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7년 특허분쟁' 어떻게 끝냈나

둘 모두 명분 얻어…"지금이 적기" 판단한듯

홈&모바일입력 :2018/06/28 10:45    수정: 2018/06/28 13:5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조짐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전면적인 종전 선언은 예상 밖이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27일(현지시간) 7년 동안 계속된 특허분쟁을 끝내기로 했다고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이번 특허 분쟁은 돈 이상의 문제’라면서 강경 태세를 견지했다. 삼성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평결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항소 신청을 했던 터였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 배상금 산정을 위한 소송이 열리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사진=씨넷)

물론 두 회사가 법정 밖 중재에 들어갔다는 조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삼성은 지난 달 31일 루시 고 판사에게 대체적 분쟁해결(ADR) 관련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ADR이란 법원 소송 이외 방법으로 이뤄지는 분쟁 해결 방식을 의미한다. 이 때부터 삼성과 애플이 특허 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같은 조건으로 다시는 제소할 수 없는(dismiss with prejudice)’ 조건으로 합의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 깜짝 합의라고 표현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 애플, 디자인 가치 인정받아…계속했다간 명분 상실 우려도

그렇다면 삼성과 애플은 왜, 그리고 어떻게 특허 분쟁 종전에 합의할 수 있었을까? 두 회사가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배경을 알긴 어렵다. 하지만 추론은 해 볼 수 있다.

일단 애플 입장에선 이번 특허 분쟁에서 얻을 수 있는 명분은 다 얻었다고 봐야 한다.

2016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일부 디자인 특허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부분은 애플에겐 뼈 아프게 다가왔다. 디자인 특허의 가치를 누구보다 강조하던 애플에겐 치명적인 판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심에서 ‘UI 디자인 특허는 제품 전체나 다름 없다’는 배심원 평결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애플 입장에선 명분은 어느 정도 챙긴 셈이다. 괜히 항소심 소송을 계속할 경우 1심 법원에서 인정받은 디자인 특허권의 범위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애플 D305 특허 개념도. 배심원들은 이 디자인 특허가 아이폰 전체와 분리할 수 없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사진=미국 특허청)

결국 애플 입장에선 어차피 철수할 전쟁이라면 지금이 최적의 시점일 수도 있다. 오히려 삼성과 적정 수준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훨씬 수지타산이 맞을 수도 있다.

삼성도 비슷한 상황이다. 배심원 평결로 배상금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애플과 마찬가지로 삼성에게도 크게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다. 오히려 애플 디자인 특허를 견제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부분은 소중한 결실이다.

게다가 쟁점이 된 제품들은 이미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있다. 특허 분쟁을 오래 끌어봐야 서로 명분 약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우려도 있다.

■ 삼성-애플 모두 화웨이-모토로라와 새로운 소송 중

두 회사 모두 또 다른 특허 분쟁을 시작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잘 아는대로 애플은 모토로라와 치열한 특허 분쟁을 하고 있다. 삼성 역시 중국과 미국 법원에서 화웨이와 LTE 특허권을 놓고 한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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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 모두 ‘철 지난 소송’으로 힘을 빼는 것보다는 ‘최신 소송’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IT전문매체 더버지는 “두 회사 모두 더 이상 시간을 끌기보다는 상징적으로 중요한 전투를 종결짓기로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