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노노는 어떻게 ‘부동산 골리앗’과 싸웠나?

“초심과 사업 본질에 집중”

중기/벤처입력 :2018/06/20 16:32    수정: 2018/06/20 17:43

“네이버는 어떻게 상대할 겁니까? 공공 데이터로 만든 서비스 같은데, 다른 회사가 쉽게 따라 만드는 거 아네요? 대기업들은 수천 명 개발 인력들을 두고 있는데, 고작 멤버가 3명 뿐이라고요?”

부동산 스타트업 호갱노노가 창업 초기 투자자로부터 자주 듣던 날선 질문들이다.

이미 시장에 네이버라는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가 있고, 직방과 다방 등 대규모 투자를 받은 부동산 정보 서비스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말에 대부분 투자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랬던 호갱노노가 지난 4월 직방에게 인수되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 투자회수에 성공한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어떤 과정들이 있었을까?

■ 창업의 쓴 맛..."잘 하는 걸 더 잘 하자"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가 창업 성공 스토리를 설명하고 있다.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는 20일 프라이머 13기 데모데이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 새로운 창업에 도전장을 내민 후배들에게 호갱노노 창업 스토리를 들려줬다.

호갱노노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시세정보를 제공한다. 2015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해 아파트 시세뿐 아니라 인구이동, 공급정보, 학군정보, 등기 알림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부동산 허위매물로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심상민 대표에 따르면 호갱노노는 여느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었다. 카카오 개발자 출신인 심 대표는 전사 해커톤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할 만큼 실력을 갖춘 인물이었지만, 창업 세계는 냉혹했다. 스타트업 보육 기관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고 창업 밑천도 마련했지만, 첫 사업 모델은 기대와 달리 ‘빠르게’ 실패로 끝났다.

심상민 대표는 카카오 재직시절 사내 해커톤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할 만큼 우수한 개발자였다.

이에 심 대표는 “처음에 왜 이 사업을 시작했을까? 초심이 뭘까? 사업의 본질은 뭘까?”를 고민했다. 많은 벤처캐피털들을 만났지만 투자하겠다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렇게 9개월을 월 10만원 이하의 유지비만 쓰면서 사업을 유지했다.

“9개월 간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어요. 개발자 한 명과 둘이 일을 했죠. 미팅이라도 하면 개발력 절반이 비는 상태였거든요.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없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서비스가 조금씩 성장해 월간 사용자 10만을 돌파했죠. 마케팅을 전혀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 때 경쟁사인 직방과 다방은 톱모델을 써 TV와 온라인에 엄청난 광고비를 썼다. 호갱노노는 마케팅에 돈을 쓸 생각도 없었지만, 같은 방법으로 그들과 겨룰만한 돈도 없었다.

투자사들한테 주로 듣던 질문들.

“결국 잘하는 것을 더 잘 하자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우리가 잘 하는 것을 더 뾰족하게 만들자고 판단했죠. 그러던 때 굉장히 우연한 기회에 엔젤 투자를 받았어요. 저희 지표를 보더니 투자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땐 우리가 투자를 받아도 되는 건가 싶었죠.”

호갱노노는 투자 받은 돈으로 개발자를 더 채용했다. 부동산 정보의 양과 질을 높였고, 서비스 품질을 빠르게 개선시켰다. 일단 적용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호갱노노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그 결과 호갱노노는 월간 사용자 40만을 넘겼고, 부동산 정보 앱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 성공연료 “동료, 생산성, 디테일”

심상민 대표는 호갱노노의 성공 요인을 먼저 ‘동료’로 꼽았다. 8명 중 7명과 지분을 나눠 소속감을 높였다. 지분 구조가 복잡해지면 투자 유치나 회사 매각 시 서로 의견이 달라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일부러 그랬다.

“카카오에 근무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급여가 높아도 소속감이 잘 안 들더라고요. 한 해에 2번 급여가 오르기도 했는데, 그 기쁨도 잠깐 뿐이더라고요. 결국 내 회사가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지분을 공평하게 나눠 모두에게 이익을 돌아가도록 하자는 결정을 내렸어요.”

프라이머 13기 데모데이 현장 전경.

심 대표가 꼽은 호갱노노의 성공요인 두 번째는 ‘생산성’이다. 대기업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개발자 1명이 기획부터 서버개발, 데이터베이스, 클라이언트, 웹·앱 개발 등을 다 했다. 또 테스트에 쓰는 시간을 없앴다.

“테스트 하고 내보내기보다, 일단 내보내고 수정하자는 원칙을 세웠어요. 앱에 문제가 생기면 5분 내 수정이 가능하도록 했죠.”

세 번째로 ‘서비스’에 집중했다. IT 서비스는 너무나 쉽게 다른 서비스로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테일이 승부요소라는 판단을 했다.

심상민 대표는 회사에 강력한 소속감을 가진 동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심과 본질의 가치에 집중했어요. 맛없는데 친절한 식당, 맛있는데 불친절한 식당 중 어느 곳에 사람들이 더 몰릴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호갱노노의 본질적인 가치를 고민했고, 여기에 집중을 한 거죠. 정부과제, 여러 네트워킹 자리도 마다했어요. 투자사들은 대부분 안 되는 거에 집중해요.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는 되는 이유를 보고 이를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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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은 끊임없이 “경쟁사가 쉽게 따라하는 거 아녜요?”, “네이버보다 잘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창업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는 이제 답이 가능하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지만, 서비스 본질과 초심에 집중하면 다윗도 골리앗과 싸워볼만 하다는 성공사례를 직접 입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