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만원 주고 일반인 희롱한 GS샵

속옷노출이 아니라, 몰카와 비하가 문제

기자수첩입력 :2018/07/24 15:27    수정: 2018/07/24 16:27

홈쇼핑 사업자들이 지켜야 하는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안에는 방송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각 호에는 "판매 방송에서 신체적 결함이나 약점 등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표현을 하지 말아야 하고, 불쾌감이나 혐오감 등을 유발하는 표현도 하면 안된다"고 나와 있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긴 GS샵이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한 보정 속옷 판매방송에서 해외 여성 연예인의 사진 중 보정속옷이 노출된 장면을 방송하고, 속옷 상의가 비치거나 윤곽이 드러나게 착용한 일반인 여성 촬영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조롱하는 멘트를 했기 때문이다.

쇼호스트들은 "저런 포동포동, 늘어진 뱃살들이 나를 아줌마처럼 보이게 하거든요. 앞모습은 어쩔 수 없다쳐요. 복부나 러브핸들..."이라고 말했다.

GS샵 측에선 해외 여성 연예인 사진은 해당 브랜드 본사 측에서 일부러 파파라치 식으로 촬영해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속옷 하의가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어 합의하에 찍힌 사진이라 보기 힘든데도 말이다.

또 일반인 여성 사진에 대해서도 "촬영할 당시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이 상반신 뒷모습이고, 얼굴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도 해명했다.

이어 GS샵은 2016년 5월 뒷모습을 찍은 후 해당 일반인에게 "속옷 영상에 쓸 영상으로 속옷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으로 쓰려 한다 말했다"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주장이다. 회사 측은 영상을 활용하는 대가로 1만1천원인 비누셋트를 증정했고, 동의서는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다.

보통 홈쇼핑사들은 보정속옷 방송 시 적절한 모델을 고용해 비교시연을 하고 있다. 그러나 GS샵은 1만원대 사은품을 증정하며 촬영한 뒷모습 영상을 2년 후에도 재사용했다. 몇번 사용했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속옷 방송에서 속옷이 노출돼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려는 게 아니다. 당연히 속옷 판매 방송에선 속옷이 부각돼야 하는 게 맞다.

방심위는 적나라하게 속옷 하의가 드러난 사진이 방송에 등장하고, 길거리에서 일반인을 촬영한 것을 두고 쇼호스트가 부적절한 발언한 것이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줬다는 판단이다. 당시 회의를 취재한 기자도 같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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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한 심위의원은 의견진술 자리에서 GS샵 관계자에게 만약 본인이 이런 경우에 처해 있다고 한다면 어땠을지 묻는 질문에 "(만약 제가 해당 여성이었다면)몰래 당했다면 불쾌했겠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나 물품을 받았다면 사용을 허락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만원대 비누셋트를 받고 홈쇼핑 생방송에서 내 뒷모습이 조롱당한다고 생각하면 누가 영상 활용을 허락할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