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와인 품질로 맞짱…‘컨츄리 와인’ 성공기

[안희정이 만난 가업 잇는 청년들] 자연주의 와인 고집

인터넷입력 :2018/07/25 14:35    수정: 2018/08/03 14:36

지디넷코리아와 네이버는 앞선 세대의 기술과 정신을 배우고 가업을 이어나가는 소상공인을 조명하고자 '가업 잇는 청년들' 탐방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창업 열풍 속에서도 가업과 전통을 이으며,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꿈 많은 2030 창업자들을 함께 만나보세요. [편집자주]

[충북 영동=안희정 기자]지난해 전통주를 판매하는 사업자들에게 정부의 인터넷 판매 규제 완화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7월은 우리나라에서 제조한 전통주를 인터넷에서 판매한 지 1년 되는 달이다.

농가형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영동 컨츄리와인 김덕현 대표에게도 전통주 인터넷 판매 규제 완화는 희소식이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와인을 만들고 있는 김 대표에겐 정부의 이같은 규제 완화는 우리 전통 와인을 알리고,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져온 와이너리에 새 활력을 불어넣으며 전통주 시장을 키우고 있는 김덕현 대표를 충북 영동 컨츄리와인 와이너리에 직접 찾아가 만나봤다.

컨츄리와인 김덕현 대표

■ "우리 전통주 살리고 싶다"

귀금속 세공을 전공하고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김덕현 대표가 아버지 사업을 돕기 위해 영동으로 온 건 9년 전이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아버지와 함께 와인을 만든 첫해 그는 와인 2천병, 약 1천700만원을 사기당했다.

"유령회사 와인 납품업체가 물건만 받고 잠적을 했어요. 애지중지 만들었던 와인이 한 순간이 사라졌지만 어쩌겠습니까?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어요. 우리 와인을 접한 한 대기업 회장님이 몇 천만 원어치를 주문했어요. 오히려 더 많이 팔게 됐지요."

김 대표는 꾸준히 우리 와인을 알리고, 판로를 확대하려 노력했다. 와인양조학코스와 와인강사코스도 수료했다. 어떤 자리에서도 우리 와인을 설명하고, 알리고 싶었다.

그는 먼저 대형마트 문화센터를 찾았다. 강사료를 적게 받아도 강의만 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어필했다. 문화센터에서도 김 대표를 믿고 수업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와인에 대한 선입견을 담은 퀴즈 등 재미나고 알찬 내용으로 수강생들을 사로잡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강생들을 영동 와인 축제에 단체로 초청하기도 했다.

"예전엔 와인 품평회에서 우리나라 와인을 무시했어요. 그럴수록 악착같이 와인을 공부했습니다. 와인 품질 유지를 위해서도 계속 연구했어요. 그 결과 광명와인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았어요."

컨츄리와인 김덕현 대표

우리나라 와인 맛은 수입 와인과 다른 특유의 독특함이 있다. 또한 컨츄리와인은 산화방지제인 아황산과 솔빈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는 네츄럴 와인이라 할 수 있다. 향이나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 범위에서 살균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아버지의 철학이 담겨 있는 제조과정이다.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강풍기를 틀어놓고 포도를 으깹니다. 벌레들이 안 달라붙게 하기 위해서죠. 해가 뜰 때 작업을 끝내야 하는데, 작업이 여간 힘든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은 못 버팁니다. 하루 하고선 다음날 출근하지 않더라고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는 농가형 양조장이라 일손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업무분담을 효율적으로 하려고 노력중이다.

공장형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주변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블루베리나 아로니아를 경매가보다 비싸게 매입해 와인으로 제조하고, 현장에서 한정판매하기도 한다.

"이제 소비자들도 2~3달러 와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2~3만원 와인으로 둔갑해 판매된다는 걸 압니다. 정성 들여 만든 우리나라술이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어요. 홍대나 연남동에도 우리나라 술을 취급하는 퓨전 레스토랑이 늘어났어요."

컨츄리와인 홈페이지

■ 과실주 시장서 한국 전통 와인 점유율 3%…"성장 가능성 크다"

김 대표는 정부가 전통주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기 전부터 통신판매업 등록을 하며 철저히 준비해왔다. 지난 7월부터 그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구 스토어팜)를 만들고 와인을 판매했다.

오픈마켓 등 판매 채널을 넓히기보다는 네이버 모두에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스마트스토어를 연결했다. 컨츄리와인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는 동시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

"네이버 키워드 광고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와인'이라는 키워드는 비싸니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했죠. '국산와인', '영동와인' 등을 입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홈페이지를 방문하도록 자연스럽게 유인했습니다."

현재 김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카카오 선물하기를 통해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물론 와이너리에 방문해 직접 와인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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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빠졌다. 와인에 대한 정보를 올리기도 하고, 와이너리 운영이나 육아, 낚시와 관련된 일상도 포스팅 한다. 팔로우는 6천명이 넘었다.

"국내 과실주 시장의 97%를 수입산 와인이 차지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와인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3%가 채 안 된다고 하네요. 온라인 판매는 국내 와인 시장에서 아주 큰 변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신다면 큰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