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년 늦은 현대차 자율차 동맹, 기술로 승부해야

시장에 파급력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시급

기자수첩입력 :2018/07/11 14:59

현대차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10건이 넘는 미래차 관련 협업을 이뤄냈다. 빠른 시간에 자체적으로 미래차 연합군을 키운 셈이다.

그중 큰 힘이 되주고 있는 분야는 바로 인포테인먼트 분야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제네시스 G70 출시 이후 양산차량에 카카오 인공지능 음성인식 시스템 ‘카카오아이’를 적용시켰다. 지난해 말부터는 라디오에 나오는 음원 정보를 나타낼 수 있는 사운드하운드 음원서버를 신형 벨로스터 등에 탑재시켰다.

하지만 현대차의 자율주행 관련 분야 협업은 미국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행보와 비교했을 때 약 2년 정도 늦은 편이다.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사진 좌측)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CES 2018 간담회 무대에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미국 GM은 2016년 3월 11일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아예 인수했다. 단순한 투자나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한 MOU가 아닌 독자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한 GM은 1년새 자율주행 관련 신규 일자리를 1천개 이상으로 확대했고, 올해 1월에는 스티어링 휠 자체가 아예 없는 볼트 EV 기반 자율차 ‘크루즈 AV'의 실내사양을 공개했다. ’크루즈 AV'의 양산시기는 내년이다.

GM이 자율주행 역량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에 대응할 협업체계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중 대표적인 사례는 구글 자율차 브랜드 웨이모와 협업 체계를 구축한 재규어와 FCA의 움직임이다. 재규어와 웨이모는 올해 3월 장거리 전기차 I-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자율차를 2만대 가량 투입하는데 합의해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차는 올해 1월 미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오로라와 손을 잡고 2021년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로라는 테슬라, 구글, 우버 출신의 임원들로 구축됐기 때문에 기술 관련 신뢰도가 매우 높은 기업으로 알려졌다. 오로라는 실제로 자율주행 분야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 각종 센서 및 제어기,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백엔드(Back-End) 솔루션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의 오로라 협업은 국내 완성차 시장의 미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올해 또는 내년에 자율차 서비스를 내놓은 해외 완성차 업체 움직임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차가 오로라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늦더라도 세계가 놀랄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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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개념을 뛰어넘는 반자율주행 또는 자율주행 기술이 현대차로부터 나와야 하는 시기다. 현재 투자를 결정했거나 협력체계를 구축한 기업과의 끊임없는 의사소통도 중요하다. 또 떠오르는 차량 공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최신형 기술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대차가 미래차 기술에 대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대신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려면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