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알뜰폰, 출구는 제4이통?

사실상 데이터 요금 경쟁 어려워…경쟁 활성화 정책 전환 요구 거세

방송/통신입력 :2018/06/22 17:15    수정: 2018/06/22 17:16

알뜰폰이 사면초가다. 이통사는 속도제한(QoS)이 없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영역을 옮겨가고 있는 반면, 알뜰폰은 소량데이터의 저가요금제 위주 사업을 펼칠 수밖에 없어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전파사용료 면제,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주면서 조금씩 누적적자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반대로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등이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형세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 음성과 데이터의 종량 도매대가(RM)는 전년대비 각각 12.6%, 16.3%,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매대가(RS)는 전년대비 평균 7.2%p(도매대가 납부금액 기분 10.4%p) 인하됐지만 올해는 모두 인하폭이 10% 이내로 좁혀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 가이드라인이 있어 인하폭이 컸지만 올해는 이 정도의 인하폭은 쉽지 않다”며 “특히 RS는 사실상 권한이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최대한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같은 도매대가 협상 분위기라면 알뜰폰은 3G 위주의 서비스나 상대적으로 도매대가가 낮은 월 제공량이 6.5GB 이하인 데이터 요금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알뜰폰 업계는 협상 결과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지만 데이터 도매대가 인하폭이 낮을 경우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 등의 출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데이터 도매대가에서는 최근 KT가 내놓은 100GB 요금제 등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사들이 3~4년 전 내놓았던 한물 간 서비스를 재판매밖에 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학계에서도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도매대가 제도 개선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현재 알뜰폰 사업자의 도매대가 지급비용은 서비스 매출의 약 45% 수준으로 이 정도의 도매대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서 “평균 소매가에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하는 도매대가(리테일 마이너스)를 원가기반의 도매대가(코스트 플러스)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통사는 기업고객에게 50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1MB당 0.71원에 판매하면서 알뜰폰에게는 4.51원에 제공하고 있어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전 구매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상근부회장은 “현재 리테일 마이너스를 기준으로 돼 있는 알뜰폰 도매대가로는 통신시장에서 경쟁이 아닌 판매대리점 역할을 하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풀MVNO가 없는 이유도 설비를 갖춰도 도매대가가 줄어들지 않는 리테일 마이너스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도매대가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은 국내 알뜰폰 도매대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육성정책의 관점이 알뜰폰 활성화인지 종합 통신사를 만들자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도매대가도 중요하지만 알뜰폰 육성정책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는지도 중요하다”면서 “국내외 사업자의 역차별 이슈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정책이 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는 우리 같은 도매대가 규제가 없어 국내 사업자는 해외 진출이 어렵지만 반대로 해외사업자가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통신시장이 모두 피해를 입는다”면서 “차이나모바일이 영국에 MVNO로 진출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도매대가의 마진율을 대기업에 맞추면 중소기업은 마진을 맞추기 어렵고 반대의 경우에는 대기업 마진이 높아진다”며 “이렇게 되면 늘 알뜰폰은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알뜰폰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 제4이통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기사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전파사용료 면제, 현재의 도매대가 인하 방식은 미봉책에 그치고 있고 이를 통해서는 알뜰폰이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정부는 이동통신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정책 차원에서 제4이동통신사 추진 등 장기적인 시장 경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직접 통신요금 인하에 개입한다거나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의 통신시장은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고 어떻게 경쟁을 활성화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알뜰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제4이동통신과 같은 경쟁 활성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