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강화유리 PC 케이스 자파현상 급증

케이스 제조사 "충격으로 인한 소비자 과실" 주장

홈&모바일입력 :2018/08/09 15:31    수정: 2018/08/09 17:36

케이스 옆면에 강화유리를 대고 내부를 투명하게 볼수 있도록 만든 PC 케이스의 유리가 저절로 파손되는 현상(자파현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 문제는 지난 2016년부터 수면 밑에서 제기됐지만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최근 빈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강한 충격을 주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케이스가 깨지는 점을 들어 내열처리 등 강화유리 품질 문제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제조사는 파손 현상의 원인이 소비자의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강화유리를 적용한 PC 케이스 파손 현상이 최근 국내에서 다수 보고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현재 국내에는 PC 케이스용 강화 유리에 대한 안전 기준이나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강화유리 파손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가 제품 하자를 직접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 "케이스 분리만 했을 뿐인데 강화유리가 깨졌다"

강화유리 PC 케이스가 외부의 충격 없이 스스로 파손되는 현상은 39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는 올해 빈발하고 있다. 조립을 마친 케이스가 파손되거나, 혹은 새로 배송된 제품이 갑자기 파손되거나, 케이스 분리를 위해 나사를 푸는 순간 옆에 부착된 강화유리가 깨지는 등 사례는 다양하다.

이처럼 PC 케이스의 강화유리가 파손되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샤워부스 강화유리 파손 사태 당시 지적된 불순물이나 운송 과정에서 생기는 외부 충격 등을 그 원인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케이스 외부 온도는 24도지만 내부 온도는 80도에서 100도까지 치솟는 PC 내부 환경이 파손을 재촉한다는 주장도 있다.

강화유리 PC 케이스 파손을 겪은 소비자가 올린 사진. (사진=디시인사이드 컴퓨터 본체 갤러리)

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 터미널에서 대부분의 물품을 던져서 주고 받는 택배사 작업 환경상 눈에 보이지 않는 충격이 가해진 상태에서 온도 변화로 인해 파손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 케이스 제조사는 "소비자 과실 탓" 주장

그러나 제조사들은 온도 차이에 따른 파손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케이스를 조립하거나 분해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실수로 강화유리에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PC 내부 온도가 80도에서 100도를 오가지만 그 정도로 강화유리가 파손되기는 어렵다"며 "파손이 발생해도 제조사 과실이나 소비자 과실인지를 가리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1:1 무상교체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초기에 출시했던 일부 모델은 구조상 문제로 옆 패널을 분리하거나 고정할 때 깨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출시되는 제품은 구조를 개선해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2차 피해 발생시 구제나 보상 방법 전무

강화유리는 일반 유리 제품과 달리 충격을 받을 경우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다. 단면이 날카롭지 않기 때문에 크게 다칠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 오히려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2차 피해다.

PC가 켜진 상태에서 강화유리가 파손될 경우 파편이 프로세서나 냉각팬으로 들어가 부품을 파손시킬 우려가 있다. 수냉식 냉각팬을 장착한 PC의 경우 냉각수로 쓰이는 부동액 등이 든 파이프를 파손시켜 여기서 새어나온 액체가 부품을 망가뜨릴 가능성도 있다.

강화유리 파손은 PC 냉각팬 등을 망가뜨리는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사진=씨넷)

그러나 강화유리 PC 케이스를 유통하는 국내 회사들은 단순히 케이스 파손시 1:1 교체를 제공하는 것이 고작이다. 일부 업체는 유리 표면에 부착할 수 있는 비산방지필름을 제공하지만 이는 강화유리가 깨지는 것까지 막아주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판매중인 강화유리 PC 케이스 중 파손을 방지할 수 있는 내열처리가 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극소수다. 100원 단위로 최저가 경쟁이 벌어지는 국내 환경상 원가 상승을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PC 케이스용 강화유리에 대한 안전 규정 없다"

한국소비자원은 "현재 국내에는 PC 케이스용 강화유리에 대한 명확한 안전 규정이나 기준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제조사가 지켜야 하는 내열처리나 비산방지필름 의무 부착 등 규제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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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소비자가 케이스 파손 이외에 각종 PC 부품 등 재산상의 피해를 입어 보상을 요구할 경우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제조물책임법에서 규정하는 '제조상의 결함'을 따질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을 이상 없이 썼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