수단’을 통해 국내 개인소비자에게 재화와 용역을 제공한다고 본다. 하지만 과세 범위가 게임, 음성, 동영상 파일, 전자문서, 소프트웨어 등 저작물과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항목으로 제한적이어서, 유튜브 광고와 같은 온라인 광고, 공유경제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경제 과세엔 취약하다는 게 홍 회계사의 지적이다.

이에 홍 회계사는 EU의 부가가치세 지침 수준으로 전자적 용역의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인세 명목으로 과세할 경우에도 한계점이 지적됐다. 부가가치세와 마찬가지로 현행 국제조세체계하에서는 외국기업의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 이에 OECD는 현행 고정사업장 개념을 대체하는 과세연계점을 국제적 합의를 통해 2020년까지 정한다는 계획이다. 과세연계점은 매출, 디지털, 사용자 요인 등을 고려해 정한다.

법인세-고정사업장 대안적 기준

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과세한다 하더라도 조세조약 체약국 사업자에게 적용이 불가하거나, 국내 사업자에도 적용해야 하는 무차별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거래세로 과세하는 경우 국내 사업자의 이중과세 문제도 발생한다.

홍 회계사는 부가가치세를 통한 디지털세 과세로 법인세 방식의 한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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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계사는 “부가가치세 과세 양성화로 세원을 확보한 후, 이를 통해 디지털 사업자 사업규모 얼마나 많은 사업장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을지 과세정보 파악할 수 있다”며 “OECD 합의에서 우리나라는 일정 포지션을 갖고 참여를 하면서 미리 대응·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측면에서만큼은 먼저 부가가치세 양성화를 통해 해외 기업의 정보를 획득하는 게 한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숙명여대 오준석 경영학부 교수는 “원천징수를 통한 부가세 방식의 과세하는 것은 법인세와 같은 직접세 보다 기업의 정보 메커니즘을 얻어댄다는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기업의 모든 측면에서 정보를 확보해 비교적 정확한 과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