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EO] "WOW 겜덕후 감동시킨 교향악단 지휘자"

클래식 스타트업 '플래직' 진솔 대표

인터넷입력 :2018/07/26 16:18

블리자드가 지난 5월 서울 잠실에서 개최한 팬 축제 현장. 인기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자 관중석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실연)'이면서도 엄숙함보다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무엇인지 팬들에게 제대로 각인됐다.

이 실연을 기획한 기업은 클래식 스타트업 '플래직'. 지난해 초 문을 열어 '플렉시블 클래식'이란 슬로건과 대중 친화적 콘텐츠로 주목도를 높여왔다. 현 대구 MBC 교향악단의 전임지휘자이자 아르티제, 말러리안 예술감독 등도 역임 중인 진솔 대표㉚가 창업자다.

"저는 뼛속까지 클래식 음악 아티스트입니다. 클래식 세계가 트렌드 대응에 늦고, 수익모델도 부족한 현실이 여전히 안타깝죠. 외부에서 수익 모델을 찾고, 전공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겜덕후'이기도 한 저에게 그 길은 게임에서 보였어요."

종종 "게임 음악을 만드냐?"는 질문을 받지만 오해다. 게임 음악의 실연에 필요한 기획, 편곡, 선율 등이 주종목이다. 보수적인 교향악단들에겐 기피 분야이지만, 대중과 호흡하겠다는 진 대표의 시나리오에는 딱 들어맞았다. 게임을 좋아하는 미디어 작곡가, 오케스트라 단원 등 아티스트들이 플래직의 멤버로 모인 이유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외부 아티스트 중에는 유투브 팔로워 50만 명이 넘는 바이올린 연주가 '제니 윤', 희귀 악기 마림바 연주로 이슈를 만든 '유니' 등 실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이들이 눈에 띈다.

게임 회사들의 환영은 빠르게 나타났다. 오프라인에서의 각종 팬 축제가 격전지로 떠오른 가운데 게임 이해도까지 높은 전문 뮤지션들이 우군으로 등장한 셈이다. 플래직과 블리자드의 협업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E스포츠 대회 현장 공연도 여러 차례 있었고, 국내 게임 회사들과의 맞손 역시 줄줄이 예정돼있다. 진 대표에겐 시장 개척자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었다.

게다가 플래직의 공연 중 상당수는 관객이 직접 지휘를 체험하는 '컨덕트 어스(Conduct Us)' 형태다. 예를 들어 포디움(단상)에 어린이가 올라오거나,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즉석에서 도움을 받아 지휘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힐링과 화합이 말 그대로 '즉석'이기에 현장 열기는 더 달아오른다.

오케스트라가 기본 틀이지만 밴드를 비롯한 다른 형태의 공연도 선보인다. 홍대에서 작은 공연을 여는 등 딱히 규모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다만 공연의 수준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엄격히 분류해뒀다.

"대중과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되, 음악의 품격은 클래식답게 지킵니다.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선다는 게 음악 전문성 하락을 뜻하는 것은 절대 아니죠. 새 시장 개척의 의지가 연주에 혼신으로 작 용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의외라면 의외. 오프라인이 아닌 유튜브의 인터넷 방송으로도 플래직은 인지도를 확 끌어올렸다. 아티스트들이 게임 음악을 소개 혹은 즉석 공연하는 방송인데, 팬들 간에는 게임 플레이 중 궁금했던 음악을 알아보는 콘텐츠로 통한다. 카페24로 운영 중인 홈페이지에서 플래직의 다양한 활동들을 확인할 수 있다.

"4차 산업시대에는 음악 역시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넘나드는 플랫폼입니다. 클래식 음악 역시 그 예외가 아니죠. 게임 문화와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젊은 클래식 아티스트들에게 용기를 전하는 한편, 대중의 즐거움도 키워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