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쟁터' 印 시장...삼성, 선두 탈환 공세

생산량 확대해 신흥국 겨냥…저가폰 라인업 강화

홈&모바일입력 :2018/07/11 17:35    수정: 2018/07/11 18:06

인도 현지 휴대폰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한 삼성전자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 노이다 공장의 부지를 약 두 배 확장하는 공사를 완료, 휴대폰 생산량을 월 500만대에서 1천만대로 늘렸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을 향후 인도뿐 아니라 다른 신흥 국가들에도 수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이다 생산 스마트폰은 현재 인도 내수용이고 향후 신흥시장으로 수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출 국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13억명의 인구 대국으로 가파른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요 스마트폰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규모나 잠재력 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해 미국, 중국과 함께 3대 휴대폰 격전지로 꼽힌다. 인도 내 생산량을 확대할 경우 인도뿐 아니라 서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 공략에도 유리하다.

인도 노이다 공장 내 문재인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모습.(사진=청와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임수정 연구원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적어도 2020년까지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미 중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만큼 리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흥 시장 공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현지 생산량 지속 확대…"특화폰 개발에 속도-물류·관세 비용 절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 속에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새로운 수요를 촉발할 수 있는 인도 시장 공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됐다.

최근 인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노이다 공장을 방문해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지난해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1위인 점을 언급하며, 국내외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스마트폰 공장으로 거듭난 노이다 공장이 한국과 인도 간의 상생 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1995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이래 20년 이상 판매와 생산, 연구개발, 디자인 등에서 꾸준히 투자를 진행해 왔으며 모바일 투자는 2005년부터 시작했다. 노이다 공장 확장에는 약 8천억원을 투자, 현재 연간 6천800만대 수준의 스마트폰 캐파(생산능력)를 2020년까지 연간 1억2천만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노이다 신공장 증설을 통해 인도 특화 스마트폰 연구개발(R&D)과 출시기간 단축, 물류비와 관세 절감으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지리적 여건 상 물류비 절감과 수출기간 단축으로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 강화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는 인도 피처폰 시장에 더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선두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인도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은 45% 수준에 불과하다. 전세계 피처폰 판매량 5억1천만대에서 약 32% 수준인 1억6천만대가 인도에서 소비됐을 정도로 인도 피처폰 시장 규모는 크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인도 경제 성장에 따라 피처폰 수요는 점차 스마트폰으로 전환될 것이며, 2020년에는 스마트폰 비중이 60%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삼성전자로서는 지금의 피처폰 점유율을 스마트폰으로까지 이어갈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中, '인도 잡기' 혈투…저가폰·온라인 판매채널 등 강화

이처럼 삼성전자가 자금을 쏟아부으며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 심화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인도에서 6년 만에 중국 샤오미에게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올해 1분기에도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부터는 샤오미, 비보, 오포 등 중국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면서 삼성전자와 중국 브랜드 간의 혈투가 시작된 탓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른 샤오미는 일찍이 저가 전략으로 우위를 점했다. 또 '샤오미즈자(샤오미의 집)' 매장 수로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 온라인 채널에서도 점유율을 57%로 끌어올렸다. 샤오미는 현재 인도에 노이다를 비롯해 6개 생산라인을 구축했으며, 추가 투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저가 중심의 시장 공략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신흥 국가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갤럭시J3.(사진=씨넷)

화웨이도 기존의 중고가 전략에서 저가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화웨이는 다양한 가격대의 스마트폰으로 내수 시장을 장악, 해외 시장에서도 삼성과 애플을 바짝 추격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좀처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우선 1만 루피(약 16만원) 이하인 휴대폰 시장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1만 루피 이하 시장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화웨이는 인도 첸나이에 공장을 구축했으며 지난 2월 인도 정부와 관세 인상에 대응하며 인도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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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당분간 인도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저가 라인업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인도에 고가인 갤럭시S9 시리즈, 중가인 갤럭시A8플러스, 갤럭시A6 시리즈와 저가인 갤럭시J8·J7듀오·J7프라임2·J6·J4·J2 등 10가지 이상의 모델을 출시했는데 이중 J 시리즈의 판매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피처폰 사용자를 스마트폰 시장으로 유인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제품 교체시기에 중저가 스마트폰 중심의 가격 정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트렌드를 반영해 온라인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인도 특화 모델을 출시하면서 샤오미와 비교해 부족한 현지 A/S망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면 시장 공략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