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 “3D프린팅으로 제2 도약 모색”

사무용 복합기 1위..."신사업으로 8090 황금기 되찾겠다"

일반입력 :2018/07/26 14:47

신도리코는 국내 사무용 복합기 업계 1위 기업이다. 1960년 7월 설립 이후 국내를 넘어 중국, 베트남, 미국 등 해외시장에도 복합기를 수출했다. 사무용 A3흑백 복합기시장에선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졌다는 자부심도 있다.

1980~1990년 황금기엔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굴지 기업들의 복합기시장 진출에도 업계 1위를 수성하며 국내 대표 정보기술(IT)기업으로 평가 받았다.

현재 신도리코는 복합기산업 정체 위기 속에서 3D프린팅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2D프린터 사업으로 얻은 기술력과 경험을 발판삼아 3D프린팅 시장에서 국내 최고 기업을 넘어 해외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25일 기자가 찾은 서울시 성동구 소재 본사도 신도리코의 3D프린팅 사업 전개에 맞춰 꾸려졌다. 본사를 이루는 3개 건물 중 하나가 3D프린팅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연구소로 운영 중이다. 해당 건물 1층은 3D프린팅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3D스퀘어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 성동구에 위피한 신도리코 본사 전경.(사진=신도리코)

회의와 교육, 운동시설이 갖춰진 건물 1층엔 신도리코의 2D·3D프린팅 기술과 제품, 사업 방향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이 들어갔다. 현재 공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으며 완료되면 방문객들에게 공개된다.

윤후석 신도리코 홍보실 차장은 “신도리코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은 여전히 복합기다. 그러나 태블릿이 업무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고객들이 예전만큼 복합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됐다”며 “새로운 먹거리가 중요해졌다”며 3D프린팅 사업을 키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2D프린팅 기술력·경험이 모두 자산”

2016년 2월 첫 3D프린터 ‘3DWOX DP200’를 출시한 신도리코는 3D프린팅 시장에선 후발주자다. 신도리코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60년 가까이 2D프린팅 사업을 하며 확보한 역량 덕분에 강점은 분명하게 있다는 설명이다.

“2D프린팅 기업은 잉크를 뿌려 출력물을 만드는 방식이 유사한 3D프린팅 기술에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2D프린터에서 잉크가 노즐로 들어간 후 나오기까지 과정과 여기에 필요한 적절한 온도와 위치 조절 등 기술이 3D프린터와 매우 비슷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3D프린터를 내놨을 때 그 기술을 이해하고 재빨리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2D프린팅 기업 휴렛팩커드(HP)가 3D프린팅 사업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신도리코 연구 인력들이 모여있는 연구소. 1층에는 건물 1층은 3D프린팅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3D스퀘어가 자리 잡고 있다.(사진=신도리코)

신도리코는 보유 연구 인력이 3D프린팅 기술을 습득해 고품질 3D프린터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연구 인력은 200명 이상이며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화학공학,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사무용 복합기로 일찍이 해외시장을 경험한 것도 자산이다. 신도리코가 개발한 3D프린터들은 헤파필터가 달려있어 작동 중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걸러낸다. 환경과 안전을 중요시하는 해외시장을 이미 겪어봤기 때문에 세계 기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3D프린팅 사업에서 내세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신도리코는 전국에 사무용 복합기를 공급하면서 12개 지사와 500개 대리점을 갖췄다. 해당 영업망을 통해 전국에 신속하고 3D프린터를 공급하고 컨설팅,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차장은 “국내서 3D프린팅 기업 중 신도리코처럼 촘촘한 점조직을 가진 곳은 없다. 당사는 본사, 지사 직원들에게 3D프린터를 다루는 방법부터 다양하게 교육시켜 전국에 보낼 수 있다”며 “전시장 위층에 많은 직원들을 교육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 교육·컨슈머시장 강자…이제 산업용 목표

신도리코가 3D프린팅 사업을 본격 시작한 지 2년 반 정도만 지났지만 성과도 있다. 국내 교육, 일반 소비자(consumer) 3D프린팅 시장은 꽉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에서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아마존을 통해 매달 100대 내외 제품이 팔린다.

윤 차장은 “국내 교육현장에서 쓰는 3D프린터 중 40% 이상이 당사 초기 모델인 3DWOX DP200, 3DWOX DP201”라며 “사무용 복합기로 신도리코 인지도가 이미 탄탄한 데다 전국에서 바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제품 품질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지속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달 1천여대 3D프린터가 판매된다. 국내보다 해외 수출 물량이 더 많은데 1천 대 중 600대가 아마존을 통해 미국, 유럽에 판매된다”며 “국내서는 품질과 서비스, 해외는 가성비로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도리코의 FFF방식 3D프린터 3DWOX 2X.(사진=지디넷코리아)

신도리코는 꾸준히 나가는 기존 제품을 개선해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놓으면서 준산업용, 산업용 3D프린터 개발에도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3D프린팅 수익성은 산업용 시장이 더 큰 까닭이다.

교육 현장에서 많이 쓰는 보급형 또는 데스크탑 형태의 융합적층조형(FFF)방식 3D프린터는 현재 6개 제품을 개발했다. 제품을 지속 개선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초 특허 기술도 개발했다.

“2016년 하반기 3DWOX DP201이 나오기 전 교육 현장에서 3D프린터를 쓸 때는 출력물이 베드에 쌓여 완성되면 스크래퍼로 긁어 떼어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출력물이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휘어지는 베드, 즉 플렉서블 베드(flexible be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3DWOX DP201에 탑재했다. 플렉서블 베드 초기 제품은 소재가 금속이 아니라 말랑말랑하다보니 출력물 견고성이 약간 떨어졌는데 2017년 하반기 출시한 3DWOX 2X는 이점을 개선해 금속 소재로 만든 메탈 플렉서블 베드를 탑재했다.”

최근 연구 개발이 한창인 제품은 준산업용 3D프린터 3DWOX 7X와 산업용 광경화성수지적층(SLA)방식 3D프린터 2종이다. 지난달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3D프린팅 엑스포에서 세 제품 모두 전시됐지만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소에서 추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3DWOX 7X는 FFF방식으로 기존 신도리코 제품과 비교해 더 크고 정밀한 출력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력물 크기는 최대 390x390x450밀리미터(mm)다. 3DWOX 2X와 마찬가지로 노즐, 카트리지 2개가 적용되고 여러 소재를 출력할 수 있어 산업용 시제품이나 플라스틱 완제품 출력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으로 신도리코는 기대하고 있다. 출시 목표 시기는 올 하반기다.

신도리코 관계자가 지난 6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3D프린팅 엑스포에서 SLA방식 3D프린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도리코)

SLA방식은 신도리코가 처음 진출하는 3D프린팅 기술 분야다. FFF방식보다 더 정교한 출력물을 만들 수 있으며 치과 중심의 의료, 귀금속 분야에서 특히 많이 채택하는 3D프린팅 기술이다. 신도리코 역시 해당 시장이 목표다.

두 제품 모두 모델명은 확정되지 않았다. 덴탈(dental) 분야 SLA방식 3D프린터 업계 1위인 폼2(Form2) 동급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할 때까지 연구 후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윤 차장은 “3DWOX 7X는 베드 사이즈나 사용자인터페이스(UI) 모두 산업용을 고려해 적용했다. SLA방식 3D프린터 2종 중 작은 제품은 올 하반기, 큰 것은 내년 상반기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을 빨리 판매하기 위해 어서 내놓는 게 좋을 것 같지만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기술력이 받쳐줘야 한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품질을 높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신도리코는 산업용 3D프린팅 시장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인 금속 3D프린터도 연구하고 있다. 3D프린팅 전문기업이 되기 위해 소재사, 글로벌 3D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과도 협력해 장비,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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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엔 3D 설계부터 스캔, 3D프린팅, 후처리까지 종합 3D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3D스퀘어를 개관했다. 3D스퀘어에서 온라인으로 고객사들의 주문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비 품질, 애플리케이션 대응력, 3D프린팅 공정 기술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신도리코는 보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첫 주문을 받아 매출을 냈다.

윤 차장은 “현재 신도리코가 교육,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지만 점차 전문가, 준산업용, 산업용 시장에도 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2D프린팅 시장을 섭렵했던 것처럼 3D프린팅 시장에서도 국내 최고 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매년 전문 인력을 확충 중이며 소프트웨어, 소재 분야 등에선 전문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