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이냐 가성비냐...5G, 화웨이 딜레마

[데스크칼럼] 정부 이통사 장비업계 고민

기자수첩입력 :2018/07/13 08:24    수정: 2018/07/13 17:05

최근 통신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화웨이다. 요지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하는데 국산이 아닌 외산장비로 스타트를 끊어야만 하는 것인가의 문제다.

5G가 단순히 4G의 진화된 이동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여러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먼저 단말과 장비를 개발해 서비스를 해보고 여기서 획득한 경험을 토대로 해외시장을 개척하자는 취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에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이고, 1년을 서둘러 5G 주파수 경매를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부는 외산보다 국산장비를 우선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칫 무역 분쟁이나 마찰로 이어질 수 있어 말을 아끼고 있을 뿐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G 상용화의 의미가 세계 최초보다 1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2일(현지시각) 중국 차이나모바일은 5G 단말상품 지침을 발표했다. (사진=차이나모바일)

반면, 통신사들은 이 같은 5G 상용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국산장비를 무조건 1순위로 도입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다.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전방위적인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장비 대비 3분의 1 가격에 불과한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화웨이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가성비로 주목받는 샤오미가 일반 소비자에게 ‘대륙의 실수’라면 화웨이는 통신사에게 대륙의 실수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디딤돌로 5G 상용화를 활용하려는 정부나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망 구축에 나서려는 통신사 모두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약 10년 전 모 통신사의 대표는 “우리나라가 IT강국, 통신강국이라고 하는 건 허울이다. 국내에 내세울 만한 통신장비 업체가 하나라도 있느냐”면서 “지난 20년 동안 통신사가 꾸준히 국산장비 하나라도 구매해줬더라면 글로벌 장비업체가 나왔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5G는 기존 4G까지의 통신 패러다임과는 다른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프라다. 과거 통신사 대표가 한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국산장비로 5G 상용화가 이뤄졌다고 해서 과연 중소 장비업체가 동반성장하거나 활성화될 수 있느냐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최근 중소 장비업체들은 5G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벌어지는 화웨이 논쟁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고 있다. 누가 장비를 공급하든 어차피 남의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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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통신비 인하정책을 추진하는 동안 중소 장비업체들은 하나둘 씩 문을 닫았습니다. 이를 이유로 통신사가 원가절감에 나서면서 납품단가를 깎았기 때문이죠. 지금 남아 있는 중계기, 안테나 업체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장비 개발을 하려고 해도 이제는 인력이 없습니다. 삼성전자든 화웨이든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오는 17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5G 상용화의 중간점검 차원에서 이동통신 3사 CEO 간담회를 연다. 정부와 통신사 모두 5G 성공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이 넓고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