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타 나이 CRO “글로벌 VC가 ‘클룩’ 찜한 이유”

2020년 액티비티 시장 204조...“팀워크 인정”

인터넷입력 :2018/08/17 16:13

예전에는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관광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젊은 관광객을 중심으로 자유여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 여파로 패키지 중심의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여행사들의 실적은 하락세인 반면, 자유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나 여행사들은 성장세다. 성수기인 지난 7월 패키지 송출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하나투어가 13.9%, 모두투어가 6.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로 나가는 전체 여행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보다 다양한 재미와 경험을 찾는 이용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항공여객은 지난해 동기보다 9.4% 증가한 5천807만 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여행전문통계업체인 포커스라이트는 2020년까지 여행 액티비티 시장이 1천830억달러, 한화 204조4천842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 커지는 자유여행 시장...‘클룩’ 2천200억 투자 유치 성공

아니타 나이 최고매출책임자(CRO)

이처럼 자유여행 선호추세가 입증된 대표 사례가 최근 있었다. 홍콩에 기반을 둔 글로벌 자유여행 액티비티 플랫폼 클룩이 2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천200억원에 달하는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은 약 3천384억원에 달한다.

이번 투자에는 글로벌 투자사인 세쿼이아 캐피털을 비롯, 에어비앤비와 익스피디아 등에 투자한 테크놀로지 크로스오버 벤처스(TCV), 그리고 골드만삭스 등이 참여해 클룩의 성장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클룩은 유니콘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했다. 클룩의 올해 연간 거래액은 1조로 추산되며, 현재 임직원 규모는 600여명이다. 내년 클룩은 1천명 이상의 조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최근 아니타 나이 최고매출책임자(CRO)를 만나 클룩의 빠른 성장 비결과, 글로벌 자유여행 액티비티 플랫폼으로서의 진화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아니타 나이 CRO에 따르면 클룩은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체험할 때 핵심 부분을 클룩이 차지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항공과 호텔 비용을 제외하면 여행 전체 경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액티비티 시장을 클룩이 ‘점령’한다는 계획이다.

아니타 나이 CRO는 “클룩은 여행 현지에서 하는 모든 것들을 찾고 사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플랫폼이 되겠다”며 “이용자들이 여행 상품을 체험할 때 최대한 편하고 장벽 없이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 한국 여행에 푹 빠진 아니타 나이 “한국 관광 다양해졌다”

클룩

아니타 나이 CRO는 한국을 자주 찾는다. 분기에 한 번 꼴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어도 팀원들과 만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회사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사람 간의 신뢰를 중요시하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투자 소식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수년 간 한국을 찾아온 그는 단순하고 표면적이던 한국 관광시장이 몇 년 새 다양화 됐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드라마와 같은 한류의 힘이 컸다. 아니타 나이 CRO는 한국 요리 수업과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이제는 한국의 자연이나 동계올림픽 같은 스포츠에도 흥미가 생겼다. 직접 차를 빌려 한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체험까지 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니타 나이 CRO는 “개인적으로 한국을 좋아해 지난해 한 달간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한 절에서 넷플릭스에 나온 유명한 요리 전문 스님을 만나 고추장 만드는 법 등을 배웠다”면서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케이팝과 스마트폰을 통한 삼성의 이미지 혁신 등을 보며 한국의 마케팅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투자사, 클룩 성장 가능성 인정”

클룩 임원진.

한국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과 경험담을 털어놓은 아니타 나이 CRO는 이번 투자가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글로벌 투자사가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클룩이 앞으로 국경 없는 온라인 여행사로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세쿼이아 캐피탈은 애플, 시스코, 구글, 알리바바 등 다양한 회사들에 초기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스타트업계의 전설적인 투자사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CV는 성장 단계에 있는 기술 회사에 투자하는 곳으로, 에어비앤비, 링크드인, 익스피디아,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에 투자를 집행했다. 매트릭스 파트너스는 디디그룹 등 현재까지 43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했으며, 이 중 25개 기업이 상장됐다.

아니타 나이 CRO는 “이번 시리즈 D 투자 유치는 유능하고 숫자에 강한 투자사들로부터 클룩이 유니콘 기업으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라며 “3년 반 만에 세계 16개 지사를 확장시킨 클룩의 팀워크를 중요하게 본 것 같다. 여행 업계에 투자를 많이 한 투자사들이 참여하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여행사들과 전략적인 제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TCV의 경우 실리콘밸리에 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현재 클룩은 서비스 근본에 중심을 두고 상품, 팀, 인지도를 강화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에 투자 안할 이유 없다...소통 늘릴 것”

클룩.

아니타 나이 CRO는 한국 시장에도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용자들의 달라진 인생 철학도 클룩이 한국 시장을 더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다.

나아가 그는 즐겁기도 하지만 번거로울 수 있는 여행 탐색 시간을 줄여주는 똑똑한 플랫폼으로 클룩을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아니타 나이 CRO는 “통계를 보면 사람들은 해외 여행을 한 번 할 때 보통 40~50시간을 들여 조사를 한다”며 “클룩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높은 품질의 상품을 큐레이션해서 제안함으로써 보다 즐겁고 편리한 여행을 돕겠다”고 말했다.

클룩은 특정 경쟁사를 의식하거나 좁은 시장을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무궁무진한 여행 액티비티 시장을 함께 성장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모두가 윈윈하는 게임판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관련기사

아니타 나이 CRO는 “사용자들의 변화한 성향을 봤을 때 해외에 나가서 무엇을 사오느냐 보다 어떤 경험을 주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전통 여행사는 이런 경험을 얼마나 온라인으로 가져올 수 있느냐가 중요할 텐데, 우리와 같은 온라인 여행사들이 함께 협업해 이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클룩은 여행 액티비티 개념을 현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넓게 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며 “한국 시장에서 건강히 성장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들뿐 아니라 이용자들과 소통을 늘려나가고 접점을 더욱 많이 찾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