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사’ 창업가들이 공유사무실 차린 이유

“창업가 겪는 어려움, 옆에서 도와주고파”

일반입력 :2018/06/19 14:40    수정: 2018/06/19 20:09

“창업할 때 사무실 구하는 게 진짜 어려웠어요.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또 야근이 많을 것 같은 IT 회사란 이유로 거절을 당했거든요. 결국 다단계를 하다 쫓겨난 작은 사무실에서 김기사 회사인 록앤올을 시작했죠.”

김기사(록앤올) 창업 삼총사인 박종환, 김원태, 신명진 대표가 IT업계로 돌아왔다. 공유사무실 사업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보육 모델을 만들어 판교에 새 둥지를 틀었다. 록앤올 창업 시절 사무실을 구하기 어려워 쩔쩔매던 과거의 경험이 새 사업에 영감을 준 것이다. 공유사무실 이름은 ‘워크앤올’로 지었다.

19일 박종환 대표에 따르면, 김기사 창업 멤버 셋은 공유사무실 운영 경험이 없어 판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아라’라는 이름으로 관련 사업을 해온 건축가 김상혁 대표와 손을 잡았다. 워크앤올의 대표직은 김상혁 대표가, 김기사 창업 3인은 이사로서 입주사 멘토 역할을 맡기로 했다.

■ “창업가 옆에서 도와줄 멘토 필요해”

왼쪽부터 워크앤올 신명진 이사, 김상혁 대표, 박종환 이사.

박종환, 김원태, 신명진 대표는 2015년 5월 김기사를 626억원 받고 카카오에 매각한 성공 경험을 지닌 인물들이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약 3년 간 몸 담으면서 김기사를 더욱 대중적인 모바일 내비게이션으로 만드는 데 힘썼다. 그리고 지난 3월 나란히 회사를 나왔다.

스타트업 업계는 김기사로 돈 좀 번 그들이 어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까 궁금해 했다. 새 기술 스타트업을 차려 연쇄 창업가의 길을 밟을지, 아니면 업계를 떠나 조용히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길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봤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새로운 플랫폼이나 기술을 만드는 직접 사업을 뒤로 미루고, 후배 스타트업들을 키우고 이들에게 투자하는 ‘스승’ 역할을 선택했다. 창업에 있어 꼭 필요한 사무실을 임대해주고, 이 중에서 성장 가능성 있는 곳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돕겠다는 구상이다. 투자사 연결과 마케팅, 법무 지원 등 스타트업들이 꼭 알아야 하는 지식을 전수할 생각이다. 이들이 성공하면 투자금을 회수해 또 다시 좋은 스타트업들을 키우는 게 김기사 창업자들의 공통된 비전이다.

“저희도 창업을 하고 6개월 정도 지나니 데스밸리라고 하는 어려움이 찾아왔어요. 1억5천만원으로 시작한 자본금이 떨어져 재무 직원이 다음 달 월급은 어떻게 하냐고 묻더군요. 그 때 아는 대표가 기술보증기금을 알려줬고, 그 때 처음 알게 돼 돈을 빌려 위기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 경험으로 창업가에겐 멘토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같이 옆에서 고민해주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4인실 규모 10개 사무실 무료 임대해주기로

박종환 워크앤올 멘토(이사) 겸,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

김기사 창업가들이 큰 돈을 벌어 공유사무실 사업만 했다면 “결국 부동산 재임대업을 한다는 소리냐”라는 비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상혁 대표를 포함해 세 멤버들은 1년이 되지 않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을 돕기로 했다. 4인실 규모, 10개 정도의 사무실을 스타트업들에게 1년 간 무상으로 제공키로 한 것. 조건은 입주사들이 워크앤올에게 투자 우선권을 부여하는 정도다. 관리비도 받지 않는다.

박종환 대표는 김기사 창업 당시 좋은 서비스와 기술을 가졌지만 홍보의 방법을 몰라 애 먹었던 경험도 털어놨다. 이에 워크앤올 공간에 입주사들과 기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프레스 공간도 만들 계획이다.

“2011년 3월 김기사를 오픈한 날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어요. 어떻게 홍보할지를 몰라 서점에 가서 보도자료 작성 관련 책을 보고, IT뉴스를 다루는 기자들의 메일 주소를 모아 보도자료를 보냈죠. 한 달이 지났는데도 기사가 하나도 안 뜨더군요. 높은 장벽을 느꼈어요. 스타트업들이 많은 기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신의 사업이나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프레스 공간도 마련할 겁니다.”

■ “스타트업 선순환 구조 만들겠다”

워크앤올이 있는 판교 알파돔시티 전경.

박 대표는 공동창업 멤버들과 새로 차린 스타트업 보육 회사 김기사컴퍼니와, 공유사무실 워크앤올 운영을 통해 기술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한다는 목표다. 순수 기술 기반의 플랫폼 회사들이 인수합병될 수 있도록 전후방에서 돕겠다는 각오다.

“김기사를 투자했던 투자팀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어, 성장성 있는 입주 기업과 투자팀을 연결시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창업 3~5년 정도면 투자회수 여부가 결정되는데, 우리 공유사무실에 입주한 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최소 1~2개 팀 정도만 잘 성장한다면,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겁니다. 김상혁 대표와 함께 좋은 공간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 우리의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공유해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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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앤올은 판교역 인근에 위치한 알파돔시티 6-4 블록에 7월 문을 연다. 4, 5층을 쓰며, 약 1천200평 규모다. 100여평의 라운지와, 외부와 차단된 15개의 회의실, 20여개의 캐주얼 회의실 등이 있다. 이 밖에 접견과 미팅이 가능한 라운지와 무인택배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가격은 핫데스크 오픈형이 35만원, 지정형이 45만원이다. 전용 사무실은 1인 기준 월 70만원이다. 대신 2개월의 예치금을 내야 한다. 같은 건물에는 네이버, 블루홀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