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후보 4명 면면을 살펴보니..

순혈주의 버려...'고난의 행군', 누가 이끌까

디지털경제입력 :2018/09/10 15:09    수정: 2018/09/10 15:10

인텔 이사회가 최근 유력 CEO 후보 4명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인텔)
인텔 이사회가 최근 유력 CEO 후보 4명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인텔)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불명예 퇴진 이후 "내부·외부를 가리지 않고 CEO 후보를 찾겠다"던 인텔 이사회가 전·현직 인텔 인사 4명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좁혔다. 이들은 대부분 퀄컴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1985년 창립 이후 내부 승진을 통해 CEO를 선정하던 인텔은 내부 인력풀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인사 영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그러나 누가 인텔 CEO에 오르든 '고난의 행군'을 피하기는 어렵다. 10nm(나노미터) 공정 지연과 스펙터·멜트다운 등 보안문제, 인텔이 주춤한 사이 치고 나온 AMD의 반격 등 각종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 "CEO 후보 오른 인사들, 인텔 이사회와 협의 마쳐"

블룸버그는 지난 5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퀄컴 근무 경력이 있는 산제이 자와 아난드 찬드라세커, 그리고 현직 인텔 임원인 내빈 섀노이, 머시 렌두친탈라도 인텔 이사회와 협의를 거쳤다"고 보도했다.

산제이 자 전 글로벌파운드리 CEO는 퀄컴과 모토롤라 모빌리티 등을 거쳐 AMD, 엔비디아, 퀄컴 등 기업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글로벌파운드리에 재직하다 최근 CEO를 사임했다.

인텔 CEO 후보로 등극한 머시 렌두친탈라(좌) / 내빈 섀노이(우). (사진=인텔)

아난드 찬드라세커는 엄밀히 말하자면 '인텔 OB'다. 그는 2000년 초반 펜티엄M 프로세서와 와이파이 칩셋을 한데 엮은 센트리노 플랫폼의 성공을 이끈 장본인이며 퀄컴으로 이직해서 서버 칩을 설계하다 최근 사임했다.

머시 렌두친탈라는 인텔 수석 기술 책임자이며 커넥선트, 스카이웍스 등 반도체 기업에서 오랜 경력을 거쳐 퀄컴 CDMA 부문을 진두지휘했고 2015년 인텔에 합류했다.

내빈 섀노이는 구글로 이직했다 사임한 다이앤 브라이언트의 후임으로 데이터센터 그룹을 맡고 있다. 그는 세일즈 및 마케팅을 비롯해 사내 다양한 부서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재임 중 인력 상당수 이탈

인텔은 1985년 창립 이후 내부에서 성장한 인력을 CEO 후보로 육성해 키우는 '순혈주의'를 고집해 왔다. 인텔을 거쳐간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앤디 그로브, 크레이그 바렛, 폴 오텔리니는 물론 최근 사임한 브라이언 크르자니치까지 이 노선에서 이탈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인텔의 CEO는 고작 6명에 불과했다.

다이앤 브라이언트도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재임 기간 중 인텔을 떠났다. (사진=인텔)

그러나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재임 기간동안 유력 CEO 후보로 꼽히던 르네 제임스, 스테이시 스미스, 다이앤 브라이언트와 커크 스카우젠 모두 인텔을 떠났다. 이는 인텔 인력 풀이 상당 부분 고갈되었음을 의미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임 CFO인 스테이시 스미스는 인텔 CEO 자리를 거부했다. 현재 임시 CEO를 맡고 있는 밥 스완 CFO는 일찌감치 CEO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 '고난의 행군', 누가 진두지휘할까

그러나 누가 인텔 CEO에 올라도 '고난의 행군'은 피할 방도가 없다.

인텔 10nm 공정에서 생산된 코어 i3-8121U를 탑재한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330. (사진=JD.com)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문제는 2015년 이후 3년째 지연되고 있는 10nm 공정이다. 비록 지난 2분기부터 10nm 공정에서 생산된 코어 i3 프로세서(캐논레이크)를 소량 생산중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준비운동에 불과하다.

최근 투자회사 번스타인(Bernstein)의 애널리스트 마크 리(Mark Li) 등에 따르면 인텔은 오는 2021년까지 EUV 공정 도입을 3년 뒤로 미루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보다 수년 늦은 행보다.

1990년대 이후 인텔 프로세서에 도입된 분기예측·하이퍼스레딩 등 다양한 기술이 불러온 부작용인 스펙터·멜트다운 등 보안문제도 있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용 8세대 코어 프로세서(위스키레이크·앰버레이크)는 일부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완벽한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 "7nm는 우리가 먼저" 인텔 점유율 파고드는 AMD

여기에 지난 해 젠(Zen) 아키텍처를 도입 이후 조금씩 인텔 프로세서의 점유율을 노리는 AMD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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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리사 수 CEO는 올해 안에 7nm 프로세서 출시를 공언하기도 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AMD 리사 수 CEO는 지난 6월 "7nm 공정에서 만든 그래픽칩셋은 올 하반기, 서버용 에픽(EPYC) 프로세서는 오는 2019년 출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인텔보다 한 발 앞서 32코어, 64스레드로 작동하는 스레드리퍼 2세대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인텔을 겨냥한 AMD의 발언도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지난 달 한국을 찾은 AMD 클라이언트 담당 트래비스 커시 매니저는 "AMD는 보안 문제에 대해 최소한 인텔보다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인텔이 그동안 코어 프로세서에 과다한 가격책정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해 왔다"며 날선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