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원 부산 스마트시티 MP "부산서 유니콘 기업 나오게 할 것"

[스마트시티 전문가를 찾아서⑤]교통, 물류 등 혁신...규제혁신과 소통이 중요

일반입력 :2018/07/14 08:29    수정: 2018/07/14 12:11

“혁신 기업 하나가 도시 하나를 먹여 살립니다.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에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 낼 겁니다. 내년부터 1년에 하나씩, 2021년까지 3개의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총괄책임를 맡은 천재원 MP(Master Planner)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도록 도와주는 엑센트리라는 투자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로 일했었다. 엑센트리는 영국 런던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금융지구의 스마트시티 플랫폼인 ‘코그니시티(Cognicity)’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한 바 있다. 이곳에는 현재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의 총괄책임를 맡은 천재원 MP(Master Planner).

그는 부산 스마트시티 MP로 선정된 후 지난 5월 27일 대표직에서 공식 사임했다. 지금 그의 직책은 온전히 스마트시티 총괄책임자뿐이다.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직을 겸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아니에요. 중요한 국가사업인데 쓸데없는 일로 오해를 받거나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되니까요. 저도 총괄책임자를 맡기까지 며칠을 고민하다 각오를 하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의 말에서 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한 책임감과 동시에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 “한국 신도시는 철학없이 일률적으로 찍어내…원도심과 밸런스 맞춰 가야”

스마트시티 책임자로 선정됐을 때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오히려 그동안 도시설계를 관 쪽에서 진행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도시를 만들 때는 어떤 도시가 될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인문학적 접근, 콘텐츠적 접근, 기술적 접근 등 복합적인 고민이 필요한데, 그동안 정부 위주로 진행한 도시 설계는 그런 철학 없이 일률적인 신도시만을 만들어냈어요.”

스마트시티를 말하기 전 그는 한국의 신도시 사업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다. “한국의 신도시는 서울에 인구가 너무 많으니까 만들어낸 인위적인 신도시”라며 이렇게 조성된 신도시들은 외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촉진제나 그곳에서 사업을 하고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성장동력 없이 ‘잠만 자는 도시’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다가는 지리산, 한라산을 빼놓고는 전국이 신도시가 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모순되게도 그가 총괄책임을 맡은 부산 에코델타시티도 세물머리지역 중심으로 조성되는 66만평 부지의 신도시다. 이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스마트시티 총괄 책임자로 선정됐다면 스마트시티를 아무것도 없는 신도시에 하지 않았을 거예요. 기존 도시에 스마트시티 모델을 만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사업. “애당초 괴리는 있지만, 에코델타시티를 제대로 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산 원도심에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함께 밸런스를 맞춰 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스마트시티는 각 도시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해 사람들이 도시에서 탈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도시 문제점은 기존 도시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부산의 문제점은 교통, 물류, 콘텐츠”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부산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부산의 가장 큰 첫 번째 문제점으로 교통을 꼽았다. “부산 지형 자체가 계획도시가 아니어서 도로를 더 만들고 싶은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는 “교통을 단순히 버스, 택시에만 의존할 것인지 등의 시스템 부분을 근본적으로 다시 뜯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물류다. “부산은 물류량으로는 도쿄나 상해, 싱가포르에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물류를 잘 품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있지 않다”며 “에코델타시티 바로 위에 김해공항이 있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원도심과의 커넥션을 어떻게 해 시너지를 발휘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콘텐츠다. 그는 부산만의 특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의 가장 큰 문제는 선진국만 따라가려다 보니 고층 빌딩을 짓는 데 혈안이 돼있다”며 “도시는 그 도시에 친환경적이고 가장 잘 어울리는 건축 양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은 항구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물과 관련된 특색있는 사업이 부족하다고 얘기했다. “세계적으로 항구도시는 무역이 활발해 콘텐츠나 문화적인 부분이 발전하는데 부산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며 “해외 관광객들은 역사적인 공간을 많이 찾는데, 부산에 있는 UN기념공원 같은 경우도 너무 낙후된 곳에 있어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 “에코델타시티에서 이런 부분을 잘 정리해 부산이라는 하나의 문화콘텐츠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9일 서울 더K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 컨퍼런스에서 천재원 부산 에코델타시티 총괄책임자가 부산 에코델타시티의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파리, 런던 등과 협업하는 '교차 테스트베드' 모델 제시

그는 지금의 부산은 미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부산의 연령대는 매우 높습니다. 다들 대학 졸업하면 서울로 올라가기 바쁘죠.”

젊은이들이 부산을 떠날 필요가 없고, 국내외 혁신적인 기업들이 부산으로 들어오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을 홍콩과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글로벌 도시로 만들 겁니다. 부산은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게 하나의 게이트의 역할을 해주고, 그 기업들은 다시 한국 스마트시티에 참여해 한국시장을 키우게 될 겁니다.”

그는 ‘교차 스마트시티 테스트베드’라고 명명하는 모델이 반드시 부산 스마트시티에 들어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 런던 등의 도시에 있는 기업들과 부산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의 스타트업 등이 함께 데이터를 활용해 교차로 실증해보며 시장을 넓힌다는 목표다. 2022년까지 유럽, 미주, 프랑스, 싱가포르 등 대여섯 개의 도시와 연계할 계획이다.

천 MP는 이를 통해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에서 유니콘 기업을 1년에 하나씩 만들 것”이라며 “캐나다 워털루라는 작은 도시에서 블랙베리라는 혁신기업이 나온 것처럼 부산 스마트시티를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니콘 기업 하나가 한 도시를 먹여 살릴 수 있다”며 “중견기업의 10배 이상의 효과를 내 세수문제,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가 풀어져야 하고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규제프리존이 적용돼야 하는 이유로 “신기술을 구현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테스트베드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시티에 법인세 인하도 강력히 주장했다. "런던은 법인세가 20%, 체코는 12%, 다른 곳도 대부분 15% 이하다. 우리나라와는 경쟁이 안된다”면서 "올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다. 적어도 유럽 기준으로 맞추거나 더 낮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 “스마트시티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MP를 믿어줬으면”

그에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스타트업에게는 과감한 모험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 나가보면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런던 등의 스타트업들은 되든 안 되든 배짱이 있다. 무조건 부딪히고 본다”고 말했다. 또 “세일즈, 네트워킹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술 업그레이드가 중요하다”며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는 세계 누가 와도 맞짱을 뜰 수 있는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쏟으라”고 조언했다.

중견기업에는 혁신이, 중소기업에는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기업은 "국내 스마트시티 사업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백업하고 해외에서 승부 보길 바란다"며 "안정성만 추구하지 말고 잠재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스타트업, 중소, 중견, 대기업 모두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이 국가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라고 설명했다.

천MP는 마지막으로 스마트시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밖에서 보는 관점과 안에서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지 않고 무조건 껍데기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중앙정부와 MP는 부산 시민들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고, 동시에 스마트시티의 철학 등을 많이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처 간에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국토부,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중기부, 산업부 등 여러 부처가 함께하고 있다”며 “여러 부처가 함께하니 잘 될 거로 생각할수 있지만, 오히려 협력 부분에 있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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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스마트시티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MP의 가장 큰 역할은 간담회도 많이 하고 세미나도 많이 다니면서 스마트시티 필요성과 철학 등을 많이 알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총괄책임자를 믿어야 스마트시티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사람들은 왜 스마트시티에 건축하고 관련 없는 사람을 총괄책임자로 뽑았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건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재조정하는 것”이라며 “런던 스마트시티를 하면서 실제로 스마트시티를 목격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사람으로서 저의 경험을 충분히 믿고 따라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