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같은 블록체인 정책

[김경묵 칼럼] 전략-전술 부족…불확실성 키워

데스크 칼럼입력 :2018/06/20 10:40    수정: 2018/11/16 11:32

지난 주를 기점으로 우리를 둘러싼 현안들이 일단락 됐다. 우여곡절 속에 북미 회담도 열렸고 6.13 지방선거도 끝났다. 두 사안 모두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굳이 두 사안에 의미를 둔다면 그동안 우리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상황이 일단 해소됐다는 점이다

“지금 북미 문제보다 중요한게 어디있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선거 이후 생각합시다” 식의 얘기를 더 이상 안들어도 된다는 게 참좋다.

또 결과에 따른 진영간 호불호를 떠나 그간 깜깜이식 불확실성의 늪에서 빠져나온 게 된 것도 다행이다.

(사진=지디넷닷컴)

불확실성은 정치적으로는 그 모호성으로 인해 호재가 될지 모르지만 시장경제에선 무조건 악재다. 예측이 불가능 하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규제든 진흥이든 분명한 시그널이 있으면 거기에 맞게 진화해 나간다.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은 기업에게 성공은 물론 실패할 기회조차 허락 않는 실기(失機)를 강요한다. 요즘 같은 글로벌 경쟁에선 더욱 치명적인 독이다.

그걸 우리는 5개월 가까이 경험 중이다. 중요한건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바로 블록체인 산업 얘기다.

■ 겉만 보고 규제 칼날…암호화폐 강국서 ICO 구걸신세로 전락

수차례 지적했지만 블록체인은 다보스 포럼에서도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뽑힌 이머징 산업이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앞다퉈 암호화폐의 자산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열린 뉴욕 블록체인 행사엔 1만 명에 가까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몰려 시대적 대세임을 보여줬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이머징 산업을 비트코인 가격의 널뛰기 현상 하나만 보고 도박으로 치부하는 우를 범했다. 그 후 정부는 금융권의 계좌 동결을 앞세워 거래소를 옥죄였고, 암호화폐발행(ICO)은 사실상 금지시켜 버렸다.

그 결과 우리는 동남아 둥지를 떠돌면서 ICO를 구걸하는 신세가 됐다. 한때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자랑했던 우리가 이젠 급행료까지 주면서 그들의 눈치를 보는 ‘봉’으로 전락한 셈이다. 한국축구와도 같은 답답한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이 초래한 ‘적폐’다.

모든 산업 발전이 이머징 초기 버블기를 거쳐 경쟁과 협력으로 점차 정리되고 안정화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왜 블록체인 산업에는 적용하지 않았을까. 인터넷 강국으로의 발전과정에서 이미 겪어봤던 우리가 말이다.

(사진=뉴스1)

이 상황을 개인적으로는 현 정부에 유독 도덕성이 충만한 분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도덕성이 국가의 가장 큰 미덕인지는 짚고 넘어갈 일이다.국가의 미덕은 국부를 창출해 국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일이다. 도덕성을 앞세운 선명성 경쟁은 개인의 미덕으로 더 어울릴 법하다.

지금처럼 소득 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이 답이 안나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산업과 경제는 말 그대로 경제 용어로 마주서야한다. 그저 레토릭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거용어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치적 수사나 도덕적 수사로 접근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한다는 분명한 솔루션이 있어야 한다.

냉정히 따져보자. 우리가 뭘 갖고 혁신성장을 한다는 얘긴가. 설사 있다한들 20%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시장에서 몇 퍼센트의 점유가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이미 반도체를 제외한 전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한지 오래다.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역시도 하강곡선에 걸릴 경우 천문학적 투자를 지속하는 중국에게 자리를 내 줄 수도 있는 위험 상황이다.

‘무엇’을, ‘어떻게’가 빠진 수사로 포장하긴 더 이상 힘들다는 얘기다.

■ '교각살우' 꿈꾼다면 희망이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블록체인 산업은 혁신성장에 가장 부합되는 아이템이다. 우리가 세계시장도 주도해 봤고 점차 개별산업으로 이식돼 진화중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이제부터라도 세금 이슈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만들어 지켜봐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그리고 차근차근 거래소 정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ICO 정책은 어떤 로드맵으로 허용할 것 인지를 세밀하게 고민하면 된다. 그 와중에 자금원이 투명하지 않거나 범죄를 저지르면 그때그때 처벌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소문처럼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눈치 볼 것 없이 무조건 때려잡자는 식의 교각살우(矯角殺牛)를 아직도 꿈꾸고 있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업체 살생부나 만들며 창업, 취업 지원을 핑계로 원하지 않는 곳에 돈이나 퍼주는 구태라면 기대할 게 없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기득권이나 정치적 잣대로 여전히 재단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그 정도로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거론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풀어간 것은 진정성의 힘 때문이었다고 많은 이들이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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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특유의 진정성이 북한의 맘을 움직였고 트럼프에 신뢰를 줬다는 분석이다.

이제 경제, 산업 분야에서도 대통령의 진정성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