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팀벤처스 “제조업, 서비스산업으로 혁신시킬 것”

[인터뷰]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디지털경제입력 :2018/08/19 13:54    수정: 2018/08/19 13:55

3D프린터는 대량 생산에 맞춰진 제조산업을 혁신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1세대 3D프린팅기업 에이팀벤처스도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제조를 서비스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목표다.

3D프린팅과 P2P(peer to peer), 사물인터넷(IoT)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고객이 모든 장비를 갖출 필요 없이 적합한 제조업체와 연결돼 신속하게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차세대 기술로 전통산업을 발전시키는 움직임을 보며 제조서비스 플랫폼의 기회를 발견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입학한 지 1년 만인 2011년 귀국해 제조 기반 창업지원단체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만들고 3D프린터를 설치한 공공제작소 ‘팹랩서울’을 운영했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사진=에이팀벤처스)

이때 쌓은 경험으로 2014년 에이팀벤처스를 세우고 2년 후 국내 최초 P2P 방식 3D프린터 온라인 공유 플랫폼 쉐이프엔진(Shape engine)을 만들었다. 지난 4월 온라인 제조 플랫폼 ‘크리에이터블(Creatable)’로 리브랜드 후 국내 3D프린터 또는 생산제조 장비 보유 기업과 파트너십을 확대 중이다.

16일 기자와 만난 고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인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이 제조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차세대 기술을 활용하려는 판단에서 나왔다. 선진국에선 이같은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제조산업이 여전히 경제의 뿌리지만 지속 정체 중이다. 서비스화 시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제조 공장 가동률은 현재 70%대까지 떨어졌다. 놀고 있는 장비들이 많지만 고객 찾기가 어렵다. 반대로 고객 입장에선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장비를 구입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며 “이같은 점에서 국내서 제조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제조서비스 사업이 기회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3D프린팅 서비스 주문을 받는 국내 3D프린팅 기업들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에이팀벤처스처럼 3D프린터나 CNC 밀링머신, 주조, 절곡, 사출 성형 자동화기기를 가진 다른 여러 기업들과 협력해 온라인 제조서비스 플랫폼을 꾸린 사례는 없다.

생태계처럼 점차 확대되는 플랫폼에서 에이팀벤처스는 고객에겐 가장 적합한 제조 솔루션과 견적, 업체를 안내해주고 품질 관리를 해준다. 당사 역시 3D프린팅 서비스 역량과 자동화기기를 갖춰 3D모델링부터 3D프린팅, 후가공 작업이 가능하다. 3D프린터 또는 자동화기기 보유기업에는 또 다른 영업채널로 다가간다. 장비가 노는 시간을 줄이고 직접 고객을 발굴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같은 사업 모델이 호응을 얻으면서 에이팀벤처스의 올 상반기 제조 주문량은 전년 상반기 대비 300% 성장했다. 고객들의 추가 주문도 받았다. 고 대표는 “캠핑용 장비를 만드는 아이캠퍼라는 고객은 자동차 위에 칠 수 있는 텐트를 출시하려 했지만 대량 생산이 아니다 보니 금형 사출 방식을 택하기 애매모호했다”며 “적합한 제조 솔루션을 따져보니 3D프린팅 서비스가 맞다는 결론이 나왔고 소량 양산해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IT기업 프론텍은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는 기기 제작을 주문했다. 고객사는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에서 당사가 3D모델링과 시제품 3D프린팅 서비스를 모두 제공했다. 제조는 금형 사출 방식으로 했다”며 “적합한 제조 솔루션을 선택한 덕분에 처음 1만개 제작 후 1만5천개 추가 주문도 저렴한 가격에 제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도 추진

에이팀벤처스가 개발한 3D프린터 리모트 컨트롤러 '웨글'.(사진=에이팀벤처스 홈페이지 캡쳐)

에이팀벤처스는 이같은 사업모델을 강화하기 위해 3D프린터와 소재 개발, 자동화기기 확보, 플랫폼 참여 기업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3D프린터 개발은 보급형 장비에 집중한다. 다양한 방식의 산업용 3D프린터는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왔으니 직접 개발보다는 해당 장비를 보유한 파트너사를 얻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고 대표는 “플라스틱 기반 보급형 3D프린터 크리에이터블 D3의 개량된 버전인 후속작을 개발 완료해 현재 테스트 중”이라며 “금속 필라멘트는 소재 압출 적층(FDM) 방식 3D프린터로 금속 프린팅이 가능하도록 개발한 소재다. 산업용 3D프린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만들었다. 특수 플라스틱 소재 개발도 고려 중이며 소재 기업들과 꾸준히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 공장에 3D프린팅 후가공 기기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어 배치할 계획이다. CNC 금형 사출 방식에 필요한 장비도 추가한다.

에이팀벤처스는 진정한 온라인 기반 제조서비스를 위해 스마트팩토리를 고려한 솔루션 개발도 추진 중이다. 스마트팩토리 내 설치된 3D프린터나 자동화기기를 원격으로 작동시키거나 작업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 수요가 예상되는 까닭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3D프린터 리모트 컨트롤러 ‘웨글’은 자체 개발한 첫 번째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이다. 웨글을 3D프린터에 꽂으면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와 모니터링, 공유 등이 가능하다. 한 사용자가 여러 대 웨글을 등록할 수 있고 반대로 웨글 하나를 여러 사용자가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판매 중인 3D프린터 95% 정도는 웨글을 꽂을 수 있다.

고 대표는 “웨글은 제조 현장이 스마트팩토리가 됐을 때를 고려해 만든 파일럿 프로젝트다. 앞으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지속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팀벤처스는 잠재 고객과 파트너사에 크리에이터블을 알리고 업계 간 교류를 키우기 위해 지난 2월 ‘하드웨어 얼라이언스’를 발족하기도 했다. 2달마다 열리는 행사에서 하드웨어와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들은 시장 활성화 방안과 네트워킹, 제조 노하우 등을 공유한다.

고 대표는 “국내 제조산업이 워낙 힘들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도 없다보니 직접 다른 IT업계처럼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발족했다. 참가사들 반응이나 참석율이 매우 좋고 정부에서도 긍정적 보고 있다”며 “제조서비스 전략의 일환으로 참여기업을 3D프린팅 기업, 자동화기기 기업 등으로 지속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개최된 제 3회 하드웨어 얼라이언스 행사 현장.(사진=에이팀벤처스)

■ 신기술, 기존 산업과의 응용이 중요

에이팀벤처스가 그리는 미래 제조서비스는 제조 분야의 알렉사 같은 맞춤형 어시스턴트가 되는 것이다. 현재 사업모델로 꾸준히 데이터를 쌓고 향후 인공지능(AI)까지 적용되면 더 신속하게 적합한 제조 솔루션과 제조업체 선택, 컨설팅, 제작, 품질 관리 등이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고객과 에이팀벤처스 또는 파트너가 온라인에서 제품 설계나 제조 계획을 수정하는 구상도 그리고 있다.

고 대표는 “고객은 아이디어 역량 발전에만 집중하고 제조업체 역시 제조에만 집중하는 것이 서로에게 훨씬 이득”이라며 “에이팀벤처스는 그 사이에서 ICT를 이용해 제조 공정을 최대한 쉽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3D프린팅을 비롯한 제조업계, 정부가 제조의 서비스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에선 픽티브(Fictiv), 조멘트리(Xomentry) 같은 기업들이 2013년부터 실리콘밸리 또는 미국 전역의 3D프린터 기업과 제조기업들과 네트워크를 맺고 전 제조 공정을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픽티브는 지난 6월까지 약 268억원을 누적 투자받고 중국 진출까지 하고 있다. 조멘트리도 6월까지 약 408억원을 누적 투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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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면서 3D프린팅, AI, IoT,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신기술을 기존 산업에 적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 산업의 70~80%는 제조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신기술로 제조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지 않으면 향후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미 GE, 알리바바, 화낙,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하며 제조서비스에 앞장서고 있다”며 “이 시장은 매우 크며 어서 준비하지 않으면 경쟁이 치열해졌을 때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