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이트 퍼진 '리벤지 포르노' 삭제 백약무효

"해외사이트 접속 차단 한계"...신속삭제 법 발의

인터넷입력 :2018/06/17 10:13    수정: 2018/06/17 10:14

“해외에 서버가 있어서 지울 수 없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접속 차단 정도다.”

인터넷 상에 올라온 자신의 리벤지 포르노를 본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비영리단체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나 디지털장의사 업체를 통해 삭제를 요청하는 정도다.

하지만 해외 성인 사이트에 퍼진 영상물에 대해선 센터나 업체 측으로부터 위와 같은 답변을 듣게 된다.

네이버에 '디지털세탁소'로 검색하면 나타나는 광고 업체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사이트의 경우 국내 정보통신망법을 피해간다. 해외 사이트 운영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게시물 삭제 요청에도 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방심위는 통신사에 국내 이용자의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피해자 입장에선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에 상실감만 커진다.

해외 성인 사이트의 우회 접속 경로가 생성되기라도 하면 문제는 원점으로 회귀한다. 디지털장의사 업체에 의뢰할 경우 매달 200만원(A 업체 기준)씩을 최소 6개월간 투입해야 하는데, 피해자의 불법 영상물이 다시 활개를 치게 될 경우 고액의 비용은 고스란히 날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해외 사이트에 게재된 불법 영상물을 완전히 삭제하기 위해선 뚜렷한 해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 "삭제·차단 조치 기간 단축했다"...실질적으로는?

업계에는 방심위가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하는 데도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방심위는 지난 4월 디지털성범죄대응팀을 개설, 삭제 심의 기간을 대폭 줄였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미지수다.

방심위 디지털성범죄대응팀 관계자는 “과거 방심위가 범죄 영상물을 삭제하고 해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데 평균 약 11일이 소요됐다”며 “이제는 전담 디지털성범죄대응팀이 생겨 국내 사이트 등의 경우 빠르면 당일 조치가 가능하고, 평균적으로 사흘 가량이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 게시물 삭제 및 경로 차단까지 평균 11일 걸렸지만, 어떤 건에 대해선 길면 한 달까지도 걸리기도 했다”며 “과거 주 1회 정도 하던 심의 회의를 현재는 주 3회로 늘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사성 측은 해외 사이트의 경우 방심위의 영상물 삭제나 접속 차단 조치가 빠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사성 관계자는 “국내 웹하드에 게재된 불법 영상물을 삭제하는 것은 1~2일이면 된다”면서도 “방심위에 해외 사이트 차단 조치 신청을 넣으면 답변은 빨리 오지만, 실제 처리되는 것은 거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등 수사기관이 불법 영상물을 적발할 경우 방심위가 신속히 삭제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돼 기대감을 모은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수사기관이 불법 영상물을 적발할 경우 방심위가 이를 신속히 삭제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외 사이트 불법 영상물 삭제 위해 국제 공조 촉구

해외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 영상물을 삭제하기 위해서 정부는 국제 수사 공조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피해자로부터 삭제를 요청받고 이를 이행하는 한사성은 여전히 국제 공조가 더뎌 해외 사이트에 게재된 불법 영상물을 삭제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에 한사성은 직접 해외 비영리단체들을 만나 국제 수사 공조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함께 하기로 했다.

한사성 관계자는 “해외 사이트에 대한 피해자 지원에는 한계가 많은데, 이달 초 한사성 관계자가 대만을 방문해 피해자 지원에 대한 상호 협력 연대체를 같이 하기로 했고, 2주 후엔 미국에 갈 예정이다”며 “현재 미국에서 리벤지 포르노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연방법이 나와 있어 입법을 촉구하는 식의 행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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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성에 따르면 센터 측은 100여개에 달하는 국내 웹하드 업체와 300여개 해외 사이트 및 공유 사이트를 대상으로 피해자가 삭제를 요청한 불법 영상물을 검색한다. 삭제를 담당하는 인원은 10명 정도다.

방심위 측은 불법 영상물을 소비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의식 제고를 강조했다. 방심위 디지털성범죄대응팀 관계자는 “애초에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영상을 찍거나 유포하지 말아야 하고, 이들 영상을 돌려 보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