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내 3D프린팅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사업·정책 방향, 장비개발서 탈피해야…선택과 집중 필요

디지털경제입력 :2018/07/20 16:18    수정: 2018/07/20 16:18

한국 3D프린팅 산업이 기지개를 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독일, 일본 등 3D프린팅 강국으로 불리는 나라와 비교해 산업을 시작한 시점도 뒤처졌지만 여전히 산업 수준이 시제품 출력이나 기술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3D프린팅으로 혁신될 것이라 기대되는 국내 자동차나 기계, 항공, 의료 등 산업에서 국내 3D프린터 장비가 활발히 사용되거나 국내 장비로 만든 자동차 부품이나 임플란트, 인공관절 등이 널리 쓰이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스트라타시스, 3D시스템즈, HP, 이오에스(EOS), 컨셉 레이저(Concept Laser) 등 해외 3D프린팅 기업들이 만든 장비는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기업들이 사들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만든 3D프린터로 출력한 제품은 사람 입에 들어가는 투명 교정기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제작 중인 우주선 오리온 부품까지 완제품으로서 이용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양산 단계까지 이르렀다.

현재 국내 자동차나 기계, 항공, 의료 등 산업에서 국내 3D프린터 장비가 활발하게 사용되거나 국내 3D프린터로 만든 자동차 부품이나 임플란트 등이 널리 쓰이는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사진=픽사베이)

그런 탓일까. 국내 3D프린팅 업계에선 산업 육성 방향이 잘못됐다는 쓴소리들이 많다. 현재 국내 많은 3D프린팅 기업과 산업 진흥 정책을 고민하는 정부는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수억에서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국책과제 상당수도 장비 개발을 전제로 깔고 있다.

문제는 국내 3D프린터 장비 기술력이 미국, 독일 등과 비교해 크게 뒤처졌다는 점이다. 3D프린터를 이루는 핵심 기술들은 기계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특히 자동차, 항공우주, 기계, 전자기기 등 산업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 제작이 가능한 금속 3D프린터는 광학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기계산업과 광학산업에서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 독일에서 글로벌 3D프린팅 기업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금속 3D프린터의 레이저 부품 상당수도 독일제다. 국내 3D프린터를 뜯어봐도 핵심 부품들 상당수가 독일, 미국 부품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집중해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한국시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3D프린팅 기업 관계자들은 애플리케이션 분야를 꼽는다. 국내 3D프린팅 고객사들도 같은 얘기를 내놓는다.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면서 성능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이나 산업 분야를 찾아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장비 기술력은 최고가 아니지만 장비를 활용하는 아이디어와 능력을 기르면 차별성과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애플리케이션을 최적의 품질로 제작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이다. 예컨대 투명 교정기를 목표로 잡았다면 보기 좋은 투명한 재질, 사람 몸에 들어갔을 때 무해하고 가벼우며 잘 부식되지 않는 특성, 편안한 착용감, 매끄러운 질감 등을 모두 갖춘 투명 교정기를 인쇄할 수 있는 최적의 공정 조건을 찾는 것이다.

3D프린팅 출력물은 프린터와 프린팅 방식, 소재 특성, 서포트 수와 기울기, 출력 방향, 후처리 방법 등 온갖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품질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금속 3D프린팅 출력물은 품질에 따라 시제품과 완제품으로 나뉘는데다 시제품도 품질 차이가 심해 공정 기술이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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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비 기술 개발을 아예 손 놓을 수는 없다. 우수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선 적합한 장비 개발도 중요하다. 실제로 특정 애플리케이션 분야를 목표로 잡고 3D프린터를 개발하는 국내 업체들도 있다. 그러나 장비 개발만 바라보는 사업이나 정책은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3D프린팅은 다가오는 시대에서 빠지지 않는 핵심 기술 분야다. 미래 3D프린팅 시장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어서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산업이 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