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 'ICO 겨울' 아니다...오라클과 같은 회사 될 것"

[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100미터 10초8에 뛴 '바람의 아들'

인터뷰입력 :2018/09/06 09:36    수정: 2018/09/07 13:10

"암호화폐공개(ICO) 시장이 침체돼 있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중에 돈이 넘쳐납니다. ICO와 블록체인하는 사람들이 무언가 보여주지 못해 그럴 뿐입니다. 우리는 시장가치보다 수익을 더 중요시 합니다. 시장가치 1조원 회사보다 연간 100억 원의 수익을 내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블록체인 세계에서 1세대로 꼽힌다. 최근 강남 본사에서 만난 그는 "오라클과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세계적 IT회사가 됐다. 글로스퍼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세계적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블록체인 기업이 그러듯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블록체인 R&D 기업을 넘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뛰어넘는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이 꿈이다.

김 대표는 글로스퍼가 블록체인 회사가 아니라고 했다. 대신 "IT 토탈 솔루션 회사"고 "기술력과 솔루션을 갖춘 IT벤더"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뿐 아니라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하는 등 산하에 8개 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그는 2012년 블록체인 산업에서 큰 성장 가능성을 보고 글로스퍼를 창업한 블록체인 1세대다. 학계에서는 인호 고려대 교수와 박성준 동국대 교수가, 업계에서는 김 대표 외에 김진화 전 코빗 공동창업자, 유형석 코빗 대표, 김대식 빗썸 창업자 겸 전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등이 1세대로 꼽힌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김 대표는 카톡(텔레그램도 포함)이 100개나 된다. 그야말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잠은 하루에 4시간 잔다.

"ICO 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인터뷰 말문을 연 그는 "사람들이 착각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지금 시장에 돈이 얼마나 많이 있나. 넘쳐난다. 돈이 안모이는 건 ICO하는 사람들이 인사이트를 못줘서 그렇다"며 한국의 ICO 환경에 '일침'을 가했다.

"이전에는 ICO가 잘 된 이유가 기술보다 '(투자) 그래프' 때문입니다. 여기에 투자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아닙니다. 투자자, 사람들이 많이 똑똑해졌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ICO를 알게 됐다는 겁니다. 이젠 벤처투자자(VC)들이 모두 ICO를 압니다. 하물며 농사 짓는 사람도 채굴 하려고 합니다. 그만큼 ICO가 보편화됐습니다. 그런데도 투자금을 모으지 못하는 건 ICO하려는 사람들 책임입니다. ICO가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거죠."

김 대표는 외국에서는 ICO로 큰 돈을 모으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 2분기에 ICO를 한 '퓨마페이'를 들었다. "그 회사는 ICO로 1천 억 원 이상을 모았습니다. 다시말하지만, ICO에 돈이 모이지 않는 건 투자하려는 '그들'보다 동기부여를 주지 못하는 '우리'들 책임입니다. 그들은 항상 돈을 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제 기술과 서비스로 그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ICO시장분석 업체 ICO레이팅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총 827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ICO를 했다. 이를 통해 모금한 액수는 83억5000만달러(약 9조3천억원)에 달했다. 1분기보다 2.5배 이상 증가했다.

김 대표는 "지금 삼성전자가 ICO를 하면 안들어가겠냐"면서 "로켓을 달에 보내겠다는 백서만 쓰지 말고, 물대포라도 보여줘야한다"고 역설했다. 허황된 플랜보다 실제 액션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블록체인계에서 명사이기도 하다. 대중매체서 초청이 잇달고 외부 강연도 잦다. 지난달 23일에는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제3차 혁신벤처 생태계 정기포럼’에 패널로 참석, “블록체인 산업을 받아들이면 고용쇼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시선을 모았다.

이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 "대한민국이 이걸(블록체인) 잡지 않으면 방법(경제 회생)이 없다"면서 "만일 제주도에 블록체인이나 크립토밸리 특구를 만들면 본사를 제주도에 옮기겠다는 글로벌 회사들이 줄을 서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위스 주크가 블록체인 산업으로 11만 일자리(혹자는 이 수치가 과장돼 있다고 한다)를 창출했다는 걸 예로 들면서 김 대표는 "이것 말고는 고용 쇼크를 벗어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글로스퍼는 '거래소 상장'이라 불리는 'IEO(Initial Exchange Offering)'를 외국 거래소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IEO는 ICO와 달리 개발 또는 공모와 동시에 거래소 상장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사기(스캠)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코인을 발행할 능력이 없을 경우 상장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스캠과 비현실적 코인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김 대표는 “IEO는 ERC 20 토큰만 만들 수 있으면 누구나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ICO와 같지만, 백서만 있는 상태에서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ICO와 달리 거래소 검증 단계를 한번 더 거치는 차이가 있다”면서 “투기성 ICO를 줄일 뿐 아니라 상장성 높은 산업과 순수 기술이 주목받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EO도 백서를 써야 한다(일각에서는 IEO는 백서가 필요없다고 말한다)"면서 "IEO는 코인 가격이 처음에 0원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아이폰'처럼 무언가 만드는 걸 보여주면 코인 가격이 올라간다. ICO처럼 처음부터 과도한 투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대표가 지난 7월 유럽 3대 테크 컨퍼런스 중 하나인 '파이어니어스 페스티벌'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메인 세션을 발표하고 있다.

'코인 거래소'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정부에 '코인 거래소'가 왜 필요한 지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코인거래소는 "새로운 자본 창구"로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얼리스테이지 창업가들에게 자금줄이 된다. 정부가 창업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여전히 공대를 나온(그 역시 공대출신이다) 얼리 스테이지 창업가들은 사업자금을 빌릴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헤메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코인 거래소가 생기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전통적 거래소가 하지 못하는 것을 코인 거래소가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코인 비즈니스는 시작부터 글로벌사업이어서 유니온 기업이 나올 확률이 어느 산업보다 높기 때문이다.

글로스퍼는 '하이콘(Hycon)'이라는 코인을 지난 7월 24일 홍콩에 있는 세계적 거래소 중 하나인 '오케이이엑스(OKEX)'에 상장했다. '아이콘(ICON)'과 '에이치닥(Hdac)' 같은 다른 국내 코인보다 시장가치가 아직 낮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하이콘은 로드맵대로 가고 있다"며 "더 이상 수주를 받지 못할 정도로 이미 상반기에 사업 목표를 채웠다"고 설명했다. 코인 가격에 대해서는 "정보 비대칭이 있어서는 안된다.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야 한다"면서 "필요하면 공식적인 날짜와 장소에서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누구?

동국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2012년 대학 후배 5명과 함께 글로스퍼를 설립했다. 창업 당시에 대해 김 대표는 "얼마를 벌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엑시트도 몰랐고, 밸류에이션도 몰랐다. 후배들과 함께 하다보니 형으로서, 우선 끌고 가보자는, 우리끼리 먹고살아야한다는, 그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프로그래밍과 해킹에 관심이 많았다. 개발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금도 글로스퍼 CEO이면서 최고기술임원(CTO)도 맡고 있다. 글로스퍼 개발진은 '다국적'으로, 프랑스 등 13개국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김 대표는 지자체 첫 코인인 '노원 화폐'를 만든 주인공이다. 대학 졸업후 첫 직장은 한국신용평가정보(현 나이스신용평가)였다. 여기서 일하며 100개가 넘는 대기업 관련 일을 하면서 데이터를 다뤘다. 이때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015년에 우리나라 3번째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웨어’를 설립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한 국제 송금 상용화에 성공 했다. 회사 이름 글로스퍼는 '글로벌'과 '트랜스퍼'를 합친 말이다.

그의 특기는 축구다. 중학교때까지 축구선수로 뛰었다. 포지션은 윙이였고, 달리기가 빨라 축구선수가 됐다. 비공인이지만 20대때 효창운동장에서 100미터를 뛰어 10초8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제 30대 중반이 된 '바람의 아들'은 "탄력이 확실히 20대 보다 못하다"며 웃었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그의 친 누나는 가수 자두고, 자두의 남편은 목사다. 그 역시 기독교인이고, 세 아이의 아빠다.

국내 블록체인계 명사인 그는 지난 7월 유럽 3대 테크 컨퍼런스 중 하나인 '파이어니어스 페스티벌(Pioneers’18 Festival)'에 한국 기업인으론 처음으로 메인 세션 발표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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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넷플릭스 조직 문화를 다룬 '파워풀'이다.

2017년부터 더불어민주당 집단지성센터 블록체인 위원회 위원으로, 또 현재 블록체인 기업 140곳 정도가 모여 있는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