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개통시간 단축...두 개의 戰線 형성

SKT·KT 對 LGU+...대리점 對 집단상가

방송/통신입력 :2018/06/12 08:56    수정: 2018/06/12 16:40

정부의 근로 시간 축소 방침에 따라 휴대폰 개통 시간 단축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이를 놓고 두 개의 전선(戰線)이 형성돼 있다.

현재 휴대폰 개통 시간은 번호 이동의 경우 평일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그런데 유통 직원의 삶의 질을 높이기기 위해 마감 시간을 앞당기자는 게 논의의 핵심이다.

이를 두고 이동전화 서비스 업체 가운데 SK텔레콤과 KT는 찬성입장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또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이통사 대리점들은 찬성입장인 반면 집단상가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내키지 않는 LGU+ "유통 현장 합의돼야 찬성"

이통사 간의 입장 차는 시장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1,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로부터 가입자를 계속 뺏어와야 하는 LG유플러스는 단말 개통이 많이 이뤄지는 저녁 시간대를 잃고 싶지 않다는 게 본심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개통 전산 시간 단축에 대해 "유통업체, 대리점주, 판매점주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답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노동 관련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는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엔 명분이 부족해 애매한 입장을 내거는 것"이라며 "개통시간은 사업자가 일괄적으로 단축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저녁 시간대에 특정 사업자가 보조금을 늘렸을 때 타 사업자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해당 사안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사업자 간, 대리점과 판매점 간 찬반 의견이 엇갈려 합의를 이룬 상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은행도 4시 마감인데"vs"아침 개통 시간 줄여라"

지난 5일 전국이동통신집단상권연합회, 강변테크노마트 상우회 등 집단상가 업계가 모여 방통위 앞에서 개통 전산 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 노충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총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비판했다.

전국이동통신집단상권연합회와 강변테크노마트 이동통신상우회는 지난 5일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동안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항의 집회를 벌였다.

노 사무총장은 우선 "저녁 시간 개통을 막으면 집단상가 상권이 쇠락할 것이라는 집단상가들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집단상가의 주 고객층은 정보 취득이 빠른 젊은 학생이나 직장인인데, 이들은 단말기 보조금 정책을 이용해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라며 "개통 시간이 단축될 경우 발길을 끊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 정책이 좋게 풀리는 다른 시간대에 주로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사무총장은 "저녁 시간대에 보조금이 많이 풀리지 않으면 개통 시간을 유지하더라도 그때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조금 문제는 대리점에 대한 차별과도 연관되며 대리점 현장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치를 떤다"고 역설했다.

개통 시간 단축으로 이용자 편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사용 비중이 더 높은 은행보다 훨씬 긴 업무 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근로 시간 단축 기조에 맞춰 추가 고용을 실시하기 어려운 유통 현장의 실상도 언급했다.

노 사무총장은 "대리점들은 최근 신입사원 뽑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뽑더라도 3개월을 버티기도 어려워 한다"며 "하루에 10~11시간씩 근무하고, 밤 늦게 근무가 끝나 개인 시간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통사 대리점은 300인 이상 사업자가 아니라 당장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진 않고 2022년에 적용될 예정"이라면서 "휴일이나 식사 시간, 근로 중 휴식 시간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대리점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집단상가 측은 저녁 시간 개통은 생존권이 달려 있을 만큼 비중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국이동통신 집단상권연합회와 한국이동통신 판매점협회는 방통위가 이통사 대리점들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개통 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6일 이를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전국이동통신집단상권연합회 관계자는 "과거보다 이통사에서 나오는 공시지원금이 적어 중간 마진을 떼고 나면 판매점으로서는 남는 수익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손님이 방문하는 저녁 시간대 개통은 판매점의 생존권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에 따르면 전체 개통의 30% 정도가 저녁 시간대에 이뤄진다.

그러나 집단상가는 주 고객층인 직장인이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이후 방문해 개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직장인 고객이 오후 6시 반 넘어 판매점을 찾으면 수십여분 간 개통 상담을 하고, 또 몇십 분 정도 개통 절차를 거치고 나면 개통 시간 마감인 오후 8시까지 남는 시간이 거의 없다"며 "현 제도보다 저녁 전산 시간을 줄이면 직장인은 평일에 휴가를 내거나 토요일에 방문하지 않는 이상 당일 개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집단상가 측은 대안으로 저녁 시간이 아닌, 오전에 해당하는 개통 전산 시간 단축을 제시하고 있다.

방통위 전체회의

주무 부처인 방통위로서는 고민이 깊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결과는 저녁 개통 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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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관계자는 "단말 개통 전산 시간을 단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방통위는 동의하고 있다"며 "오전 전산 시간 단축의 경우 단축 취지를 고려하면 그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대하는 측에서 입장을 바꿀 만한 인센티브나 보완책이 있으면 합의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방면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