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M 명가, 블록체인-AI로 새로운 도약

[강소기업이 미래다 ㉜] DRM 원조 '마크애니'

컴퓨팅입력 :2018/06/18 15:29    수정: 2019/01/10 13:47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㉜ 학구열로 시작한 20년 경영...디지털 워터마킹 명가로

마크애니는 학구적인 호기심이 창업과 20년 경영으로 이어진 특이한 회사다.

최종욱 대표는 경영자로 변신하기 전 상명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교수 시절 최 대표는 워터마킹 기술 내용이 담긴 논문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됐다. 직접 개발했던 워터마킹 기술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자 삼성전자가 관심을 나타냈다.

결국 삼성의 투자를 받아 1999년 지금의 마크애니를 설립하게 됐다. 평소 신기술에 학문적 관심이 높았던 교수가 창업의 길로 발을 내디딘 것이다. 마크애니는 그해 워터마킹 기술 관련 첫 특허를 취득했다.

워터마킹은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 텍스트가 위·변조가 불가능하도록하는 기술이다. 식별할 수 없는 저작권 표시를 콘텐츠에 삽입한다.

마크애니는 저작권 보호 기술인 문서보안(DRM) 분야 국내 선구자로 자리잡았다. 여러 기기에 필요한 DRM기반 문서보안 전문업체로 업력을 다진 마크애니는 최근 영상보안, 멀티미디어콘텐츠 보호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 핵심 기술과 제품: DRM, CCTV 영상 보안 등 4개 제품이 주력

마크애니 핵심 제품은 ▲DRM 솔루션 ▲위변조 방지 솔루션 ▲CCTV 영상 보안 솔루션 ▲멀티미디어 콘텐츠 보호 솔루션 등이다.

1999년 설립된 마크애니는 1년만인 2000년에 DRM 솔루션을 처음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이 제품은 PC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작년에 삼성 DEX를 지원하는 DRM을 개발, 향후 본격적인 모바일 업무 시대를 대비한 제품까지 개발을 완료했다. 최근에는 비용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드웨어 일체형 DRM 솔루션 ‘도큐먼트 세이퍼 큐브+’를 개발, 틈새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위변조 방지 제품 ‘e페이지 세이퍼’는 인터넷 증명서를 안전하게 발급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이다. 2001년에 개발한 후 2004년에 강남구청에 처음으로 납품했다. 이후 줄곧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마크애니는 자체 개발한 워터마킹 기술을 CCTV 영상에도 접목했다. CCTV 관제센터 관리 솔루션을 사용하면 CCTV 영상 반출 보안부터 CCTV 패스워드 관리, 관제센터 자산관리와 기술 관리까지 가능하다. CCTV 관제센터 관리 솔루션에는 이 회사의 암호화 기술과 DRM 기술이 모두 적용됐다.

현재 마크애니는 CCTV 영상 보안 분야 1위 기업으로, 80% 이상 지자체 CCTV 통합관제센터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보호 솔루션에도 워터마킹 기술이 적용됐다. 이미지, 동영상, 오디오 등에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을 적용해 불법 유통 콘텐츠의 유출 경로와 최초 유포자를 추적할 수 있다. 워터마킹 기술을 적용하면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하고 원본 이미지 훼손이 없는 장점이 있다. 최근 멀티미디어 콘텐츠 저작권 이슈가 심화되면서 콘텐츠 보호 솔루션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최 대표는 마크애니의 기술 경쟁력은 ‘독보적’이라고 표현했다. DRM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할리우드 6대 스튜디오 인증을 획득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 워터마킹 시장은 마크애니와 네덜란드 기업 시볼루션 등 두 개 회사가 과점하고 있다.

마크애니는 이미 2009년 세계 최대 음반 그룹사 ‘유니버셜 뮤직’에 필립스, 톰슨 등 글로벌 경쟁기업을 모두 제치고 70만 달러의 수출을 계약, 지금까지 오디오 워터마킹을 납품하고 있다. 최 대표는 “워터마킹 매출 중 해외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진출이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일본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일본 소프트웨어기업인 저스트시스템에 문서 보안 솔루션을 공급했고, 하이퍼시큐어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대형 IT 기업에도 DRM 솔루션을 공급했다.

회사는 앞으로 각 나라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근 동남아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공략을 본격화했다.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사우디, 두바이 등의 국가에도 문서보안(DRM)솔루션을 공급했다.이들 나라가 문서 관리 시스템이 미비하고 문서 불법 유출이 성행한 점을 간파, 문서 유출자를 추적할 수 있는 DRM 솔루션을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주 고객사는 주로 은행, 공공기관과 같은 중요 문서를 다루는 곳이다.

최 대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그만큼 강력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 미래비전: "블록체인과 AI로 새 도약"

마크애니 신사업은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에는 2년 반을 투자했고, 블록체인에는 2013년 첫 발을 내디뎠다. 벌써 5년 이상 이 분야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마크애니는 현재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증명서) 유통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유통 단계를 투명화하는 것이 목표다. 시험성적서 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을 고객으로 우선 생각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인공지능과 CCTV를 결합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CCTV 영상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사람이 넘어지거나 쓰러진 것을 CCTV 영상이 판단할 수 있어 바로 보호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 또 CCTV 영상 분석 시 식별이 필요없는 행인은 영상에서 자동으로 마스킹이 가능해 개인정보도 보호할 수 있다. 공공 관제센터 위주로 먼저 공급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마음을 끌어오는 것이 IT 기업과 IT 산업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며 기술과 신산업에 강한 자신감과 애착을 보였다.

마크애니는 연간 10건 이상의 신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국내 등록 79건, 해외 등록 35건으로 국내 SW 업계 최대 규모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애니의 작년 매출액은 175억 원이다. 200억 원이 넘었던 2016년, 2015년에 비하면 떨어진 수치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지난 3년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거품 매출을 줄이고, 대신 영업이익을 확대하고 부채 청산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2년 전부터 흑자로 돌아서면서 부채는 50%이상 감소했고 이익률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마크애니는 새로운 기업 문화로 무장,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예정이다. 앞으로 5년 내에 ‘업무 중심’의 기업 문화를 구현, 새로운 마크애니를 보여줄 계획이다. 최 대표는 "업무 목표를 달성하면 남은 시간은 개인이 자유롭게 활용하는, 눈치보지 않는 문화를 정착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중국은 ‘업무 중심’의 기업 문화를 정착해나가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제조업 분야의 ‘시간 중심’ 업무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업무 중심’의 기업 문화를 만들지 못하면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에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 문화를 한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고, 직원들과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직원 채용 시 합리적 사고와 소통 능력, 프로 의식을 중요하게 본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명확하게 잘 표현하고 소통하는지가 중요하다. 능동적으로 판단할 줄 알고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프로의식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

■ 기업문화: 결과보다는 합리성-실용성 더 중시

마크애니는 ‘업무 중심’문화 구축과 함께 사업 영역도 더욱 확장한다. 3년에서 5년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상장과 함께 앞으로는 보안회사를 넘어 IT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을 한정적으로 보기보다 좀 더 넓은 시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현재 마크애니가 갖고 있는 보안 기술은 앞으로 마크애니가 IT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으로 합리성, 실용성, 결과를 순서대로 꼽았다. “합리성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주요 업무 사항을 결정한다. 하지만 무조건 좋은 결과에만 집착하는 건 아니다. 한정된 시간에 모든 경우의 수와 데이터를 고려해볼 수는 없기 때문에 그 당시의 최선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실패를 감추거나 질책하는 것 보다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바꿔나가는 것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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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5년 후의 마크애니에 대해 "좀 더 글로벌한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가 생각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IT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IT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미국에서 혁신적 IT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신기술에 대한 탐구와 개발 노력이 왕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더 이상 미국에서 개발한 특정 제품을 베껴서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혁신성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진정한 기술의 가치는 많은 사람이 사용할 때 더욱 빛을 본다고 생각한다”며 “마크애니는 창업 초부터 그런 고민 속에서 개발을 해왔고, 앞으로는 더 많은 곳에서 마크애니를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