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분쟁 '종지부' 임박

삼성-반올림, 조정위 '중재' 제안 수용...이르면 9월 중재안 도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7/22 09:23    수정: 2018/07/22 09:55

10년간 이어진 이른바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들의 직업병 분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밝히면서 피해자 보상 조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공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전날 통보했다.

반올림 측도 중재 방식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제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앞서 조정위원회는 지난 18일 '위원회가 양쪽의 의견을 들어 결론에 해당하는 중재 결정을 내리겠다'는 '공개 제안서'를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보냈다. 이는 위원회가 지금까지 해 왔던 '조정' 방식이 아닌, 양 측의 주장을 듣고 위원회가 중재 결정을 내리면 모두 따라야 하는 강제조정 방식이다.

위원회는 "이번 제안이 마지막 제안"이라며 "제안 수용 여부를 21일 자정까지 알려달라"고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각각 통보했다. 만약 한 쪽이라도 거부 의사를 밝히면 활동을 공식 종료할 것이라고 위원회는 밝힌 바 있다.

양 측 모두 분쟁 해결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활동 종료로 압박한 위원회의 중재 방식을 거부하기엔 쉽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길에 놓여져 있는 반올림 이어말하기 게시물. (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전자는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이르면 두 달 후 도출될 중재안의 내용과 상관없이 '무조건 수용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반올림도 위원회의 제안에 앞서 해결방안 모색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는 삼성전자와 반올림 모두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제안이어서 양측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양측이 대승적인 차원으로 합의를 이룬 것이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양측 모두 제안을 수용함에 따라, 조정위원회는 오는 24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위원회 제3자 대표간 2차 조정 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 서명을 진행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이후 두 달동안 중재안 마련 절차를 거친 후, 최종 중재안을 발표한다. 발표 시점은 이르면 오는 9월 말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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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중재안에는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을 비롯해 재발 방지, 새로운 질병 보상 방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반올림 농성 해제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최종 중재안 발표와 양 측의 합의 서명이 끝나면 위원회는 오는 10월까지 반올림 피해자 보상을 모두 마무리짓게 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논란은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명으로 사망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듬해 출범한 반올림은 '반도체 직업병 사태를 해결하라'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