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삼성바이오 처리 원안 고수...왜?

원점으로 돌아간 금융위 증선위

금융입력 :2018/07/09 16:56    수정: 2018/07/09 16:56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정 회계 처리 논란에 대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결정이 당초 예상보다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일 열린 금융위 증선위에 당초 알려진 것과 다르게 수정 조치안을 올리지 않은데다,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기존 원안이 우리 입장"이라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 증선위는 이달 께 중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안을 일단락짓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장기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 윤석헌, 삼성바이오 증선위 수정 요구에 "원안 고수"

윤석헌 금감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금감원이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금융위 감리위원회를 거쳐 증선위로 넘어간 원안에 대한 수정은 없다는 견해다.

윤석헌 원장은 "증선위가 수정 요구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원안 고수가 우리 생각"이라며 "원안에 집중해서 심의해달라고 (증선위에) 부탁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 2015년 회계처리 기준 변경만 문제 삼은 금감원의 조치안을 보완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2014년 이전 회계처리도 검토해 수정 조치안을 올리면, 이를 참고해 심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2015년 이슈에 집중돼 있고 증선위는 그 이전의 문제에 대해 봐달라는 요구 사항인데 절차적으로 이전까지 검토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조금 도움을 주고자 참고자료 형식으로 만들어서 자료를 제출하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원안 고수 금감원 "이슈 자체 흔들릴 가능성 있어"

윤석헌 금감원장은 수정 조치안 대신 원안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부담스럽고, 이슈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이 집중하는) 이슈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 원안에 집중해서 심의해 달라는 입장"이라며 "증선위 논리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 시점에서 여러 이슈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즉,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정 회계 처리 의혹이 의심되는 2015년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금감원 원안에 대해서 신속히 결정을 내려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들은 "증선위가 금감원 안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크게 필요하지 않은 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윤석헌 원장이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2015년 재무제표에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린 점이 이번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이라며 "지분법 적용의 타당성을 왜 과거 자료까지 들춰봐야하는지 금감원으로서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의 증선위 수정 조치안 요구 거부는 이례적"이라며 "통상 금융위가 요구하는 자료에 대해 '군말없이' 금감원이 제출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에, 이번에 윤석헌 원장이 소신 발언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 증선위는 지난달 12일 열린 회의에서 피투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력 판단과 관련해 금감원이 마련한 조치안에는 2015년도 회계변경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며, 이달 4일까지 수정 조치안을 금감원에 요구한 바 있다.

■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의혹

증선위의 수정 조치안을 금감원이 거부하면서, 모든 것이 다시 초기화됐다. 증선위는 금감원의 원안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주장과 자료를 기반으로 판단해야할 확률이 높다.

다만 임시회의를 거쳐 금융위와 금감원 간 의견을 조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특히 윤석헌 원장이 '참고 자료용'으로 만든 자료의 수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정 조치안보다는 못미치지만 증선위원들의 판단에 관여할 만한 정도라면, 윤 원장의 이번 발언은 생색내기용 경고성 발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날 윤석헌 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 통보를 외부에 미리 공개하는 과정에 대해 "절차를 통틀어 시장에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필요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 충분히 고민도 했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난처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2014년 재무제표까지 들여다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간 관계를 처음부터 연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증선위에서 관철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한박자 늦은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미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반영했다는 것도 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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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년 함께 설립한 미국 바이오제약사 바이오젠이 주식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회사 지배 관계를 미리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율이 줄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관계사로 바뀌는데, 콜옵션을 미리 반영한 시점과 실제 행사한 시점의 시간 차가 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