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권영수 체제 첫발...5G 시대 도전

권영수 ㈜LG·하현회 LGU+ 대표이사 선임

디지털경제입력 :2018/08/29 15:14    수정: 2018/08/29 16:09

LG그룹이 그룹 지주사인 ㈜LG와 통신 계열사인 LGU+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각각 열고 권영수-하현회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함에 따라 지난 6월 29일 구광모㊵ 회장 취임 이후 두 달 만에 첫 발을 떼게 됐다.

㈜LG는 29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권영수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곧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권 부회장을 복수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LG유플러스도 이날 용산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대표이사에 하현회 부회장을 공식 선임했다. ㈜LG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권영수 부회장은 LG유플러스 이사회의 기타비상 이사로 직함을 남긴다.

이로써 지난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그룹을 승계한 구광모 회장 체제가 1차 정비를 마치고 시작을 알리게 됐다. 지주사 수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신사업 진출이나 사업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권 부회장의 행보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그룹 로고
LG 여의도 트윈타워 전경.(사진=지디넷코리아)

구광모 회장은 ㈜LG의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르면서 "그 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 이라는 자산을 계승 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보름 뒤 그룹의 핵심 경영진인 권영수, 하현회 부회장의 자리를 서로 맞바꾸면서 이들을 필두로 그룹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찾기에 본격 나선 상황이다. 무엇보다 LG의 모든 사업 부서를 경험하고 혁혁한 업적을 세운 권 부회장을 옆에 앉혔다.

LG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LG가 하고 있는 사업 현장과 산업 전반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하현회 부회장은 선대회장 시절부터 ㈜LG 시너지팀에서 근무하면서 누구보다 그룹의 속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향후 5G 시대에 그룹 성장의 방향타를 잡고 융합과 각 계열사간 시너지 가치를 배가하는 데 두 사람만큼 적격인 경영진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LG가 당면한 과제는 장기적인 미래 성장을 위해 현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시장을 리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한 일등 제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에 LG는 현재 그룹 차원에서 향후 초연결성으로 대표하는 5G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특히 전자-통신-화학 등 그룹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여러 시너지 창출 방안를 찾고 있다.

LG 관계자는 "5G 시대는 말 그대로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세상을 말한다. 스마트폰, 가전 등 전자기기를 비롯해 로봇, 자동차까지 다 연결된다. LG의 각 사업군이 서로 시너지를 내면 일등 사업과 서비스를 충분히 만들 수 있고 성공 사례도 더 많이 합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신 서비스와 전자기기 양쪽을 모두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LG그룹은 내년 2월께 5G 단말기를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내놓는다는 전략 하에 유럽-북미 등 통신사업자와의 긴밀한 협력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미국 통신사업자 스프린트는 내년 상반기 현지에서 가장 먼저 5G를 상용화하면서 LG전자로부터 5G 스마트폰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안 등 논란이 되고 있는 화웨이 5G 장비 도입과 관련해서는 10월까지 그룹 차원에서 구광모 회장이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통신 등 ICT 산업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를 써서 5G 상용화에 나선다는 데에 대해 국내 여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권 부회장은 LGU+ CEO 당시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부진한 사업에 대해 어떠한 처방전을 내리느냐도 LG의 고민거리다.

LG가 세계적으로 시장을 리딩하고 있는 사업부문은 그룹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TV 사업을 빼고는 그리 많지 않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HE/HA 등 가전 부문을 빼 놓고는 MC(스마트폰)와 VC(전장부품) 사업부문은 신통치 않다. VC 사업부문의 경우 공급 파트너사와의 협력 확대로 올 연말께나 내년 쯤 흑자 전환이 예상이 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심각한 상황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 매출 2조723억원과 영업손실 1천854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1천361억원보다 영업손실이 493억원 가량 늘었다. 13분기째 연속, 3년 넘게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6천억원이 넘는 적자폭이 예상된다. 가전에서 돈을 벌어 스마트폰 사업에서 까 먹는 구조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1조원에 2조4천6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이나 SK 처럼 반도체 사업부문이 없는 LG 입장에서는 감내하기 버겁다. LG전자 MC 사업본부는 올 상반기 G7 출시와 함께 부품 공용화와 중저가 파생 모델 출시로 수익성 제고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한 템포 느린 대응과 라인업 충돌로 큰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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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G 시리즈와 V 시리즈에 대한 파생 모델 출시와 부품 공용화를 통한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있지만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음달 공개할 V40 모델도 부품 발주가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LG 입장에서는 5G 단말기에서 기회를 찾으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출시될 후속(V45) 모델이 LG전자의 첫 5G 단말기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권영수 부회장은 주총장에서 LG전자 휴대폰 사업 지속여부 등 현안에 대한 질의에 "파악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