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 방심위 제재 왜 무시할까

[기자수첩] 제품 사용 전·후 비교화면 속임수 반복

기자수첩입력 :2018/08/14 16:59    수정: 2018/08/14 17:14

"제품 사용 전 모습이 헝클어진 머리에 노메이크업이었다면, 사용 후 모습도 동일한 조건이어야 한다. 똑같은 조건 하에서, 똑같은 조명 아래에서 제품 시현이 진행돼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윤정주 위원)

화장품 제조 업체들은 소비자의 사용 후기를 통해 자사 제품의 효과를 강조하곤 한다. 홈쇼핑 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시현 모델이나 쇼호스트들이 제품 사용 전·후 사진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그러나 제품력을 강조하는 정도가 지나치거나 방법이 잘못되면 정부 제재를 받게 된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13일 리프팅 밴드 판매 방송에서 부적절한 방법으로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제재가 의결 되기 전인 7월 25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이 안건에 대해 홈쇼핑 측의 의견진술을 들은 후 법정제재 경고 의견을 전체회의에 건의한 바 있다.

방송법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 제2항을 보면 '상품 사용에 대한 사용전·후의 비교화면을 방송할 때에는 조명, 사용자의 위치, 각도 등을 동일하게 해야 하며, 지나치게 차이나도록 사용 전·후 화면을 사용해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해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이 있다.

사용 후기나 비교화면을 방송할 수는 있지만, 제품 사용 전 과거 모습과 현재 모습을 비교할 때는 되도록 동일한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홈쇼핑은 이 규정을 어겼다. ▲리프팅 밴드가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방송했고 ▲제품 효능에 대해 근거 불확실한 표현이나 단정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를 오인케 했다는 것이 방심위 판단이다. 제품 사용 전후 모습을 비교하는 과정도 부적절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한 상임위원은 현대홈쇼핑 관계자에게 "어두운 조명 아래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자다 일어난 모습과, 밝은 조명의 스튜디오에서 모습을 비교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가"라고 물었다.

현대홈쇼핑은 리프팅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 전 사진은 시현 모델이 기상 후 부은 얼굴로 이중 턱을 만든 모습을 보여준 뒤 사용 후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한 모델에게 턱을 숙이지 못하게 해 주름이 가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현대홈쇼핑이 이런 내용으로 제재 위기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현 방법을 사용한 화장품 판매 방송을 3일 후 또 다시 진행했다는 점이다.

2018년 7월 28일 현대홈쇼핑 셀더마팩 방송 화면

7월 28일 저녁, 기자가 본 현대홈쇼핑의 마스크팩 판매 방송에서는 쇼호스트가 자고 일어난지 얼마 안 된 사진을 보여주며 마스크팩 사용 전 사진을 보여줬다. 턱은 뒤로 당겨져 턱살이 살짝 접히게 보이도록 한 사진이다. 제재를 받은 리프팅 밴드 방송과 사용 전·후 비교 모습이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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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쇼핑이 이 방송으로 또 한 번 제재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며칠 전 방심위로부터 지적당한 후, 법정제재 위기에 놓인 상태에서 그 지적을 무시하는 듯한 방송을 한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홈쇼핑사들이 외치는 자율 심의 강화 행보와도 반대된다.

정부는 최근 방송법을 어겨 제재를 받은 홈쇼핑사들이 홈페이지에 제재 사실을 알려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을 예고했다. 홈쇼핑사들이 허위, 과장 판매 방송을 조심해야 하는 시점이다. 비슷한 사안으로 제재를 받으면 가중 처벌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현대홈쇼핑은 홈쇼핑에 대한 정부 제재가 엄격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