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가치 낮은 베트남, 간편결제 시장 바람 분다

베트남 하노이 가보니(上)…삼성·VN페이 등 사용

금융입력 :2018/08/21 15:41

[하노이(베트남)=손예술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결제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삼성페이'부터, 운송회사인 '그랩(Grab)'을 이용하고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그랩페이' 등으로 관광객의 결제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베트남은 물가 수준에 비해 화폐 단위가 높다. 베트남 화폐 단위는 '동(VND)'으로 1천·2천·5천·1만·2만·5만·10만·20만·50만동의 지폐가 있다. 하노이에서 파는 300㎖ 생수 한 병의 값은 2만3천동 수준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1천500원이지만 만이나 십만단위의 동을 결제해야 하다 보니 현금 결제가 번거로웠다. 몇 천원 안할 것 같은 물건인데, 몇 십만동이라고 대답하니 물건을 사기가 주저됐다. 화폐 가치가 낮지만, 화폐 단위는 큰 데서 오는 불편함인 셈이다. 이에 대부분 베트남의 음식점이나 가게에서는 1천단위를 'K'로 표기 중이다.

최근 모바일 간편결제가 조금씩 태동하면서, 이 같은 불편함이 조금씩 사라지는 추세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그랩페이다. 국내 카카오택시 서비스와 비슷하다. 그랩에 미리 카드나 결제 수단을 등록해 놓으면, 하차 시 그랩페이로 곧바로 결제가 되는 구조다.

고객이 그랩을 이용하면 원하는 승차 지점과 목적지를 사전에 등록하고, 예상 비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랩 택시와 그랩 바이크 등 두 가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관광객이라고 돌아가 요금을 더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며, 일부 택시에 한해 택시비를 흥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다소 사리졌다. 하지만 그랩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베트남 유심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이를 숙지해두는게 좋다.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근처에 위치한 옷가게에서는 삼성페이를 받는다는 안내 스티커를 붙여놨다.(사진=지디넷코리아)

또 베트남 하노이의 관광명소인 호안끼엠 주변에 위치한 여성의류 매장에서는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골목의 작은 커피숍에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베트남의 간편결제로 유명한 모모페이를 받는 문구가 안내돼 있었다. 일부 택시 회사는 간편결제 회사와 손잡고 택시비를 QR코드로 낼 수 있는 'VN페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삼성페이는 국내 삼성페이의 사용법과 동일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베트남의 삼성페이 가입자 수는 40여만명이다. 아직까지 가맹 제휴처가 많진 않지만, 얼마 전 출시한 갤럭시 노트9과 삼성페이를 연계한 마케팅으로 사용자 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은행·카드 연합체인 나파스(NAPAS)와 협력을 통해 현지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베트남 하노이 카페에 붙어있는 모모페이.(사진=지디넷코리아)

모모페이는 베트남의 핀테크 기업인 '엠서비스'가 만든 모바일 결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되며, 결제 시 QR코드를 이용한다. 고객에 QR코드를 찍어 메뉴를 선택하고 바로 지불이 되는 구조다. 주문과 결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으로, 핀테크의 대표적인 모바일 간편결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관련기사

베트남 하노이에서 운영 중인 택시에서는 VN페이로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안내해놨다.(사진=지디넷코리아)

VN페이는 11개 베트남의 은행들이 손잡고 내놓은 간편결제다. QR코드를 찍어 결제가 가능하며, 지난 6월 21일 유니온페이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간편결제 시장 확대에 나선 상태다.

아직까지는 이를 사용하는 내국인을 찾아보긴 어렵다.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인구가 적은데다, 국내처럼 포스(POS) 단말기가 설치된 가게를 찾기도 어려워서다. 만15세 이상 베트남 인구 중 은행 계좌를 보유한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은행 계좌 보유 비중을 70%까지 확대해, 현금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페이코 등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 업체들이 각축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