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제로셔틀 타보고 "초보운전자 수준"

"판교 자율주행 셔틀...내년 상용화 위해 최선”

홈&모바일입력 :2018/09/04 16:15    수정: 2018/09/05 16:38

판교 자율주행 셔틀(이하 제로셔틀)이 1년여간의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시범운행을 시작하게 됐다.

제로 셔틀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로시티에서 열린 ‘2017 판교자율주행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도민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제안으로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이 주도해 만든 차량이다.

경기도는 당시 연내 자율주행셔틀의 시범운행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무산됐다.

자동차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기초적인 '자가인증' 과정은 성공리에 마쳤지만, 이후 자율주행 인증 평가과정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로셔틀은 당초 예상보다 약 9개월 늦은 올해 9월 초가 되어서야 판교테크노밸리 일대 시범운행이 가능해졌다.

경기도는 4일 오전 10시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 앞 광장에서 자율주행 제로셔틀 시승행사를 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시승 행사장을 직접 찾았다. 이 지사는 공식 행사 이후 제로셔틀에 직접 올라타 주행 성능을 체험했다.

판교 아비뉴프랑 앞에서 좌회전 중인 판교 자율주행 제로셔틀 (사진=지디넷코리아)

■쓴소리 내뱉은 이재명 “초보 운전자 수준”

이날 시승행사에는 모든 매체 기자들의 제로셔틀 탑승이 제한됐다. 차량이 현재 두 대 밖에 없고 차량 내부 정원이 6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기자가 탑승하면 운행 흐름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순수 전기차인 제로셔틀 탑승 후 아비뉴프랑 앞에서 내릴 때, 허리가 아프다는 의미의 제스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제로셔틀 승차감을 묻는 질문에 “일반 주행때는 괜찮았다”며 “옆 차선 차량이 끼어들 때 제동을 심하게 해서 최악의 초보 운전자 수준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로셔틀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이달부터 약 두 달간 정책평가단과 전문평가단의 탑승 평가 기간을 걸쳐, 11월부터 제로셔틀 일반 주행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율주행 제로셔틀 탑승 후 미디어와 경기도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제로셔틀 승차감을 뭍는 질문에

이날 제로셔틀은 주행 도중 여러 개선점을 노출시켰다. 시속 25km/h 내외로 주행이 가능해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교차로 좌회전 시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나 안전요원이 급제동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 제로셔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그는 “상용화 가능 시기는 전문가가 아닌 제가 판단하기 보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달려있다”며 “최근 자율주행차 개발 발전 속도가 빨라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4차산업혁명 기술융합을 위해서라도 내년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방감 뛰어난 제로셔틀

이 지사 탑승이 끝난 후, 제로셔틀 관제센터 근처에서 셔틀 내부를 잠시 탑승해봤다.

제로셔틀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스티어링 휠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차량 뒷 편에 긴급 수동 조작이 가능한 별도의 운전석 또는 안전요원석이 마련됐다.

제로셔틀은 대중교통 수단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주행 편의성보다는 개방감에 신경 쓴 모습이다. A필러, B필러 C필러 구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박스형 차량으로 개발돼 사각지대 우려가 적은 편이다.

자율주행 임시운행 번호판이 새겨진 제로셔틀 뒷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자율주행 제로셔틀 내부 (사진=지디넷코리아)
판교 자율주행 제로셔틀은 사각지대 우려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개방감이 뛰어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판교 자율주행 제로셔틀은 비상상황 시 수동운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수동운전은 이 버튼 조작으로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운전석 또는 안전요원석에서는 제로셔틀 앞과 뒷쪽에 설치된 카메라 화면들을 볼 수 있다. 크게 ▲전방 파노라마 ▲전방 좌측 ▲전방 우측 ▲후방 파노라마 ▲후방 좌측 ▲후방 우측 등의 화면으로 나눠진다.

개방감이 뛰어난 제로셔틀은 앞으로 상용화 단계에서 어떤 제약 사항이 생길까.

이에 대해 김재환 차세대융합기술원 자율주행개발실 실장은 “안전요원 뿐만 아니라 내부 셔틀 탑승객이 위험 요소를 감지할 경우, 직접 제동을 시킬 수 있도록 비상 정지 버튼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외 부품 다수 탑재된 제로셔틀

제로셔틀에 탑재된 대다수 자율주행용 센서들은 해외 업체에서 제작됐다. 차선 인식과 전방 충돌 위험 등을 감지하는 ADAS용 센서는 이스라엘 모빌아이 제품이다. 차량 측면에 부착된 라이다 센서는 벨로다인 제품 등으로 활용됐다. 차량 거리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레이더 센서는 국내 업체 만도가 제공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자율주행용 하드웨어 시장의 현실을 대변해준다. 하루빨리 이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다른 나라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김재환 실장도 이에 대한 우려 섞인 의견을 표했다.

그는 “만도 레이더 센서를 제외한 모든 자율주행용 부품들이 다 해외업체 제품을 수입해 활용했다”며 “검증된 자율주행용 센서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자율주행용 센서들을 많이 탑재해 자율주행 생태계 발전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 아비뉴프랑 앞에 정차된 자율주행 제로셔틀 (사진=지디넷코리아)

■기상 악화 때 운행 못하는 제로셔틀

제로셔틀의 또다른 단점 중 하나는 바로 기상악화 시 운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셔틀에 탑재된 센서들은 빗물을 쉽게 감지하는 편이다. 만일 눈이나 비가 오면 쉽게 주행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원은 제로셔틀 운행시 비나 눈이 올 경우, 안전을 위해 셔틀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러 제약 사항이 있지만, 제로셔틀은 향후 전기차 충전 산업발전에 중요 이정표를 남길 수 있다.

이 제로셔틀 제작에는 KT, 네이버 랩스 뿐만 아니라 국내 전기차 무선충전 전문업체인 그린파워가 참여했다. 이 때문에 제로셔틀은 다른 전기차와 달리 충전구 연결이 필요없는 무선충전이 가능하게 됐다. 제로셔틀 수가 점차 늘어날수록 전기차 무선충전소 구축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판교 자율주행 제로셔틀 (사진=지디넷코리아)

경기도는 제로셔틀 운행을 통해 판교 자율주행실증단지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제공, 예산 지원, 단지관리 등을 맡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규제혁신 등 제도 지원, 성남시는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따른 행정지원을 맡게 된다. 또, 분당경찰서는 실증단지내 교통안전,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플랫폼과 관제시스템 운영관리, 경기도시공사는 자율주행관련 기업 유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제로셔틀 시험운행과 통합관제센터 운영관리를 책임진다.

KT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통신기술인 5G통신 인프라와 5G-V2X 실증을, 만도는 차량/센서 기술지원과 자율주행 차량기술 실증,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용 정밀지도 구축 등을 지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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